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효녀심청'
- [경]庚寅白虎[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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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미루고 아버지 살린 '현대판 효녀심청'
아버지에 간이식 홍우리씨 "우리 키우느라 고생하신 아버지라서…" 결혼자금·대학원 진학비로 수술비 충당 "건강해진 아버지 보면 내 몸도 편해져"
"괜히 수술하자고 해서 아빠한테 고통만 드린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아빠밖에 없으니까 수술해서 꼭 살리고 싶었어요."
아버지 눈을 뜨게 하기 위해 인당수에 몸을 던진 심청이처럼, 건강상태가 극히 좋지않은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예정된 결혼도 미루고 아버지에게 자신의 간을 떼어준 딸이 있다. 수원에서 아버지와 함께 사는 홍우리(여·25)씨는 아버지 홍성후(61)씨가 간경화로 1~2달 밖에 살지 못한다고 하자 "결혼을 하라"며 말리는 아버지의 말을 듣지 않고 혼자 검사를 해 간이식 수술을 했다. 수술비도 그 동안 결혼하고 대학원에 가기 위해 모아놓은 돈 2500여만원을 고스란히 다 썼다. 그러고도 홍씨는 자신이 수술하자고 해 아버지에게 괜한 고통만 준 건 아닌지 걱정에 휩싸여 있다. 주위에선 그녀를 '현대판 효녀 심청'이라고 부르고 있다.
◆어머니는 14년전 교통사고 사망=홍씨 어머니는 지난 1994년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그뒤 홍씨는 아버지, 언니와 함께 수원시 팔달구 우만동의 조그마한 아파트에서 살았다. 아버지는 10여년 전부터 간암을 앓아 9년 전에도 수술을 했다. 그 때부터 계속 병원 생활을 했고 약을 먹었다. 당연히 생계는 어려울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아버지는 두 딸을 대학교까지 보냈다. 홍씨는 직업으로 '임상병리사'를 택했다. 빨리 취업해 돈을 벌려면 안정된 직업이 필요했기 때문. 홍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지난 2004년 7월부터 송파경찰병원에서 일하고 있다. 홍씨는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아빠가 더 특별한 것도 있어요. 아빠밖에 없으니까요"라고 말했다.
◆1~2달 남았다는 말 듣고 이식 결정=지난해 9월 아버지가 다니던 수원의 병원에서 "조그만 종양이 생겼다"고 했다. 10월에 수술을 받았지만 잘 안 돼 더 큰 병원에 갔다. 병원에서는 "수술을 해도, 안 해도 1~2달 밖에 시간이 없다"고 했다. 이제는 고주파 치료 등의 방법을 쓸 수 없고 간이식 수술밖에 없었다.
홍씨는 그 날로 CT촬영을 하러 갔다. 간을 이식하려면 간 용적을 재 비율이 맞아야 했기 때문. 며칠을 기다려야 하자 오후에 자신이 일하는 병원에 가 바로 찍어 보냈다. 비율이 맞았고 혈액형도 맞아 수술할 수 있다는 결정이 났다.
◆결혼 미루고 저금 털어넣어=하지만 아버지가 말렸다. "나는 살만큼 살았다. 죽기 전에 상견례라도 하자. 그래야 너 결혼식에 손이라도 받들고 들어가지"라는 이유였다. 하지만 홍씨는 "아빠를 살려 놓고 결혼을 하든지 안 하든지 하겠다"고 했다. 홍씨가 3년 정도 만난 남자친구 부모님과 상견례를 하기로 돼 있던 주에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했기 때문이다. 결국 홍씨는 상견례를 미뤘다.
홍씨는 결혼과 대학원 진학을 위해 모아뒀던 돈도 아버지 수술비에 썼다. 3500여만원의 수술비 중 1000여만원은 6·25전몰군경유자녀회 등 주변에서 도움을 줬다. 나머지 2500만원은 홍씨가 취직한 뒤 3년여 동안 모은 돈으로 냈다. 홍씨는 "돈이야 벌면 되죠. 안정된 직장에 다니고 있는데요. 덕분에 아빠가 새 삶을 얻게 되셨으니 학교야 몇 년 더 기다렸다 가면 되겠죠?"라고 말했다.
◆"아빠가 살아서 좋아요!"=지난 1월 9일 홍씨 아버지는 아주대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홍씨 간의 67%를 아버지에게 이식하는 수술이었다. 의사는 "잘 됐다"고 했다. 아버지에게는 아직 이식 거부 반응 없이 전반적으로 괜찮은 상황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홍씨에게 후유증이 생겼다. 예상하지 못했던 통증이 있어 오른쪽 갈비뼈가 부러질 듯이 아프고 허리도 잘 안 펴진다. 그래서 때로 앞으로 살아갈 날이 걱정되고 두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분은 좋다. 홍씨는 "아빠가 살아서 좋아요. 그 때 수술 안 했으면 어떻게 됐을지 모르니까"라고 했다.
"아빠가 좀 아파할 때면 괜히 내 욕심 때문에 수술하자고 해 아빠에게 고통을 준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며 미안해하는 홍우리씨. 그런 홍씨에 대해 아버지의 지인은 "너무 갸륵하다"며 "26살 밖에 안 됐는데 아버지 살리겠다는 갸륵한 마음이 현대판 심청이다"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김진 기자 mozartin@chosun.com]
아버지에 간이식 홍우리씨 "우리 키우느라 고생하신 아버지라서…" 결혼자금·대학원 진학비로 수술비 충당 "건강해진 아버지 보면 내 몸도 편해져"
"괜히 수술하자고 해서 아빠한테 고통만 드린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아빠밖에 없으니까 수술해서 꼭 살리고 싶었어요."
