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의 아름다움
- 푸른광산
- 1153
- 8
영월 여행을 다녀왔는데 여행사진을 혼자보기가 아까워서 올려봅니다.^^
회원님들도 다음번에 영월 여행을 가실 계획이라면
한 번 참고해보세요~
내용이 좀 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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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번 휴가에는 무얼하지?
신문을 펼쳤다.
한 귀퉁이에 봄철에 가볼만 한 곳들에 대한 몇 가지 정보가 눈에 띄였다.
그 중에 한 곳이 영월이었다.
영월이라...
그래...
영월이다..
그렇게 해서 나의 이번 여행은 시작되었다.
솔직히 두려움도 들었다.
이번에 내가 향하는 곳은 정말 강원도 내륙인데다가
동행도 없고, 영월 어디선가 하룻밤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뭐..
이게 인생이 아니겠는가..
너무 목적지가 없이 떠나게 되면 가슴 한구석이 심하게 허해져 올까봐
그래도 몇가지를 찍었다.
일단 영월에 위치한 '책박물관'을 향했다.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31번 국도를 따라 평창으로 빠졌다.
그리곤 산을 굽이굽이 넘어 영월에 이르게 되었다.
내가 그동안 지나쳐온, 혹은 다녀보았던 강원도는...
양구, 인제, 홍천, 춘천, 고성, 속초, 강릉, 태백, 삼척, 동해, 양양, 정선..
어줍잖게도 이곳저곳을 많이 돌아다녀보았지만,
그래..
영월은 정말 '처음이다'
오랜 시간을 달려 책박물관에 이르렀지만,
처음엔 그곳을 찾기가 힘들었다.
그 이유는..
너무 구석진 곳에 있어서..
강원도의 이런 소규모 박물관은..
당시 붐이 일었던 폐교를 이용한 리모델링을 통해서 지었나보다.
이곳도 어느 외진 곳의 폐교된 분교를 이용하였다.
아무도 없는...
쓸쓸함 입구에는 영월 책박물관이라는 팻말만이 반겨주고 있었다.
하긴..
평일 오후에 사람들이 있을 턱이 없지..
역시 이런 곳은 풍경자체가 아름답다.
그냥 가만히 바라만 보아도 무언가 푸근해져옴을 느낄 수 있었다.
관리소로 들어갔는데,
그쪽 사람들이 나를 보고 놀라는데 나는 더 놀랐다.
관람객으로 올 수도 있는데,
이런 곳에 왜 왔냐는 눈빛이랄까..
아니..
인터넷에 홈페이지까지 운영을 하면서 대체...
정작 들어가보니 폐교실 3곳에 나누어서 책을 전시해놓았는데,
불도 켜놓지 않았고,
전시상태도... 너무 부실한데다..
좀..
조악하다고 할까?
그런 실망스러운 느낌을 받았다.
뭐..
아직까지는 실망하기에 이르다고요..
허탈한 마음을 안고 박물관 앞으로 나왔는데,
앞에 펼쳐진 경치가 너무 아름다웠다.
무어라할까..
사진만 찍어도 마치 외국에 나온 것처럼
그림이 된다고 할까..
다음 예정지였던 곤충박물관을 향하던 중에
'한반도 지형'이라는 팻말을 보고 무작정 길을 바꾸었다.
이게 무엇일까..
어차피 정해지지 않은 여행이니 찾아보는 재미도 있을테지.
하지만 내가 들어선 길은 비포장 길이었고,
무언가 심상치 않은 느낌을 주었다.
깊이 깊이 산길을 따라 들어갔으나,
내 눈앞에 펼쳐진 것은 인적도 느껴지지 않는 산골마을이었다.
정말 인적도 없는..
결국엔 마을까지 건넜으나,
길은 강가에서 막히고 말았다.
속은 건가..
대체 한반도 지형이라는 것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여전히 좋지 않은 출발이다.
무언가 한 눈 가득히 담고,
느껴보려고 했는데,
그런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가던 길로 되돌아 나왔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바보 같았던 게...
