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때: 1985.12.DD~

1학년 2학기를 세상에 무슨 원수라도 진 듯 술만 마시고 지냈다. 2학기를 시작하자 마자 실연을 당했다. 세상이 싫었다.
추운 12월 그냥 무작정 배낭을 싸서 혼자 떠났다. 어디라 정하지도 않고 그냥 내려보니 속초였다.
양양을 거쳐 오색에 도착했다.
터벅 터벅 가다 보니 누가 물었다
“아저씨 어디 가세요?”
“설악산에 가는데요. 나 아저씨 아닌데요. 학생인데요”.
“여기가 설악산인데. 어디가”.
“설악산이요”.
“어디 가냐고!”.
“저 꼭대기 가는데요”.
“꼭대기 대청 말하는 거야”.
“예”.
“눈이 많이 와서 못 가”.
“가면 안돼요?” “못 가”. “그냥 돌아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텅 빈 오색 주차장 한 귀퉁이에 주저 앉아 소주를 까고 있는 내가 있었다.
많이 먹지는 않았던 것 같다. 취한 기억이 없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왔다(남자 다수 여자 소수). 나랑 똑같이 눈 때문에 못 올라간 사람들이었다.
어떻게 해서 왜? 그 사람들이랑 같이 주전골에 같이 갔는지 모르겠다. 술도 마시고 많은 시간을 같이 보냈다. 알고 보니 화장지 회사(그 당시 좀 비싼 화장지였는데 기억이 안 남 / 몇 년을 화장지는 그것만 사용했는데, 벌써 치맨가!) 사람들이 단체로 온 것이다. 내가 왜 연락처를 줬는지 기억이 없지만, 좌우지간 사람들 중 소수(3명인 것 같음)의 여자(절대 1명임)와 2학년을 시작했다. 그리고 난 집으로 왔다. 꼭대기 못 가 보고.

등정 실패기다. 잠깐 옆길로 새서 다음 제3화에 여자(절대 1명)와의 에피소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