아버지 눈을 뜨게 하기 위해 인당수에 몸을 던진 심청이처럼, 건강상태가 극히 좋지않은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예정된 결혼도 미루고 아버지에게 자신의 간을 떼어준 딸이 있다. 수원에서 아버지와 함께 사는 홍우리(여·25)씨는 아버지 홍성후(61)씨가 간경화로 1~2달 밖에 살지 못한다고 하자 "결혼을 하라"며 말리는 아버지의 말을 듣지 않고 혼자 검사를 해 간이식 수술을 했다. 수술비도 그 동안 결혼하고 대학원에 가기 위해 모아놓은 돈 2500여만원을 고스란히 다 썼다. 그러고도 홍씨는 자신이 수술하자고 해 아버지에게 괜한 고통만 준 건 아닌지 걱정에 휩싸여 있다. 주위에선 그녀를 '현대판 효녀 심청'이라고 부르고 있다.
◆어머니는 14년전 교통사고 사망=홍씨 어머니는 지난 1994년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그뒤 홍씨는 아버지, 언니와 함께 수원시 팔달구 우만동의 조그마한 아파트에서 살았다. 아버지는 10여년 전부터 간암을 앓아 9년 전에도 수술을 했다. 그 때부터 계속 병원 생활을 했고 약을 먹었다. 당연히 생계는 어려울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아버지는 두 딸을 대학교까지 보냈다. 홍씨는 직업으로 '임상병리사'를 택했다. 빨리 취업해 돈을 벌려면 안정된 직업이 필요했기 때문. 홍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지난 2004년 7월부터 송파경찰병원에서 일하고 있다. 홍씨는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아빠가 더 특별한 것도 있어요. 아빠밖에 없으니까요"라고 말했다.
◆1~2달 남았다는 말 듣고 이식 결정=지난해 9월 아버지가 다니던 수원의 병원에서 "조그만 종양이 생겼다"고 했다. 10월에 수술을 받았지만 잘 안 돼 더 큰 병원에 갔다. 병원에서는 "수술을 해도, 안 해도 1~2달 밖에 시간이 없다"고 했다. 이제는 고주파 치료 등의 방법을 쓸 수 없고 간이식 수술밖에 없었다.
홍씨는 그 날로 CT촬영을 하러 갔다. 간을 이식하려면 간 용적을 재 비율이 맞아야 했기 때문. 며칠을 기다려야 하자 오후에 자신이 일하는 병원에 가 바로 찍어 보냈다. 비율이 맞았고 혈액형도 맞아 수술할 수 있다는 결정이 났다.
◆결혼 미루고 저금 털어넣어=하지만 아버지가 말렸다. "나는 살만큼 살았다. 죽기 전에 상견례라도 하자. 그래야 너 결혼식에 손이라도 받들고 들어가지"라는 이유였다. 하지만 홍씨는 "아빠를 살려 놓고 결혼을 하든지 안 하든지 하겠다"고 했다. 홍씨가 3년 정도 만난 남자친구 부모님과 상견례를 하기로 돼 있던 주에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했기 때문이다. 결국 홍씨는 상견례를 미뤘다.
홍씨는 결혼과 대학원 진학을 위해 모아뒀던 돈도 아버지 수술비에 썼다. 3500여만원의 수술비 중 1000여만원은 6·25전몰군경유자녀회 등 주변에서 도움을 줬다. 나머지 2500만원은 홍씨가 취직한 뒤 3년여 동안 모은 돈으로 냈다. 홍씨는 "돈이야 벌면 되죠. 안정된 직장에 다니고 있는데요. 덕분에 아빠가 새 삶을 얻게 되셨으니 학교야 몇 년 더 기다렸다 가면 되겠죠?"라고 말했다.
◆"아빠가 살아서 좋아요!"=지난 1월 9일 홍씨 아버지는 아주대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홍씨 간의 67%를 아버지에게 이식하는 수술이었다. 의사는 "잘 됐다"고 했다. 아버지에게는 아직 이식 거부 반응 없이 전반적으로 괜찮은 상황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홍씨에게 후유증이 생겼다. 예상하지 못했던 통증이 있어 오른쪽 갈비뼈가 부러질 듯이 아프고 허리도 잘 안 펴진다. 그래서 때로 앞으로 살아갈 날이 걱정되고 두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분은 좋다. 홍씨는 "아빠가 살아서 좋아요. 그 때 수술 안 했으면 어떻게 됐을지 모르니까"라고 했다.
"아빠가 좀 아파할 때면 괜히 내 욕심 때문에 수술하자고 해 아빠에게 고통을 준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며 미안해하는 홍우리씨. 그런 홍씨에 대해 아버지의 지인은 "너무 갸륵하다"며 "26살 밖에 안 됐는데 아버지 살리겠다는 갸륵한 마음이 현대판 심청이다"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김진 기자 mozartin@chosun.com]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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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가족이 최고 입니다...
감동입니다...
마음이 너무나 이뿐 아가씨네요..ㅎㅎ 나라에선 상 안주나..ㅎㅎ
너무 감동적이네여ㅜㅜ
감동이네요~
마음이 너무 이쁘네요~
마음이 너무 이쁘네요~
최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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