내가 만났던 그 강가가 바로 한반도 지형의 일부분이었고,
그 전체를 조망하기 위해서는
오던 길 가운데 샛길로 다시 올라가서는
산 정상에서 보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후에야.. 알게된 그 한반도 지형이라는 것은..
영월군 홈페이지에서 찾게된 이것이었다.
그렇다면..
내가 바라본 곳은 한반도 지형의 강원도 쯤에 해당하는 곳에 있는 모래밭 근처였던 것이다.
역시..
근시안적인 시각이 문제였어..
실제로 보았다면 참으로 멋졌을텐데..
다시 길을 돌아서 향한 곳이 곤충 박물관.
어땠을 것 같아?
안타깝게도..
오늘 문을 닫았더라..
이번 여행은 대체 왜 이런거야..
계속 펑크가 나는 군..
하지만 무작정 나를 실망시키지는 않았다.
영월 시내로 들어가는 언덕에 있던 '선돌'
처음엔 올라가봐야 얼마나 대단할까 싶었지만..
그곳에 서게 되자
바로 감탄사가 튀어나올 수 밖에 없었다.
그 선돌 전망대에서 본 경치..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내 작은 두 눈으로 이런 경치를 차곡차곡 담아둘 수 있다는 것이
정말 고마웠다.
무언가 아름답고,
무언가 느끼게 해주는,
어떤 삶의 자극을 주는 것들...
힘들게 이르게 된 곳이 영월군청 옆에 있는 동강사진박물관이었다.
이때부턴 돈을 내고 구경을 하게 된다구..
무언가 설레는 마음으로 이런 곳을 바라본다는 것은 참으로 좋은 일이다.
한 장소 한 장소를 돌아다니며
정성껏 그곳들을 구경했다.
이미 어떤 기회를 통해서 알게 되었던
'최민식'님의 작품을 보게 되어서 기뻤다.
특히나 특별전시를 하고 있던 '김기찬'님의 골목안 풍경은
내가 생각하는 사진의 철학(물론 내 철학은 스냅용 밖에 되진 않지만..)과
유사한 사고를 가지고 있어서 정말 즐거운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나만의 시각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것.
그것은 남들에게는 독특함일 수 있지만,
나에게는 당당함일 수 있다..
한참을 감상하던 사진 중에서 한 사진에 내 시선이 머물렀다.
그 사진에는 한 유랑극단에 공연장에
어린 아이들이 갓난아기를 업고서 삼삼오오 모여든 사진이었다.
참으로 어린 아이들이 갓난 아기를 업고 키울 수 밖에 없던 그 시절..
그 아이들의 느낌, 그리고 그 풍경..
그런 아이들 중의 한 명이
지금의 내 어머니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자...
이유없이 콧등이 시큰해져옴을 느꼈다.
나는 이런 '신파'에 약하다..
영월은 자그마한 도시다.
어찌보면 작년에 내가 그토록 고생을 했던 양구보다도 더 볼품없는 도시이다.
거기에다 강원도 내륙이라니..
정말 그 자그마함은 온 동네 사람들이 일면식은 있을만 했다.
다음에 내가 향한 곳은 묵산 미술관이었다.
이곳은 영월의 동쪽 끝자락에 위치한 곳이라서
계곡을 따라난 길을 통해서 한참을 내려가야만 했다.
정말 외진 곳에 있는 미술관..
이곳에 대해서 몰랐던 것이
사립 미술관이라는 것이었다.
어김없이 내가 들어서자,
자리를 지키고 있던 분이 놀란 듯한 표정으로 맞이했다.
"설명을 해드릴까요?"
알고보니 그 분도 화가이셨던데,
전시된 그림들에 대해서 상세하게 설명을 해주셨다.
임상백 화백이라는 분이 관장인데,
그분의 설경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어차피 나는 그림에는 문외한이었지만,
그래도 즐거운 마음으로 감상을 할 수 있었다.
이 자체가 좋은 것이니까..
조선민화박물관.
정말 영월에는 박물관이 왜 이리도 많은지..
중소박물관들이 참 많은 것 같다.
