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소녀 모집, 엄마는 친모 역할"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기자 = 가출소녀들을 꾀어 성인 남성을 상대로 성매매를 할 것처럼 속여 선불금만 받고 달아나게 하는 수법으로 사기행각을 벌여온 모자(母子)가 경찰에 붙잡혔다.

2일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A(16)군은 8월께 인터넷 채팅에서 만난 B(15)양 등 가출 소녀 3∼4명에게 "아르바이트 자리와 숙식을 제공하겠다"며 이들을 자신의 임시 거주지로 끌어들였다.

A군은 "청소년 성매매를 하는 것처럼 속여 어른들을 만난 뒤 선불금을 받고 도망가는 방법으로 돈을 벌자"고 제안했고, 소녀들도 이에 선뜻 응했다.

A군은 8월말 인터넷을 통해 한 남성을 끌어들였다.

A군은 우선 이 남성을 인천 송도유원지의 모텔 밖에서 기다리게 한 뒤 소녀 2명을 함께 내보내 1명은 선불금 20만원을 받아 챙겨 돌아오게 하고 나머지 1명은 모텔 안까지 따라갔다가 샤워하는 사이에 도망치게 한 혐의다.

이들은 이같은 수법으로 26차례나 `청소년 성매매'를 미끼로 한 사기행각을 펼친 것.

경찰조사 결과, A군은 가출 소녀를 끌어들이고 A군의 엄마는 소녀들이 원조교제 상대 남성에게 붙잡히면 친엄마로 속여 이들을 빼내기로 역할 분담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B양 등은 경찰에서 "아들과 함께 사는 A군 엄마도 처음부터 범행사실을 알고 있었을 뿐 아니라 상대 남성에게 붙잡히면 친엄마라고 속여 빼내줄 테니 마음 편히 가지라고 안심시켰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남성들에게서 10만∼15만원을 받아 대부분 A군 엄마에게 갖다줬고 그가 돈을 관리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범행에 가담한 소녀들은 불구속 입건하고, A군 모자는 사기 혐의로 모두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모자지간인 점이 감안돼 아들만 구속되고 엄마는 구속을 면했다.

경찰은 "A군은 엄마는 범행을 전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고 엄마도 `짐작만 했을 뿐 자세히 알지는 못했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전했다.

A군 모자는 경찰이 비슷한 수법의 사기 행각으로 먼저 구속된 A군 친구들로부터 "엄마랑 같이 돈을 번 애가 있다"는 진술을 확보, 수사에 착수하는 바람에 덜미를 잡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