국무총리실이 주도한 불법 표적 사찰의 피해자 김종익씨가 방송을 통해 대한민국 정부를 고발했다.

지난 29일 방송된 MBC 'PD수첩'에서는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 전모를 공개했다. 김종익씨는 전직 은행원으로 국민은행 영등포 지점장을 마지막으로 2005년 명예퇴직 했다. 이후 국민은행의 하청업체인 뉴스타트 한마음의 대표로 일했다.


◆ 사소한 발단…200여만 명이 본 '쥐코' 동영상
평소 인터넷 웹서핑을 즐겨한다는 김종익씨는 지난 2008년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한 동영상을 보게 됐다. 일명 '쥐코'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 동영상은 이명박 정부의 국가 정책을 비판하고 촛불집회 과정에서 촉발된 문제들을 다루고 있었다.

그는 이 동영상을 자신의 블로그에 스크랩 했다. 하루 방문자 수가 고작 20~30명 정도인 개인 블로그였다. 김종익씨는 그로부터 얼마 후 국민은행 노무팀장으로부터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국무총리실에서 김종익씨를 조치하라며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것.

이들은 김종익씨의 회사대표직 사임과 주식 이전을 강요했다. 이 모든 정황이 국무총리실 내부 문서로 남겨져 있다는 게 더 충격적이었다. 'PD수첩' 제작진이 입수한 국무총리실 문건에는 국민은행 남경우 부행장에게 압력을 넣은 사실이 기록되어 있었다.

결국 김종익씨는 대표이사직을 내놓고 자신이 보유한 지분을 처리했다. 그리고 도망치듯 일본으로 떠났지만 손바닥 안에 있었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여전히 그를 불법 사찰했다. 칩거해 있던 김종익씨의 당시 일본 내 연락처까지 파악한 상태였다.

공직자도, 공기업 종사자도 아닌 김종익씨는 표적수사를 받자 불안에 떨었다. 그는 "증거인멸을 위해 무슨 일을 당하는 게 아닌가 두려움이 밀려왔다. 일본에 와있지만 소재파악이 되고 누군가 저를 뒤쫓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며 심경을 밝혔다.

◆ 노사모 핵심 멤버? 촛불집회 자금지원?
그 사이 공직윤리지원관실은 명예훼손과 공금횡령 혐의로 김종익씨를 경찰에 고발했다. 동작경찰서의 담당 경찰은 공직윤리점검반 감사관이 직접 자료를 제출했고, 정식 공문을 요청하자 국무총리실장이 동작경찰서장에게 수사 의뢰를 해왔다고 증언했다.

김종익씨는 경찰조사에서 황당한 질문공세를 받았다. 대표이사로 재직할 당시 5천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구입한 것을 꼬투리 잡았다. 상품권은 거래처 직원들의 명절 선물, 우수직원들에게 주는 격려금, 퇴직금이 없는 계약직 직원에게 주는 위로금으로 사용됐다.

하지만 경찰은 "상품권으로 촛불집회 자금을 대거나 정치자금으로 활용한 게 아니냐? 촛불집회에 초등을 구입한데에 사용한 적 없느냐? 이광재 전 의원에게 정치 자금을 줬냐? '쥐코' 동영상을 제작하거나 번역하는데 관여하고 돈을 댔느냐" 등을 추궁했다.

특히 참여정부의 핵심 인사였던 이광재 전 의원이 수차례 거론됐다. 김종익씨는 강원도 평창 출신으로, 이광재 전 의원과 같은 고향이었다. 결국 김종익씨는 일면식도 없는 이광재 전 의원과 동향이라는 이유만으로 이 같은 표적 수사의 피해자가 된 셈.

더 황당한 건 김종익씨가 2006년 노사모에 가입했다는 이유만으로 수사 의뢰 공문에 '노사모 핵심 멤버'로 표기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전 노사모 대표 노혜경씨는 "들은 적도 없는 이름이다"라고 말했다. 확인 결과 김종익씨는 노사모 사이트에 글을 올린 적도 없었다.

김종익씨는 "노사모에 가입만 했을 뿐, 활동한 적 없지만 제가 노사모면 어떻고 촛불집회에 나가면 또 어떠냐. 이광재를 알고 있고, 후원했으면 또 어떠냐. 도대체 왜 이런 것들이 문제가 되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 민간인 표적수사, 공직윤리지원관실 '묵묵부답'
결국 김종익씨는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고, 검찰은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이에 김종익씨는 자신의 억울한 사연을 풀기 위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먼지털이식 수사로 인해 김종익씨는 모든 것을 잃고 실직자가 됐다.

'PD수첩' 제작진은 이와 관련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 공식 인터뷰 요청을 했으나 거절 당했고, 지난 6월 21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만난 공직윤리지원관실 이인규 지원관은 제작진의 취재에 응하지 않은 채 황급히 택시를 타고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