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자동차시장에 '럭셔리' 바람이 불 전망이다.
상반기 중소형 모델 중심이었던 국산차와 수입차업체들의 마케팅 포인트가 고급·대형 모델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가격인하 전략으로 고속성장세를 보인 수입차들은 올 하반기에는 럭셔리 신차들을 선보이며 꿈의 연간 7% 시장점유율을 달성하겠다는 전략이다.
미국시장에서 최근 점유율 8%선을 돌파하며 약진하고 있는 현대.기아차도 오는 10월 말쯤 최고급 모델 '에쿠스'를 출시해 미국내 '톱5'를 굳히겠다는 구상이다.
한국과 미국시장에서 플래그십 모델(대표 모델)을 앞세운 승부가 예고되고 있다.
◈ 상반기, 국산·수입차 동반 약진
올 상반기 수입차들은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
한국수입차협회 집계에 따르면 수입차들은 사상 처음으로 월 평균 7천대선을 돌파하면서 지난달까지 7개월간 4만9천613대를 팔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1% 증가한 수치로 이미 지난해 전체 판매량의 80%를 넘어섰다.
지난해 4.94%로 떨어졌던 시장점유율도 지난 5월 이후 3개월 연속 7%대를 기록했다. 누적점유율 6.72%로 꿈으로만 여겨졌던 연간 점유율 7%대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수입차들의 이같은 상승세는 이른바 '실용주의' 전략이 경기회복세와 맞아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하반기 가격을 대폭 낮춘 신차들을 대거 출시하면서 수입차에 대한 문턱을 크게 낮춘 것이 주효한 것이다. 국산차들과의 가격차가 좁혀지면서 수입차 저변은 급속도로 확대됐다.
현대.기아차 역시 미국시장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토요타 리콜 사태의 틈새를 쏘나타 등 신차를 앞세워 공격적으로 파고들면서 영토를 점점 확장해가고 있다.
지난해 7.0%였던 점유율은 올들어 7.7%로 높아졌다. 특히, 6월에는 8.4%, 지난달에는 8.5%로 더욱 기세를 올리고 있다. 현대차 단독으로도 2개월째 5.2%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미국내 브랜드 선호도 '톱5'에 처음으로 진입했다.
◈ '실용→럭셔리' 전환…수입 브랜드 차별화
올 상반기 국내시장의 수입차 전성시대는 실용성과 개성을 앞세운 신차들이 이끌었다.
상반기 수입차 판매 '톱10'은 2천cc급 모델들이 대부분이다.
3위 토요타 '캠리', 4위 폭스바겐 '골프 TDI', 6위 아우디 'A4', 7위 메르세데스 벤츠 'C200', 9위, 10위 폭스바겐 '파사트 TDI', 'CC TDI'가 모두 2천cc다.
국산차에 대한 가격경쟁력을 갖춤으로써 수입차도 실제로 소유가능한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준 결과다.
하지만 하반기들어 수입차들의 전략에 변화 조짐이 보이고 있다. 수입차업체들은 지난해 하반기와는 달리 첨단 기술력이 집약된 럭셔리 모델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재규어 '뉴 XF 5.0 프리미엄', 랜드로버 '뉴 레인지로버 스포츠 수퍼차저' 등이 출시된 데 이어 폭스바겐은 다음달 초 3년간의 절치부심 끝에 내놓은 신형 페이톤을 국내시장에 선보인다.
또, 포드의 대표 스포츠카 '2011년형 뉴 머스탱 V6', 아우디의 플래그십 모델 '뉴 A8', 렉서스의 고성능 스포츠 세단 'IS-F', 캐딜릭과 인피니티의 럭셔리 SUV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 에디션'과 '올 뉴 인피니티 QX', 푸조의 프리미엄 쿠페 'RCZ' 등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이같은 수입차들의 노선 변화는 경기회복으로 고급 모델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수입 브랜드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다시 강화하겠다는 의도가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가격인하를 통해 수입차 판매는 늘었지만 역설적으로 국산차와의 차별화는 옅어졌다는 점을 고려해 업체를 대표하는 최고급 모델로 '수입차=럭셔리' 공식을 확고하게 하겠다는 전략이다.
폭스바겐코리아 방실 마케팅부장은 "올 상반기에는 골프와 같은 실용적인 모델이 인기를 끌면서 고객 저변 확대에 크게 기여했다"면서 "하반기에는 최고급 세단 신형 페이톤을 통해 폭스바겐 브랜드 차별화와 수입차시장 1위를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
◈ 대표선수 출전…현대기아차의 브랜드 격상 전략
자동차업체의 최고급 모델은 전쟁의 향방을 좌우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 결정적인 무기와 같다. 따라서 소형에서 최고급 모델까지 풀 라인업을 구축하지 않는다면 완전한 전투 진용이 갖춰졌다고 볼 수 없다.
현대.기아차가 10월 말 미국시장에 '에쿠스'를 투입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다.
'에쿠스'의 출시는 벤츠, BMW, 렉서스 등에 던지는 현대.기아차의 승부수다. 럭셔리 시장의 승리 없이는 미국시장에서 더 이상의 도약을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토요타가 렉서스 LS시리즈 출시로 브랜드 고급화에 성공하며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낸 것처럼 대표선수 '에쿠스'의 출전을 통해 현대.기아차 브랜드 가치 상승과 영토 확장에 나서겠다는 복안이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지난달 말 미국 공장과 판매법인 등을 돌아보며 신차 출시를 현장에서 직접 점검하고 독려했다. '에쿠스' 출시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현대차 주현종 북미팀장은 "최고급 세단 에쿠스 출시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한 차원 격상시키고 소형부터 대형까지 풀라인업을 구축해 미국시장에서의 상승세를 더욱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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