며칠의 여유를 두고 왔으면 좋았을만한 곳들...
출렁다리로 한 껏 멋을 낸 입구를 지나면
폭탄머리를 한 장승이 웃고 있고,
그제서야 박물관 건물이 넌지시 보인다.
그 안에는 이런저런 민화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좀 더 시간이 많았다면
관리인에게 설명을 부탁했을텐데...
오늘의 마지막 코스는 김삿갓 박물관이었다.
흠..
김삿갓은 만화에나 한번쯤 보았을 뿐이라
왜 영월에서 이런 김삿갓 박물관을 만들었는지 예상도 하지 못했다.
그의 본명은 김병연
이곳 영월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던 것이다.
영월에서 장원급제를 하였으나,
당선작이 하필 자신의 할아버지를 욕한 글이었으니..
뒤늦게 가문의 비사를 알게된 김병연은
길을 떠나게 되었다..
이해력이 떨어지는 나였으나
재치넘치는 김삿갓의 글 몇 편을 읽어보면
그 사람..
지금 태어났으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을 해보게 된다..
어느덧 해가 지고 있었다.
산을 타고 넘어가는 노을은 일상과는 다른 무엇이었다.
오늘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은
별마로 천문대였다.
정말 오늘의 마지막 코스..
바람은 세차게 불었고,
하늘에는 별이 그다지 많이 보이지는 않았다.
평일 밤인데,
과연 사람들은 몇이나 있을지..
4층 천문실에 오르게 되면,
생각했던 것처럼 밝은 불빛으로 조명이 비춰지진 않았다.
오히려 어두컴컴한 상태 그대로 별을 보아야만 했다.
어둠에 익숙해져야만
자그마한 불빛을 볼 수 있었으므로..
그것이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과,
실제 경험을 한 사람과의 차이였다.
천정이 자동으로 열리면서 하늘이 개방되는 모습은 정말 경이로웠다.
나 말고도 세 쌍의 연인들이 있었지만,
그들의 시선을 부담스러워할 필요는 없었다.
다행히 어두컴컴했거든...
(내가 찍을 수 없었던 사진이라
천문대 홈페이지에서 몇 장을 가지고 왔다.)
함께 관람을 했던 연인들은 모두 빠져나갔다.
나와 관람순서가 엇갈렸나보다.
지하 천체 투영실에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고 있으니
손님이라고는 3살배기 아기를 안고 있는 젊은 부부 밖에 없었다.
천체투영실에서 직원이 들어와 설명을 시작했다.
불이 꺼지고 동그란 돔천정에 갖가지 별자리를 비추기 시작했다.
무언가 설명을 좀 하려고 할 때에
아기가 계속 칭얼대자,
그 부부가 견디지 못한 듯 나가버렸다.
이제 그 방에는 그 직원과 나만이 남아있었다.
"이젠 어쩌죠?"
직원과 이런 저런 잡담을 나누다가
속성으로 설명을 들은 후,
그 사람의 건강상담을 한참 해주고서는..
커피를 얻어마실 수 있었다.
"나중에 궁금하신 것 있으시면 꼭 제 홈페이지에 들러주세요."
그 직원의 마지막 말이었다..
영월 시내로 돌아왔다.
갑자기 '라디오 스타'가 떠올랐다.
영화 속에서 안성기와 박중훈이 이 거리를 걸어가며
노래를 흥얼대던 모습이 떠올랐다.
무언가 운치가 느껴진다..
이곳이 바로 청록다방이다.
그 유명한..
라디오 스타에서 청록다방의 김양이 어찌나 매력적이던지..
밤도 늦었고,
혼자서 불쑥 들어가서 커피를 마셔댈 용기가 생기질 않았다.
으음..
갑자기 왠만큼 다 보았는데, 이만 돌아가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서 밤을 나기가 부담스러웠다.
혼자서 떠나는 여행에..
혼자 모텔에서 잘 생각을 하니..
