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TIMES 기자의 스포티지 오종훈 기자의 시승기 입니다.



제목 : ▒  세계를 노리는 야심작 스포티지

다시 스포티지다. 무대에서 사라졌던 그 이름이 다시 왔다. 돌아온 장고처럼, 화려한 컴백이다. 소비자들은 ‘선택의 폭’이, 메이커들은 ‘경쟁의 폭’이 넓어졌다.

왜 하필 스포티지인가. 이미 사라졌던 이름을 다시 꺼낸 이유는 무엇인가. 미국시장에서 그 이름에 대한 향수가 크다는 게 기아측 설명이다. 과거 기아차가 북미시장에 어렵게 진출했을 때 선봉에 섰던 차를 아직도 많은 미국인들이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미시장의 반응을 고려해 이름을 정했다. 이제 집안보다는 바깥 사정을 더 살펴야할 만큼 한국차메이커들의 위상이 높아진 반증이다. 그래도 아쉬움은 남는다. 아반떼와 엘란트라처럼 수출명만 스포티지로 운용할 수도 있을 텐데. 혹시 미국인들의 향수를 핑계로 빈곤한 상상력을 덮어버린 건 아닐지.

스포티지의 엔진은 2.0ℓ 커먼레일 디젤과 2.0ℓ CVTT 베타 가솔린이 얹힌다. V6 2.7 가솔린엔진은 연말부터 수출차에 적용될 예정이다. 굴림방식은 4WD 방식과 2WD(FF) 방식 두 종류다. 스포티지는 광주공장에서 생산된다. 광주공장은 과거의 아시아자동차로 지금까지는 상용차를 만들었다.

기아가 내놓은 야심작, 뉴 스포티지를 만났다. 시승모델은 4WD 리미티드로 4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됐다.

▲디자인
스포티지의 슬로건은 ‘컴팩트 럭셔리 SUV’다. 작지만 고급스럽게 만들었다는 말이다. 우선 크기가 부담없다. 기존 SUV에서 풍기는 압도적 분위기는 없다. 누구나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컴팩트 사이즈다. 라디에이터 그릴에 큼지막하게 자리잡은 기아 엠블럼이 눈길을 끈다. 역시 커다랗게 만든 클리어타입 헤드 램프와 어울려 강한 인상을 만든다. 투싼과 닮은 느낌이다. 비슷한 크기에 보디 라인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형제차답다.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는 참신한 아이디어가 곳곳에서 돋보인다. 센터페시아 아랫공간을 수납용으로 활용하고 글로브 박스 위로 조수석 손잡이를 배치한 점은 흔치 않은 레이아웃이다. 트렁크 공간 덮개를 바닥에 내려 놓을 때 있어야 할 자리를 잡아 놓은 세심한 배려도 돋보인다. 트렁크 바닥 아래로는 공구들을 비롯한 소품들을 위한 수납공간이 있고, 그 아래 템퍼러리 타이어를 넣었다. 의욕에 넘치는 인테리어다.

엔진은 가로로 놓아 여유있는 엔진룸 공간을 확보했다. 뒷좌석 바닥은 평평해 가운데 앉은 사람이 다리를 벌려 앉을 이유가 없어졌다. 공간이 짜임새있고 효율적으로 배치됐다.

타이어를 감싸는 휠하우스는 둥글지 않다. 마치 앞을 노려 보는 형상이다. 하지만 속이 훤히 들여다 보여 어딘 지 모르게 허전하다. 타이어를 좀 더 큰 것으로 갈아 끼워도 어울릴 것 같다.

▲성능
이 차의 개발 컨셉트 중 하나는 '누구나 부담없이 즐겁게 운전할 수 있는 차'다. 작고, 운전석 위치가 높아 운전하기가 편하다. 여성 운전자라도 무리없이 차를 다룰 수 있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았다. 서 있던 차는 첫 발짝을 떼기가 싫은 듯 첫 반응이 무겁다. 그러나 곧 탄력을 받으면서 무겁다는 느낌은 사라진다. 마치 솜이불로 둘러싼 듯 가속과 이에 따르는 변속반응이 부드럽다. 액티브하다기보다는 얌전하고 부드럽다.

가속이 이어지면 시속 160km 이상에서도 무리가 없다. 일상적인 주행영역은 물론 고속에서도 차체의 안정성이 돋보였다. 두바퀴굴림차에서는 어떤 반응이 나올 지 사실 궁금해진다.

스티어링 휠 조작에 따른 차체 반응은 정확한 편이나 스포츠카의 그 것처럼 날카롭지는 않다.

엔진소리는 조용한 편이나 디젤임을 숨길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디젤엔진의 진보는 최근 몇 년간 괄목할 만한 정도다. 소음과 진동, 연비 모든 면에서 수준이 크게 높아진 게 사실이다.

상시 4륜구동이어서 차의 움직임은 매우 안정적이다. 비오는 코너길에서도 자신있게 차를 움직일 수 있다. 상시 4륜구동이라는 사실이 운전자에게 주는 심리적 안정감도 무시할 수 없다.

충격흡수능력도 좋다.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도 크게 신경쓰이지 않는다. 높은 차는 자칫 출렁거리는 느낌을 줄 수 있지만 스포티지의 서스펜션은 그 정도로 부드럽진 않다. 적절히 완충작용을 하면서도 차의 자세를 유지하고 승차감을 해치지 않을 정도로 딱딱한 서스펜션이다.

뒷범퍼 아래 양 옆으로는 두 개의 배기파이프가 나와 있다. 듀얼 머플러는 배기저항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어 출력향상에 도움이 된다.

수동기능을 겸하는 팁트로닉 방식의 4단 자동변속기는 이런저런 기능을 모두 뺐다. 파워 모드니, 이코노미 모드니, 오버 드라이브 등의 기능들이 이 변속기엔 없다. 변속레버만 얌전하게 자리잡고 있을 뿐이다. 사실 그 모든 기능들을 적절히 조작하며 운전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편하게 운전하는 맛에 선택하는 게 자동변속기인데 여러 기능 버튼들을 달아 놓고서 운전자를 고민하게 하는 건 모순일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스포티지의 4단 자동변속기는 단순명쾌하다.

▲경제성
뉴 스포티지는 SUV로는 환상적인 1,500만원 미만의 가격을 구현했다. 디젤엔진에 2WD 수동변속기를 택하면 1,472만원에 살 수 있다. 준중형 승용차시장까지도 넘볼 수 있는 가격대다. 4륜구동을 원하면 1,630만원이 하한선이다. 그 동안 SUV는 갖고 싶고, 매력있는 차였으나 차값이 워낙 비싸 쉽게 살 수 없었다. 그러나 투싼과 스포티지의 등장으로 이 같은 선입견은 산산이 깨졌다. SUV가 가격을 확 내려 많은 대중 곁으로 바짝 다가온 것이다.

스포티지의 큰 매력 중 하나는 연비. 커먼레일 디젤의 우수한 연비는 스포티지에서 빛을 발해 14.6km/ℓ를 달린다. 2.0 디젤 2WD 수동 5단 변속기 기준이다. 4WD 4단 자동변속기를 얹은 차는 12.0km/ℓ다. 차값도 싸고 연비도 이 정도라면 정말 많은 사람이 지갑을 열고 달려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세계 유수의 SUV들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없는 차가 될 것"이라는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말이 결코 빈 말이 아님을 실감한 시승이다.

시승 /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