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사랑에게.. 13 거절당한 여자
- [서경]깡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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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절당한 여자 -
알아버린 걸까, 내가 좋아하고 있는 거..
어떻게 알았을까,
혹시 며칠 전에 그 사람이 핑크색 넥타이 하고 온 날,
내가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창에 비쳤던 건 아닐까..
그래서 보게 된 건 아닐까...
아님, 그 사람이 여자 친구 얘기할 때마다
괜히 얼굴이 붉어지며 표정관리 못했던 거..
그걸 눈치 챈 걸까..
아님, 갑자기 청력이 너무 좋아져서 내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들어버린 걸까...
모르겠어요.
알아버리면 뒷감당이 안 될 것 같아서
감추려고 조심하고 또 했는데...결국은 들켜버린 것 같아요.
점심 먹으러 같이 가자고 그런 것뿐인데..
어차피 점심은 먹을 거니까, 누구하고라도 먹을 거니까..
그냥 요 앞에 새로 생긴 생선구이 집에 같이 가려고
했던 것뿐인데..
무안하게 단칼에 거절하더라구요.
“미안해요. 다이어트 중이라..
간단히 바나나로 때우려고 하는데..”
아마도 왠지 어색해서 그런 거겠죠.
나랑 둘이 마주 앉아서 밥 먹을 생각을 하니..
차라리 굶자~ 싶은 게 아니겠어요?
보기 딱 좋은데..다이어트는 무슨..다 둘러댄 얘길 거예요.
며칠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어요.
부서 사람들 몇몇이 간단히 회식을 했는데..
내가 고기 집에서 맥주 한 잔 따라주겠다고 했더니,
글쎄요, 기겁을 하면서 술 끊었다고 하더라구요.
그렇게 좋아하는 술도 끊었다고 하고 싶고,
배고프면 화가 난다던 사람이 점심도 굶겠다고 하고..
그럴 정도로 그 사람한테 난..불편하고,
부담스러운 사람인가 봐요.
신입사원 면접 볼 때..그 사람이 바로 내 앞 번호여서
그 때 했던 얘기들 생생하게 기억하거든요.
술은 얼마나 마시냐는 면접관 질문에
술을 사랑한다고 했었고,
세상에서 제일 화날 때가 언제냐는 질문엔
배고플 때라고 했으면서..
그래서 내가 참지 못하고 웃어버렸었거든요.
그리고 여자 친구가 있냐는 질문엔 이렇게 대답했죠.
죽는 날까지 의리를 다해 지켜주고 싶은 여자가 있다고...
그나저나..내일부터 어떻게 얼굴을 보죠..?
오늘은 외근 있다고 둘러대고 나와서 그나마 넘겼는데..
내일이 문제네요.
그냥 확 사표를 써 버릴까요..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정말로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냐고,
만약 당신이 그랬더라도
사랑은 숨겨지는 걸 원하지 않았을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