한참을 고민하다가 기왕 어려운 걸음을 했는데,
내일 조금더 돌아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근처 편의점에서 맥주 두 병을 사들고,
모텔로 들어가서 잠을 청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어디로 떠나야할지 고민이 되었다.
지도를 펼쳐놓고, 이리저리 돌려보고, 시간도 고려해보고..
영월역이 보였다.
그래.. 기차를 타보자..
떠나기 전에 많이 망설였다.
청록다방 커피가 한 번 마셔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뭐..
여기 얼굴 좀 팔면 어때..
다시 볼 사람들도 아니고..
그냥 용기를 내서 청록다방엘 들어갔다.
동네 아줌마들이 앉아있었다..
한쪽 벽에는 라디오스타 촬영지임을 알 수 있게 해주는
포스터와... 싸인들이 붙어있었다..
커피를 시킨 후 폼을 내며 마시려고 했는데,
어라..
이건 영화에 나오던 그 커피잔 아니야?
영월역에 이르렀다.
목적지는 대체..
나도 모른다.
동쪽으로 향하면 강릉까지 가게 되는데,
적당한 시간을 고려해본다면 최대한 사북까지만 가야겠다.
표를 끊고...
기차에 앉았다.
기차역은..
왠지모르게 가슴이 콩닥콩닥 뛰면서
콧등이 시큰해지게 하는 마력이 있는 것 같다.
나는..
기차역에만 가면 그렇다.
왜 그럴까..
전생에 기차역에서 근무를 했던 것일까..
간만에 아무 역에서나 내리기 신공을 발휘했다.
학생때 서울에서 부산으로 기차를 타고 내려오다가
밀양역이 마음에 들어서 무작정 내렸는데..
그날 죽도록 고생한 경험이 떠올랐지만..
뭐... 첨 가보는 곳이니까..
그렇게 해서 내가 내린 곳이..
증산역이었다.
아...
정말 이렇게 황량한 곳이 있을까..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거리가 main street 이고..
그외엔 아무 것도 없었다..
정말.. 아무 것도..
다시 기차를 타려면 2시간여를 기다려야 했기에
근처를 걸어다녔다.
보이는 것은 산이오..
집은 정말 띄엄띄엄..
버스를 기다리는 것도..
비행기를 기다리는 것도..
택시를 기다리는 것도..
각자 나름의 느낌을 가지고 있지만,
기차를 기다리기 위해서
플랫폼에 앉아 있는 것이
나는 가장 마음에 든다..
몇 년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내 손에는 기차표 하나 밖에 없다.
멍하니..
대기실에 앉아서 철길을 바라다보면
무언가 좋은 생각이 하나 떠오를 것만 같다..
기차를 타고 다시 영월로 돌아왔다.
증산역앞 관광지도를 보다가
그중 눈여겨 보았던 '선생 김봉두'의 촬영지라는 정선으로
떠나기로..
방금 막..
결심했다.
선생 김봉두의 촬영지였다는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 덕천리는..
정말...
정말... 오지였다.
이곳은... 양구보다도..
그나마 관광거리가 있던 영월보다도..
정말 인적이 없는 산길을 따라가다보니..
높은 산들로 둘러싸인 계곡에 자그마한 마을이 보인다..
정말..
지독스럽게도 외진 마을..
김봉두의 촬영지였음직한 풍경이었다.
김봉두씨가 근무를 했던 초등학교는 찾질 못했는데,
여행에서 돌아온 후에 찾아보니,
예전의 모습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고 했다.
간간이 집은 보이는데,
인적은 없는..
그런 동네였다.
내가 마지막에 이른 곳은
영월로 이어지게 되는 동강 상류였다.
어찌나 물색깔이 청초하던지..
해는 이제 뉘엿뉘엿 기울어지고 있었고,
동강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면서..
이번 여행을 이제 접으려 한다.
아마도..
세월이 흐른 후에도..
지금의 영월을 잘 간직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녀가 돌아왔다 OST, Love Theme
회원님들도 다음번에 영월 여행을 가실 계획이라면
한 번 참고해보세요~
내용이 좀 길어요..^^
====================================================================================================
어느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번 휴가에는 무얼하지?
