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란 무엇인가

SUV는 스포츠 유틸리티 비클(Sports Utility Vehicle)의 약어로 기동성과 운반 능력을 함께 갖춘 기능성 차량이라는 뜻이 된다. 탑재 공간이 넓어 화물이나 탑승 인원이 많으며, 대개 4륜 구동 방식을 갖추고 최저 지상고가 높아, 왠만한 비포장 도로는 무리없이 주행할 수 있다. 여유 있는 실내 공간을 위해 톨보이 방식으로 천장이 높고 운전 시야 때문에 승용차와 비교해서 바로앉는 자세가 된다.

종종 SUV는 RV(Recreation Vehicle) 차량과 혼동되기도 한다. RV는 원래 트레일러형 캠핑카를 가리키던 것이었는데, 그런 문화가 미미한 우리 나라에서는 2륜 구동으로 된 미니밴 형식의 차량을 지칭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스타렉스', '카니발', '트라제' 등의 승용 미니밴들이 이 부류에 속한다.

최초의 SUV는 1983년 나온 포드사의 '브롱코 II'로 알려져 있다. 오일 쇼크로 인해 자동차 연비에 관한 규제 법안이 제정되고 관리가 엄격해지자, 농장이나 목장 용도로 이 법안의 규제를 면제받은 경트럭에 자동차 회사들이 주목하게 된 것이다. 규정에 맞게 경트럭의 출력과 크기를 유지하면서도 보다 많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밴이나 스테이션 웨건의 형태를 갖추는 설계를 했는데, 이것이 바로 SUV의 개념이 된 것이다. 그 후 포드사의 '익스플로러', 시보레의 '서버밴' 등 4-5리터가 넘는 대배기량의 풀 사이즈 SUV가 이를 계승하면서 SUV 전성시대를 열게 되었다.

우리 나라에서는 1988년 쌍용자동차에서 '코란도 페밀리'라는 스테이션 웨건형 차량을 출시한 것이 SUV의 시작이었다. 크라이슬러사의 '체로키'를 벤치마킹해서 만들어진 이 차량은 미국 SUV와는 달리 작은 용량의 디젤 엔진을 얹어서 유류비를 줄이게 했는데, 무거운 차체와 소형 엔진 간의 불균형이 운행에서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최초의 SUV가 몰고온 외식, 야외 활동, 가족 여행과 같은 새로운 생활 문화는 신선하고 긍정적인 것이었다. 그때까지 차량은 출퇴근이나 업무 용도로, 아니면 사회적 지위의 표현으로만 필요하다고 생각하다가 가족과 함께 하는 삶의 행복과 여유의 수단일 수 있음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SUV는 단지 하나의 차종이 아니라 세속적 삶의 피곤하고 치열한 경쟁에서 벗어난 여유로운 삶의 표상이라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