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알페온을 시승하고 왔습니다. 약간 다른 각도에서 알페온에 대해 얘기해 볼까 합니다.

지엠대우의 알페온은 해외에서 뷰익 브랜드의 라크로스란 이름으로 팔리고 있습니다. 알페온의 경우 국내 지엠대우 부평 공장에서 생산을 하고 있죠. 뷰익 라크로스와 무엇이 다른가에 대해 많이들 궁금하실 겁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궁금했구요.국내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현지화를 해서 생산을 했다고 들어왔는데, 정확히 어떤 부분에서 어떻게 현지화를 했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그 점이 가장 궁금했고, 기자회견 때 제일 먼저 질문을 던졌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답변을 기대했는데, 질문이 좀 애매했던지 좀 부족한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서스펜션의 세팅을 한국인들 입맛에 맞게 좀 더 부드럽게 바꾸었고, 인테리어 측면에서 트림우드의 변화-피아노블랙 등을 사용하는 등 여러 변화를 이루었다고 합니다.한국형 네비게이션 또한 언급했습니다.

네비게이션 부분은 지엠대우 자체 개발 맵입니다. 지도의 축적이 다이얼로 조정되는 등 사용이 굉장히 편리하더군요. 국내의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에서 개발한 맵피,아이나비 등과 비교해봐도 뒤지지 않는 수준입니다. 특히 조작성만큼은 뛰어난 면모를 보입니다. 또 자체 개발 맵이므로, 앞으로 추후 헤드업디스플레이(전방 창에 속도 등 차량정보 쏘는 기능)의 장착이 가능할 겁니다. 아마 이점을 감안해서 자체 개발했겠죠. 시점은 규제가 풀리는 때가 될텐데요.

규제 관련하여 첨언하자면, 현대가 되면 되고, 현대 시작하면 규제가 풀린다고 해서 마치 현대가 나쁜 쪽인 것 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마치 현대가 본인들이 기술을 개발하기 전까지 뭔가 압력을 가하여 막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실제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비슷한 느낌이 감지되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론 현대가 그나마 이러한 규제를 푸는데 역할을 하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예를 하나 들어 보죠. 헤드라이트가 상하좌우로 움직이며, 코너와 언덕, 내리막에서 최상의 시야를 확보하는 기술(액티브 헤드라이트)이 있습니다. 국내 관련 법 조항에는 전방 헤드라이트의 조사각에 대해 특정 범위를 기술하고 있습니다. 기술 발전이 뒤쳐지던 과거법으로 보자면 헤드라이트는 움직이면 안됩니다. 하지만 현재 눈부신 기술발전으로 길을 따라 조명이 움직이는 헤드라이트는 고정형에 비해 훨씬 큰 도움이 됩니다. 지금은 허용이 되어 아페온에도 적용되어 있지요.

그런데 과거 업체들이 이 기술을 적용하려고 하면 관련기관에서 이렇게 얘기했다고 합니다.
"법에 조사각 틀어지면 안되게 되어 있으니까, 안돼."
"이게 더 안전한데도요? 안전 옵션이라니까요? 해외에서도 우수성 인정하고 다 장착하는데? 우리보다 까다로운 외국의 법규정도 다 통과했다니까요?"

"그래도 관련법 조항도 없고, 안되는 건 안되니까 안돼."
참 답답한 노릇이죠.관련 공무원이나 기관이나 굉장히 보수적인 사고로 보수적인 접근을 합니다. 법 조항 없으면, 또 해당 내용이 정확히 기술되지 않으면 안됩니다. 긍정적 검토하고 발전적으로 해석이나 적용이 아니라, 원문과 일치하지 않거나, 해당 내용이 없으면 무조건 안되는 겁니다.

생각해 보세요. 과거에 만들어진 법조항으로 최근 나온 신기술들을 어떻게 판단한단 말입니까? 그럼 좀 융통성있게 적용하든가, 공무원들 스스로 능동적이거나 신속하게 개정을 해야 하는데, 이게 힘든 겁니다. 이를 깨기 위해서 자동차 제작사에서 따로 TF가 만들어질 정도고, 장담 못 할 시간과 비용 투자되는 등 어려운 작업입니다. 다만 현대가 국내에서 가장 크다 보니, 이러한 작업을 해나가기 유리한 거구요.

경쟁업체나 영세한(?) 수입차업체 등의 경우는 이런 작업을 혼자서 할 여력이 안되는 것이니, 자연스레 현대가 봉인(!)을 풀기 기다리는 것이죠. 암튼 신기술 적용 관련해서는 현대를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어찌보면 총대를 메는 역할을 하는 셈이니까요. 실제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정부의 까다로운 규제에 대해 지엠대우도 답답하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아무튼 다시 알페온 얘기로 넘어가서 보면요, 헤드업디스플레이 역시 이러한 규제에 걸려 출시를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라크로스에는 들어가 있는데도 말이죠. BMW 5시리즈에는 현재 헤드업디스플레이가 들어가 있죠. 여기에는 수입차의 경우 연간 특정 대수 이하로 판매될 경우 이러한 규제를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는 차이가 있는 것 같고요.

알페온의 시승 느낌을 간략히 표현하자면, 40대~50대 분들이 제격일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빠르고 파워풀한 반응을 원하는 사람에겐 비추입니다. 느긋하고(느리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안전하고 안락한 주행을 원하는 분들에겐 제격이랄까요? 저속에서 중속까지는 좀 느린감이 있지만 중속에서 고속까지는 빠르게 치고 올라갑니다.

차체 외관을 봐도 웅장하고 빅 럭셔리의 매력 있기에 나이드신 분들이 좋아할 듯한 이미지죠.