신문을 펼쳤다.
한 귀퉁이에 봄철에 가볼만 한 곳들에 대한 몇 가지 정보가 눈에 띄였다.
그 중에 한 곳이 영월이었다.
영월이라...
그래...
영월이다..
그렇게 해서 나의 이번 여행은 시작되었다.
솔직히 두려움도 들었다.
이번에 내가 향하는 곳은 정말 강원도 내륙인데다가
동행도 없고, 영월 어디선가 하룻밤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뭐..
이게 인생이 아니겠는가..
너무 목적지가 없이 떠나게 되면 가슴 한구석이 심하게 허해져 올까봐
그래도 몇가지를 찍었다.
일단 영월에 위치한 '책박물관'을 향했다.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31번 국도를 따라 평창으로 빠졌다.
그리곤 산을 굽이굽이 넘어 영월에 이르게 되었다.
내가 그동안 지나쳐온, 혹은 다녀보았던 강원도는...
양구, 인제, 홍천, 춘천, 고성, 속초, 강릉, 태백, 삼척, 동해, 양양, 정선..
어줍잖게도 이곳저곳을 많이 돌아다녀보았지만,
그래..
영월은 정말 '처음이다'
오랜 시간을 달려 책박물관에 이르렀지만,
처음엔 그곳을 찾기가 힘들었다.
그 이유는..
너무 구석진 곳에 있어서..
강원도의 이런 소규모 박물관은..
당시 붐이 일었던 폐교를 이용한 리모델링을 통해서 지었나보다.
이곳도 어느 외진 곳의 폐교된 분교를 이용하였다.
아무도 없는...
쓸쓸함 입구에는 영월 책박물관이라는 팻말만이 반겨주고 있었다.
하긴..
평일 오후에 사람들이 있을 턱이 없지..
역시 이런 곳은 풍경자체가 아름답다.
그냥 가만히 바라만 보아도 무언가 푸근해져옴을 느낄 수 있었다.
관리소로 들어갔는데,
그쪽 사람들이 나를 보고 놀라는데 나는 더 놀랐다.
관람객으로 올 수도 있는데,
이런 곳에 왜 왔냐는 눈빛이랄까..
아니..
인터넷에 홈페이지까지 운영을 하면서 대체...
정작 들어가보니 폐교실 3곳에 나누어서 책을 전시해놓았는데,
불도 켜놓지 않았고,
전시상태도... 너무 부실한데다..
좀..
조악하다고 할까?
그런 실망스러운 느낌을 받았다.
뭐..
아직까지는 실망하기에 이르다고요..
허탈한 마음을 안고 박물관 앞으로 나왔는데,
앞에 펼쳐진 경치가 너무 아름다웠다.
무어라할까..
사진만 찍어도 마치 외국에 나온 것처럼
그림이 된다고 할까..
다음 예정지였던 곤충박물관을 향하던 중에
'한반도 지형'이라는 팻말을 보고 무작정 길을 바꾸었다.
이게 무엇일까..
어차피 정해지지 않은 여행이니 찾아보는 재미도 있을테지.
하지만 내가 들어선 길은 비포장 길이었고,
무언가 심상치 않은 느낌을 주었다.
깊이 깊이 산길을 따라 들어갔으나,
내 눈앞에 펼쳐진 것은 인적도 느껴지지 않는 산골마을이었다.
정말 인적도 없는..
결국엔 마을까지 건넜으나,
길은 강가에서 막히고 말았다.
속은 건가..
대체 한반도 지형이라는 것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여전히 좋지 않은 출발이다.
무언가 한 눈 가득히 담고,
느껴보려고 했는데,
그런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가던 길로 되돌아 나왔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바보 같았던 게...
내가 만났던 그 강가가 바로 한반도 지형의 일부분이었고,
그 전체를 조망하기 위해서는
오던 길 가운데 샛길로 다시 올라가서는
산 정상에서 보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후에야.. 알게된 그 한반도 지형이라는 것은..
영월군 홈페이지에서 찾게된 이것이었다.
