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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가지 노무현 불가사의에 답하다
- [매거진 esc] 김어준의 그까이꺼 아나토미
(딴지일보 / 김어준 / 2009-06-03)
Q 안녕하세요, 상담계의 순결한 열녀문 어준 형님. 저는 평소 형님의 야매상담에 영감을 받아 반 학우들의 고민을 제 마음대로 해결해주고 있는 고등학생 ‘후루꾸’라고 합니다. 지난주부터 학우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비롯된 각종 현상들에 대해 제게 질문을 합니다. 그런데 어린 저로서는 그런 현상들이 참 불가사의네요. 이럴 땐 역시 상담은 임전무퇴!를 외치시는 형님밖에 없다 싶어, 질문 모아 드립니다. 꼭 풀어주셔요. 꾸벅.
A 야매의 도, 부디 간단없이 용맹정진하여, 본인처럼 하이타이로 무스 하고 팔만대장경으로 빨래하는 득도의 지경에 하루속히 도달키를 기원하는 바이다. 그럼 이제 그 불가사의들을 한번 풀어보자.
1.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에 학우들과 과연 누구에게 그 책임이 있는지를 놓고 토론을 벌이다가 <조선일보> 게시판에 질문을 올렸어요. 결국 명박이에 의한 정치적 타살이라고 봐야 하는 건가요라고. 그런데 비속어로 삭제를 하더라구요. 대체 뭐가 비속어란 걸까요?
>>그분 이름이 비속어라는 거지. 우리는 여기서 조선일보가 상당히 무례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녀석들, 그렇게 안 봤는데 말이지.
2. 그럼 전직 대통령 몇 분 안 되는데 전두환 전 대통령께서 영결식에 참석하지 않으신 이유가 뭔가요?
>>그분 재산이 워낙 약소하시어 차비 문제로 참석 못 하시는 건 아닐까 염려가 그렇잖아도 있었다. 하나 그분께서는 당일, 특정 부위 비대증으로 수술을 하시었다 한다. 왜 하필 그날이냐고 시비 거는 소인배들 없지 않으나, 그게 또 상당히 소중한 부위니라. 그 부위라면 마땅히 우리가 이해해 드리는 게 옳다.
3. 그럼 노태우 전 대통령은 왜 참석하지 않으셨나요?
>> 사람들이 연락하는 걸 깜빡했지 싶다.
4. 김영삼 전 대통령은 그날 보니까 계속 눈을 감고 계시던데, 자신이 정치에 입문시킨 고인과의 과거를 소회하시며 아파하신 건가요?
>> 그분이 원래 아무데서나 잘 주무신다.
5. 김대중 전 대통령은요? 그분이야말로 불참해도 이해될 만큼, 불편해 보이시던데?
>>그건 이렇다. 전직 두 분 불참에, 참석 전직은 주무시고 현직은 욕 자실 게 자명하니, 어떻게 본인이라도 대한민국 대통령의 가오를 책임져야겠다 싶으셨던 게다. 거기 그분조차 없었다고 생각해 봐라. 얼마나 아찔한가.
6. 추도사는요. 추도사를 한 분께만 맡기는 건 역시 형평성에 문제가 있는 거겠죠? 그리고 영결식에 노란색은 수건조차 반입이 안 됐다고 하던데 그건 왜 그런가요?
>>추도사. 초·중·고 담임이 전부 12분이었다고 12명이 주례하더냐. 다 핑계다. 그 꼴 못 봐주겠다는 거, 이상도 이하도 아니니라. 노란색 무조건 반입불가 방침을 내린 자의 정신 상태에 대해서는, 청와대 주치의에게 문의하거라.
7. 이명박 대통령이 헌화 직전에 웃었다는 논란도 있던데요, 정말인가요?
