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 경각에 달린 호주의 2살배기 남아가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 절묘한 상황 전개로 목숨을 건진 사연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호주언론에 따르면 화제의 주인공은 수도 캔버라의 와라망가에 사는 제이비어 차바스 군으로 이 아이는 두 달 전인 8월14일 오후 목욕을 마친 후 7살난 형의 침대에 앉아 책을 보다가 갑자기 심장발작을 일으키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다급해진 아이 엄마 트리스틴 멀키니 씨는 막바로 구급대에 전화를 한 후 숨을 쉬지 못해 파랗게 질린 채 심장도 뛰지 않는 아들을 안고 구급차를 기다리기 위해 길거리로 뛰쳐나갔다. 이렇게 아이가 빈사상태로 도로변에 쓰러져 있을 때, 마침 그 시간에 캔버라 병원 응급실 의사인 토마스 코로마 씨가 당직을 마치고 퇴근길에 그 집 앞을 지나고 있었다.

길에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리는 모습을 보고 차를 세운 코로마 씨는 제이비어 군의 상태를 직감하고 바로 심폐소생술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분 후에는 비번 경찰관인 데이빗 힐리 순경이 응급처치 교육을 받고 귀가하다가 역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고 차에서 내렸다. 순경은 엄마를 위로하고 사람들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통제를 했다.

또 몇분 뒤에는 코로마 씨와 같은 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엘리자베스 터너 씨가 그 길을 지나다가 누군가가 심폐소생술을 행하는 것을 보고 차를 세웠다. 간호사는 그 동네에 사는 자기 할머니와 함께 외출했다가 집에 모셔다 드린 후 돌아가던 중이었다.

의사와 간호사는 2인 공조체제로 구급차가 도착할 때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심폐소생술을 계속했고 결국 의사는 심장 세동제거기(defibrillator)를 사용하여 심장을 다시 뛰게 했다.

아이는 다시 숨이 돌아온 상태에서 캔버라 병원으로 실려 갔다가 시드니 아동병원으로 공수된 후 중환자실에서 약물에 의한 유도 혼수상태로 5일간 지내는 등 3주 반 동안 입원 치료를 받고 완전히 회복했다.

'사이클론'이란 별명을 갖고 이번 일이 있기까지 별다른 건강문제가 없었던 제이비어 군의 병명은 희귀한 '롱큐티(Long QT) 증후군'으로 밝혀졌다.

이는 심장 전기시스템의 이상으로 갑자기 심장박동이 빨라지면서 졸도, 심장발작을 일으키며 심장박동이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수분내 사망할 수 있는 치명적인 병이다.

어린이나 젊은이들의 돌연사의 흔한 원인이 되고 있지만, 이 문제를 갖고 있는 사람의 3분의 1은 평소에 아무런 증상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이비어 군은 만약 심장박동에 다시 이상이 생기면 전기충격을 가해 정상적인 리듬을 회복시키는 세동제거기를 몸에 이식했다.

건강한 모습으로 귀가한 제이비어 군은 두달 만에 처음으로 지난 11일 가족과 함께 캔버라 병원을 방문, 생명의 은인 3명을 만나 감사의 미소를 전했다.

제이비어 군의 생명을 구한 코로마 씨는 자신과 간호사가 병원에서 심폐소생술을 많이 해봤지만 장비가 전혀 갖춰져 있지 않은 노상에서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아이가 살아난 것이 더욱 놀랍게 느껴진다고 소감을 말했다.

코로마 씨는 "처음엔 아이가 죽은 줄 알고 겁이 났었다"고 회상하고 "다시 아이를 보게 되는 해피엔딩으로 끝나 매우 기쁘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내달 만 3세가 되는 제이비어 군의 엄마 멀키니 씨는 "내가 아이를 안고 밖으로 나간 것도, 마침 의사가 그 길을 지나가고 있었던 것도 다 기적"이라면서 "그때 코로마 씨는 5분 내에 나타난 것 같다"고 전했다.

호주온라인뉴스(http://www.hojuonlin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