그렇다면..
내가 바라본 곳은 한반도 지형의 강원도 쯤에 해당하는 곳에 있는 모래밭 근처였던 것이다.
역시..
근시안적인 시각이 문제였어..
실제로 보았다면 참으로 멋졌을텐데..
다시 길을 돌아서 향한 곳이 곤충 박물관.
어땠을 것 같아?
안타깝게도..
오늘 문을 닫았더라..
이번 여행은 대체 왜 이런거야..
계속 펑크가 나는 군..
하지만 무작정 나를 실망시키지는 않았다.
영월 시내로 들어가는 언덕에 있던 '선돌'
처음엔 올라가봐야 얼마나 대단할까 싶었지만..
그곳에 서게 되자
바로 감탄사가 튀어나올 수 밖에 없었다.
그 선돌 전망대에서 본 경치..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내 작은 두 눈으로 이런 경치를 차곡차곡 담아둘 수 있다는 것이
정말 고마웠다.
무언가 아름답고,
무언가 느끼게 해주는,
어떤 삶의 자극을 주는 것들...
힘들게 이르게 된 곳이 영월군청 옆에 있는 동강사진박물관이었다.
이때부턴 돈을 내고 구경을 하게 된다구..
무언가 설레는 마음으로 이런 곳을 바라본다는 것은 참으로 좋은 일이다.
한 장소 한 장소를 돌아다니며
정성껏 그곳들을 구경했다.
이미 어떤 기회를 통해서 알게 되었던
'최민식'님의 작품을 보게 되어서 기뻤다.
특히나 특별전시를 하고 있던 '김기찬'님의 골목안 풍경은
내가 생각하는 사진의 철학(물론 내 철학은 스냅용 밖에 되진 않지만..)과
유사한 사고를 가지고 있어서 정말 즐거운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나만의 시각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것.
그것은 남들에게는 독특함일 수 있지만,
나에게는 당당함일 수 있다..
한참을 감상하던 사진 중에서 한 사진에 내 시선이 머물렀다.
그 사진에는 한 유랑극단에 공연장에
어린 아이들이 갓난아기를 업고서 삼삼오오 모여든 사진이었다.
참으로 어린 아이들이 갓난 아기를 업고 키울 수 밖에 없던 그 시절..
그 아이들의 느낌, 그리고 그 풍경..
그런 아이들 중의 한 명이
지금의 내 어머니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자...
이유없이 콧등이 시큰해져옴을 느꼈다.
나는 이런 '신파'에 약하다..
영월은 자그마한 도시다.
어찌보면 작년에 내가 그토록 고생을 했던 양구보다도 더 볼품없는 도시이다.
거기에다 강원도 내륙이라니..
정말 그 자그마함은 온 동네 사람들이 일면식은 있을만 했다.
다음에 내가 향한 곳은 묵산 미술관이었다.
이곳은 영월의 동쪽 끝자락에 위치한 곳이라서
계곡을 따라난 길을 통해서 한참을 내려가야만 했다.
정말 외진 곳에 있는 미술관..
이곳에 대해서 몰랐던 것이
사립 미술관이라는 것이었다.
어김없이 내가 들어서자,
자리를 지키고 있던 분이 놀란 듯한 표정으로 맞이했다.
"설명을 해드릴까요?"
알고보니 그 분도 화가이셨던데,
전시된 그림들에 대해서 상세하게 설명을 해주셨다.
임상백 화백이라는 분이 관장인데,
그분의 설경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어차피 나는 그림에는 문외한이었지만,
그래도 즐거운 마음으로 감상을 할 수 있었다.
이 자체가 좋은 것이니까..
조선민화박물관.
정말 영월에는 박물관이 왜 이리도 많은지..
중소박물관들이 참 많은 것 같다.
며칠의 여유를 두고 왔으면 좋았을만한 곳들...
출렁다리로 한 껏 멋을 낸 입구를 지나면
폭탄머리를 한 장승이 웃고 있고,
그제서야 박물관 건물이 넌지시 보인다.
