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 2008년 02월14일(목) "SPONET" 최강 서경방 출석부 ♡
- [서경]루루
- 조회 수 157
- 2008.02.14. 08:57
산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영월 읍내로부터 40여리가량 떨어진
강원도 산골에서 20여년을 자랐으니 산과 가장 친숙할 법하다.
서울에 와서 몇가지 적응안되는 것 중의 하나가
운동삼아 산에 가거나 자전거를 타는 것이었다.
산은 그냥 가서 노는 곳이었고, 자전거는 편하자고 타는 것이어서
그게 어떻게 운동이 되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지금도 산은 내겐 놀러가는 즐거움이고, 자전거는 편안한 탈 것이다.
강원도는 마을이 서 있는 곳이
이미 서울 인근의 웬만한 산높이에 이른다.
어찌보면 강원도는 서울 사람들이 운동으로 이르고자 하는 높이를 평지로 살아간다.
그래서인지 서울 사람들이야 산에 갈 때면 등산복을 차려입지만
어릴 때 산에 오르는 우리는 그냥 평상시의 그 옷 그대로였다.
등산복을 입고 걸음을 재게 옮기며 산을 오르는 사람들을 보면
난 사람들이 산을 오르는게 아니라 산과 씨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난 산에 가면 산과 함께 놀다 오고 싶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산에 가서 땀을 뻘뻘 흘리며
산과 씨름하다 오고 싶어한다.
씨름도 산과 노는 것처럼 생각될 수 있지만 둘 사이의 느낌은 많이 다르다.
많은 사람들이 설악산 대청봉에 오르는 것을 자신의 건강에 대한 확인서로 삼는다.
물론 나도 그런 점에선 예외가 아니다.
나도 대청봉에 올랐을 때 내 건강을 분명하게 확인한 것인양 뿌듯했었으니까.
그렇지만 대청봉을 건강에 대한 확인서 삼아 올라가면
마치 산을 오르는 것이 건강진단서를 떼기 위해 병원에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 달가운 느낌은 아니다.
산에 가면 그렇게 확연하게 다른 두 가지 느낌을 마주하곤 한다.
그 느낌의 차이를 황인숙의 시 한 편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친구와 북한산 자락을 오른다
나는 숨이 찰 정도로 빨리 걷고
친구는 느릿느릿.
그의 기척이 이내 아득하다
나는 친구에게 돌아가 걸음을 재촉한다
그러기를 몇 번, 기어이 친구가 화를 낸다
산엘 왔으면, 나무도 보고 돌도 보고
풀도 보고 구름도 보면서 걷는 법이지
걸어치우려 드느냐고
아하!
친구처럼 주위를 둘러보며 걸으려는데
어느 새 휙휙 산을 오르게 되는 나다
땀을 뚝뚝 흘리며 바위에 앉아 내려다보면
멀리서 친구가 느릿느릿 올라온다
나무도 데리고 돌도 데리고
풀도 데리고 구름도 데리고.
—황인숙, 「산오름」 전문
가장 눈에 띄는 구절은 ‘걸어치우’듯 걷는 걸음걸이와
‘데리고’ 걷는 걸음걸이이다.
‘걸어치우’듯 걷는 걸음걸이에서
나는 사람들이 씨름하듯 산을 오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던 셈이다.
그 대척점엔 느릿느릿 걷는 걸음이 놓여있다.
느릿느릿 걷는 걸음은 그냥 속도의 차이만 보여주는게 아니다.
그건 여유로운 걸음걸이가 아니라
나무와 돌, 풀과 구름을 데리고 함께 걷는 걸음걸이이다.
휙휙, 빠른 걸음은 나무과 돌, 풀과 구름을 팽개치고
자기 혼자만 가는 걸음걸이이다.
그런 빠른 걸음으로 산을 올랐다 내려온 날엔
산을 갔다 왔으면서도 산을 갔다 온 것이 아니라
오늘도 산을 하나 해치운 느낌이었다.
느릿느릿 걸어서 산을 올랐다 온 날,
그런 날은 집에 오면 산이 집까지 함께 왔다.
처음엔 나무와 돌, 풀과 구름을 데리고 산에 올랐는데
산을 내려와 집에 올 때 산을 데리고 올 수 있었다.
그렇게 하여 유명산을, 설악산을, 집으로 데리고 올 수 있었다.
생각해보니 어릴적 시골살 때는
항상 산을 내려올 때 산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던 셈이다.
데리고 온 산은 며칠 집에서 놀다가 갔다.
산에 가서 느릿느릿 산을 올랐다 내려오며 산을 데리고 집으로 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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