>>아니다. 지상파 3사 생중계에 카메라 집중되는 자신의 헌화 순서에 웃다니. 그런 바보는 없다. 그게 아니라 그분 성정이 워낙 해맑다 보니 이 상황에서 자신이 어찌 표정 지어야 할지 감을 못 잡으면, 그렇게 안면근육이 어정쩡하게 협조가 안 될 때가 있느니라. 그런 걸 표정 배달사고 혹은 자연의 신비라 한다. 그러니 그 표정이 객관적으로 드러내는 건 하나뿐이다. 조금도 슬프지는 않았다는 거.
8.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울었던 건가요? 그리고 사람들이 왜 자꾸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하는 거예요?
>>사실은 바로 자신도, 무관심과 몰이해로, 그 정치적 타살의 공범이었다는 걸 깨닫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 범인들이 너무 시답잖은 자들이라는 게 또 너무 억울하고, 아무도 위로할 수 없는 지경에 혼자 갔다는 게 또 너무 아프고, 그 절벽에 섰을 때의 고인 심정이 고스란히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는 일반인들이 자신을 대입해 감정이입이 가능한, 유일한 정치인이었기에. 지켜드리지 못했다고 하는 건, 노무현이 상징했던 가치는 누가 대신 지켜주는 게 아니라 바로 자신이 지켰어야 했단 걸 통절했기 때문이다.
9. 정부에선 이제는 고인의 유언대로 화합해야 한다고 하던데 그래야 하는 건가요?
>>주요 부위 불어터지는 소리. 피해자의 유언을 빌려서라도 어떻게든 살아남아 보려는 가해자들의 가련한 꼬락서니다. 화합 선언의 권리는, 피해자 고유의 것이니라.
10. 그럼 현 정권 출범 이래 대한민국이 가장 크게 바뀐 건 뭔가요.
>>대한민국은 2008년 2월 25일 이후 섬이 되었다. 이제 사면이 바다다. 서해, 남해, 동해, 그리고 오해.
ⓒ 김어준 딴지 종신총수
- [매거진 esc] 김어준의 그까이꺼 아나토미
(딴지일보 / 김어준 / 2009-06-03)
Q 안녕하세요, 상담계의 순결한 열녀문 어준 형님. 저는 평소 형님의 야매상담에 영감을 받아 반 학우들의 고민을 제 마음대로 해결해주고 있는 고등학생 ‘후루꾸’라고 합니다. 지난주부터 학우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비롯된 각종 현상들에 대해 제게 질문을 합니다. 그런데 어린 저로서는 그런 현상들이 참 불가사의네요. 이럴 땐 역시 상담은 임전무퇴!를 외치시는 형님밖에 없다 싶어, 질문 모아 드립니다. 꼭 풀어주셔요. 꾸벅.
A 야매의 도, 부디 간단없이 용맹정진하여, 본인처럼 하이타이로 무스 하고 팔만대장경으로 빨래하는 득도의 지경에 하루속히 도달키를 기원하는 바이다. 그럼 이제 그 불가사의들을 한번 풀어보자.
1.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에 학우들과 과연 누구에게 그 책임이 있는지를 놓고 토론을 벌이다가 <조선일보> 게시판에 질문을 올렸어요. 결국 명박이에 의한 정치적 타살이라고 봐야 하는 건가요라고. 그런데 비속어로 삭제를 하더라구요. 대체 뭐가 비속어란 걸까요?
>>그분 이름이 비속어라는 거지. 우리는 여기서 조선일보가 상당히 무례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녀석들, 그렇게 안 봤는데 말이지.
2. 그럼 전직 대통령 몇 분 안 되는데 전두환 전 대통령께서 영결식에 참석하지 않으신 이유가 뭔가요?
>>그분 재산이 워낙 약소하시어 차비 문제로 참석 못 하시는 건 아닐까 염려가 그렇잖아도 있었다. 하나 그분께서는 당일, 특정 부위 비대증으로 수술을 하시었다 한다. 왜 하필 그날이냐고 시비 거는 소인배들 없지 않으나, 그게 또 상당히 소중한 부위니라. 그 부위라면 마땅히 우리가 이해해 드리는 게 옳다.