그 안에는 이런저런 민화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좀 더 시간이 많았다면
관리인에게 설명을 부탁했을텐데...
오늘의 마지막 코스는 김삿갓 박물관이었다.
흠..
김삿갓은 만화에나 한번쯤 보았을 뿐이라
왜 영월에서 이런 김삿갓 박물관을 만들었는지 예상도 하지 못했다.
그의 본명은 김병연
이곳 영월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던 것이다.
영월에서 장원급제를 하였으나,
당선작이 하필 자신의 할아버지를 욕한 글이었으니..
뒤늦게 가문의 비사를 알게된 김병연은
길을 떠나게 되었다..
이해력이 떨어지는 나였으나
재치넘치는 김삿갓의 글 몇 편을 읽어보면
그 사람..
지금 태어났으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을 해보게 된다..
어느덧 해가 지고 있었다.
산을 타고 넘어가는 노을은 일상과는 다른 무엇이었다.
오늘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은
별마로 천문대였다.
정말 오늘의 마지막 코스..
바람은 세차게 불었고,
하늘에는 별이 그다지 많이 보이지는 않았다.
평일 밤인데,
과연 사람들은 몇이나 있을지..
4층 천문실에 오르게 되면,
생각했던 것처럼 밝은 불빛으로 조명이 비춰지진 않았다.
오히려 어두컴컴한 상태 그대로 별을 보아야만 했다.
어둠에 익숙해져야만
자그마한 불빛을 볼 수 있었으므로..
그것이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과,
실제 경험을 한 사람과의 차이였다.
천정이 자동으로 열리면서 하늘이 개방되는 모습은 정말 경이로웠다.
나 말고도 세 쌍의 연인들이 있었지만,
그들의 시선을 부담스러워할 필요는 없었다.
다행히 어두컴컴했거든...
(내가 찍을 수 없었던 사진이라
천문대 홈페이지에서 몇 장을 가지고 왔다.)
함께 관람을 했던 연인들은 모두 빠져나갔다.
나와 관람순서가 엇갈렸나보다.
지하 천체 투영실에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고 있으니
손님이라고는 3살배기 아기를 안고 있는 젊은 부부 밖에 없었다.
천체투영실에서 직원이 들어와 설명을 시작했다.
불이 꺼지고 동그란 돔천정에 갖가지 별자리를 비추기 시작했다.
무언가 설명을 좀 하려고 할 때에
아기가 계속 칭얼대자,
그 부부가 견디지 못한 듯 나가버렸다.
이제 그 방에는 그 직원과 나만이 남아있었다.
"이젠 어쩌죠?"
직원과 이런 저런 잡담을 나누다가
속성으로 설명을 들은 후,
그 사람의 건강상담을 한참 해주고서는..
커피를 얻어마실 수 있었다.
"나중에 궁금하신 것 있으시면 꼭 제 홈페이지에 들러주세요."
그 직원의 마지막 말이었다..
영월 시내로 돌아왔다.
갑자기 '라디오 스타'가 떠올랐다.
영화 속에서 안성기와 박중훈이 이 거리를 걸어가며
노래를 흥얼대던 모습이 떠올랐다.
무언가 운치가 느껴진다..
이곳이 바로 청록다방이다.
그 유명한..
라디오 스타에서 청록다방의 김양이 어찌나 매력적이던지..
밤도 늦었고,
혼자서 불쑥 들어가서 커피를 마셔댈 용기가 생기질 않았다.
으음..
갑자기 왠만큼 다 보았는데, 이만 돌아가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서 밤을 나기가 부담스러웠다.
혼자서 떠나는 여행에..
혼자 모텔에서 잘 생각을 하니..
한참을 고민하다가 기왕 어려운 걸음을 했는데,
내일 조금더 돌아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근처 편의점에서 맥주 두 병을 사들고,
모텔로 들어가서 잠을 청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어디로 떠나야할지 고민이 되었다.
지도를 펼쳐놓고, 이리저리 돌려보고, 시간도 고려해보고..
영월역이 보였다.
그래.. 기차를 타보자..