악셀과 브레이크 역시 부드럽고 유격이 깊습니다. 독일 차처럼 타이트하게 자세 잡고 빠른 답력을 기대하는 것과 거리가 멉니다.변속 역시 D모드나 수동모드에서 변속충격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부드럽고 연하게 이루어집니다. 핸들링의 경우 약간의 유격이 느껴지지만 단단한 무게감이 괜찮습니다.

기본기는 탁월합니다. 부드러운 승차감임에도 운동신경이 놀랍네요. 이런 차체에 이런 승차감이라면, 이정도로 핸들을 돌렸을 때 좀 뒤뚱거려야 하는데, 알페온은 자세를 쉽게 흐트러뜨리지 않습니다. 핸들을 이리저리 돌려도 원하는 방향대로 향하고 남은 롤링 때문에 불안함이 이어지지 않습니다. 최대한 자세를 안정적으로 잡아나가며, 균형을 정말 잘 잡습니다.기본기가 탁월한거죠. 뷰익이 예전 명성에 비해 다운된 브랜드이긴 하지만, 역사와 전통을 바탕으로 그리고 최근의 신차들(알페온 등)을 기반으로 중국시장 미국시장등에서 알페온(뷰익 라크로스) 기반으로 되살아 나고 있습니다. 그 모델이 국내에도 들어온 거구요.

알페온의 백미는 정숙성입니다.강성환 기자도 얘기했지만 여러 신문기사를 보니, 알페온을 렉서스 킬러라고 표현을 했던데요, 정숙성만으로 따져본다면, 이건 확실합니다. 정숙성 만큼은 렉서스 킬러라는 걸 제가 보증합니다. 깜짝 놀랬습니다.

다만 해외의 경쟁 수입차들과 비교해본다면 국내의 알페온은 2% 부족한 부분이 느껴집니다. 재질이나 마감, 마무리가 아쉬운 곳이 곳곳에 눈에 띕니다. 조립품질이 문제인지 실내나 실외나 단차를 보이는 차량들이 가끔씩 보였구요. 재질,감성품질 면에서도 해외에서 경쟁 중인 수입차와 비교해 보면 좀 부족하네요. 또 다른 단점으로는 2열의 헤드룸이 좁습니다. 제 키가 큰 편이 아님에도 정자세로 허리를 펴고 앉으면 머리가 닿습니다. 다만 좌우 팔걸이가 설치되어 편안한 소파 자세로 앉게끔 유도되었습니다.

2열 헤드룸의 모습. 상단 지붕 부분의 디자인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궁금하네요.
옵션에 대해서는 가격대 때문에 많이 고민했다고 합니다. 이유야 어찌됐든 저도 최소한 안전 옵션에 관해서만큼은 가격에 상관없이 필수 선택 품목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설사 안전에 대해 인식이 덜 된 소비자가 '난 다 필요 없어, 에어백이고 ABS고 VDC고 다 필요없고, 밟으면 나가기만 하면 돼! 싼 게 최고야'라고 외쳐도, 롱런하는 윤리적인 기업이라면 이런 요구를 들어주지 않습니다. 더 좋은 기업은 그건 아니라는 교육까지 시키죠. 지엠대우의 옵션 배분은 아쉬운 대목인데, 다만 임직원분들의 자세로 봐선 추후 소비 패턴을 참고해서 개선의 여지는 있을 것 같습니다.

경쟁상대로 지목한 k7과 그랜저는 사실상 알페온과 급이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엠대우 쪽에서 그나마 수요가 많은 3000~4000만원대의 가격대를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고 합니다. 실제 경쟁상대인 제네시스가 갖는 국내시장은 작으니까 그 시장만으로는 규모의 경제가 되지 않죠. 그래서 부득이 시장이 큰 K7과 그랜저를 경쟁차종로 선정하고 가격을 맞춰나가는 작업을 벌였다고 합니다. 이것이 경쟁차종 보다 비싼 지엠대우 알페온이 탄생한 비밀(?)이기도 하구요.

개인적인 바람은, 국내에서 어느 정도 판매가 이루어져 자신감이 생기면, 경쟁차종을 압도할 첨단옵션을 추가 장착해서 자신감 있게 고급트림을 내놓았으면 합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 외에도 상시사륜 기술이나, 어댑티브 크루즈(일반 크루즈는 빼구요. 일반 크루즈는 실제 국내에선 무용지물) 등 다양한 옵션들 많잖아요. 지엠대우가 현대에 비해 선도적 이미지, 앞선 기술의 이미지를 보인 적이 있나요? 이번이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혹 누가 제네시스와 알페온을 두고서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전 망설임 끝에 알페온을 택할 것 같습니다. 판매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경쟁 체급을 낮췄다는 사실을 아니까요. 제네시스가 제일 비싼 것이 6000만원대인가요? 알페온은 4000만원대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메리트가 확 느껴지잖아요.

지엠대우…. 지금은 사실상 '대우'보다 '지엠'의 역할이 확실히 커지는 시기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때문에 '먹튀'나 '하청기지'같은 논란도 많을 거구요. 앞으로 1년내 8개 차종을 선보인다고 하는데 기대가 큽니다. 제품군은 서서히 강해지고 있으니, 애프터서비스 부문에서 차별화된 개선이 이뤄진다면 두 자릿수 점유율은 사실상 우스울 듯 합니다. 힘의 균형이 쏠림에서 서서히 중심을 향해 가는 거겠죠. 알페온은 그런 의미에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http://finance.daum.net/news/finance/autos/MD20100908142015971.daum?&t__nil_economy=img&nil_id=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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