3. 그럼 노태우 전 대통령은 왜 참석하지 않으셨나요?
>> 사람들이 연락하는 걸 깜빡했지 싶다.
4. 김영삼 전 대통령은 그날 보니까 계속 눈을 감고 계시던데, 자신이 정치에 입문시킨 고인과의 과거를 소회하시며 아파하신 건가요?
>> 그분이 원래 아무데서나 잘 주무신다.
5. 김대중 전 대통령은요? 그분이야말로 불참해도 이해될 만큼, 불편해 보이시던데?
>>그건 이렇다. 전직 두 분 불참에, 참석 전직은 주무시고 현직은 욕 자실 게 자명하니, 어떻게 본인이라도 대한민국 대통령의 가오를 책임져야겠다 싶으셨던 게다. 거기 그분조차 없었다고 생각해 봐라. 얼마나 아찔한가.
6. 추도사는요. 추도사를 한 분께만 맡기는 건 역시 형평성에 문제가 있는 거겠죠? 그리고 영결식에 노란색은 수건조차 반입이 안 됐다고 하던데 그건 왜 그런가요?
>>추도사. 초·중·고 담임이 전부 12분이었다고 12명이 주례하더냐. 다 핑계다. 그 꼴 못 봐주겠다는 거, 이상도 이하도 아니니라. 노란색 무조건 반입불가 방침을 내린 자의 정신 상태에 대해서는, 청와대 주치의에게 문의하거라.
7. 이명박 대통령이 헌화 직전에 웃었다는 논란도 있던데요, 정말인가요?
>>아니다. 지상파 3사 생중계에 카메라 집중되는 자신의 헌화 순서에 웃다니. 그런 바보는 없다. 그게 아니라 그분 성정이 워낙 해맑다 보니 이 상황에서 자신이 어찌 표정 지어야 할지 감을 못 잡으면, 그렇게 안면근육이 어정쩡하게 협조가 안 될 때가 있느니라. 그런 걸 표정 배달사고 혹은 자연의 신비라 한다. 그러니 그 표정이 객관적으로 드러내는 건 하나뿐이다. 조금도 슬프지는 않았다는 거.
8.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울었던 건가요? 그리고 사람들이 왜 자꾸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하는 거예요?
>>사실은 바로 자신도, 무관심과 몰이해로, 그 정치적 타살의 공범이었다는 걸 깨닫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 범인들이 너무 시답잖은 자들이라는 게 또 너무 억울하고, 아무도 위로할 수 없는 지경에 혼자 갔다는 게 또 너무 아프고, 그 절벽에 섰을 때의 고인 심정이 고스란히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는 일반인들이 자신을 대입해 감정이입이 가능한, 유일한 정치인이었기에. 지켜드리지 못했다고 하는 건, 노무현이 상징했던 가치는 누가 대신 지켜주는 게 아니라 바로 자신이 지켰어야 했단 걸 통절했기 때문이다.
9. 정부에선 이제는 고인의 유언대로 화합해야 한다고 하던데 그래야 하는 건가요?
>>주요 부위 불어터지는 소리. 피해자의 유언을 빌려서라도 어떻게든 살아남아 보려는 가해자들의 가련한 꼬락서니다. 화합 선언의 권리는, 피해자 고유의 것이니라.
10. 그럼 현 정권 출범 이래 대한민국이 가장 크게 바뀐 건 뭔가요.
>>대한민국은 2008년 2월 25일 이후 섬이 되었다. 이제 사면이 바다다. 서해, 남해, 동해, 그리고 오해.
ⓒ 김어준 딴지 종신총수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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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이 압권이네요 ㅎㅎ 오해.....
4면이 바다 ㅋㅋ
ㅎㅎ
오해 강추~~
아... 천하무적 오해신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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