떠나기 전에 많이 망설였다.
청록다방 커피가 한 번 마셔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뭐..
여기 얼굴 좀 팔면 어때..
다시 볼 사람들도 아니고..
그냥 용기를 내서 청록다방엘 들어갔다.
동네 아줌마들이 앉아있었다..
한쪽 벽에는 라디오스타 촬영지임을 알 수 있게 해주는
포스터와... 싸인들이 붙어있었다..
커피를 시킨 후 폼을 내며 마시려고 했는데,
어라..
이건 영화에 나오던 그 커피잔 아니야?
영월역에 이르렀다.
목적지는 대체..
나도 모른다.
동쪽으로 향하면 강릉까지 가게 되는데,
적당한 시간을 고려해본다면 최대한 사북까지만 가야겠다.
표를 끊고...
기차에 앉았다.
기차역은..
왠지모르게 가슴이 콩닥콩닥 뛰면서
콧등이 시큰해지게 하는 마력이 있는 것 같다.
나는..
기차역에만 가면 그렇다.
왜 그럴까..
전생에 기차역에서 근무를 했던 것일까..
간만에 아무 역에서나 내리기 신공을 발휘했다.
학생때 서울에서 부산으로 기차를 타고 내려오다가
밀양역이 마음에 들어서 무작정 내렸는데..
그날 죽도록 고생한 경험이 떠올랐지만..
뭐... 첨 가보는 곳이니까..
그렇게 해서 내가 내린 곳이..
증산역이었다.
아...
정말 이렇게 황량한 곳이 있을까..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거리가 main street 이고..
그외엔 아무 것도 없었다..
정말.. 아무 것도..
다시 기차를 타려면 2시간여를 기다려야 했기에
근처를 걸어다녔다.
보이는 것은 산이오..
집은 정말 띄엄띄엄..
버스를 기다리는 것도..
비행기를 기다리는 것도..
택시를 기다리는 것도..
각자 나름의 느낌을 가지고 있지만,
기차를 기다리기 위해서
플랫폼에 앉아 있는 것이
나는 가장 마음에 든다..
몇 년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내 손에는 기차표 하나 밖에 없다.
멍하니..
대기실에 앉아서 철길을 바라다보면
무언가 좋은 생각이 하나 떠오를 것만 같다..
기차를 타고 다시 영월로 돌아왔다.
증산역앞 관광지도를 보다가
그중 눈여겨 보았던 '선생 김봉두'의 촬영지라는 정선으로
떠나기로..
방금 막..
결심했다.
선생 김봉두의 촬영지였다는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 덕천리는..
정말...
정말... 오지였다.
이곳은... 양구보다도..
그나마 관광거리가 있던 영월보다도..
정말 인적이 없는 산길을 따라가다보니..
높은 산들로 둘러싸인 계곡에 자그마한 마을이 보인다..
정말..
지독스럽게도 외진 마을..
김봉두의 촬영지였음직한 풍경이었다.
김봉두씨가 근무를 했던 초등학교는 찾질 못했는데,
여행에서 돌아온 후에 찾아보니,
예전의 모습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고 했다.
간간이 집은 보이는데,
인적은 없는..
그런 동네였다.
내가 마지막에 이른 곳은
영월로 이어지게 되는 동강 상류였다.
어찌나 물색깔이 청초하던지..
해는 이제 뉘엿뉘엿 기울어지고 있었고,
동강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면서..
이번 여행을 이제 접으려 한다.
아마도..
세월이 흐른 후에도..
지금의 영월을 잘 간직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녀가 돌아왔다 OST, Love Theme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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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티쥐는 안 데려가셨나보네요..
티쥐 사진도 풍경과 함께 있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티쥐 사진도 풍경과 함께 있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이야.... 정말 가방 둘러메로 훌훌 떠나고 싶군요
좋군요 ~~~잘보았습니다
또다른 영월의 모습... 다시한번 가고 싶군여...
사진 잘 봤습니다.. ^^
사진 잘 봤습니다.. ^^
우와~멋지네요!
즐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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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은 꼭 가보고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