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수입차 가격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판매량이 압도적으로 많은 국산차 가격에도 문제가 많다는 불만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국산차 업계는 불필요한 편의사양(옵션)을 필수로 끼워 넣으며 가격을 올리는 꼼수를 수십 년째 되풀이 하고 있어 일각에서는 정부 당국이 "국산차만 봐주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20일 서울경제가 현재 판매 중인 20대 국산차의 지난해와 올해 가격 및 제원표를 비교해본 결과 기존 모델에서는 선택 가능했던 옵션이 대부분 기본사양으로 장착됐으며 이 과정에서 가격은 최고 200만원 가까이 인상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GM이 대표적이다. 알페온은 최근 하이테크컬러 디스플레이(차량 및 운행정보 제공)와 8인치 넥스트젠 인포테인먼트가 기본 제공된다. 디럭스 등급은 14만원, 판매량이 많은 프리미엄은 44만원이나 올렸다. 세부 등급별로 후방카메라, 톨게이트 자동결제시스템(ETCS), 차선이탈 경고시스템 등이 추가되면서 최상위 EL300 모델은 196만원이나 비싸졌다.
올란도에도 지난해 말부터 동반자석 프리텐셔너 & 로드리미터(차량 충돌시 안전벨트를 거꾸로 감아 고정하는 장치), ETCS, 가죽시트 등이 추가되면서 최대 87만원이 올랐다. 올해 나온 크루즈 퍼펙트 블랙은 휠 색상이 검정색으로 바뀌고 리어 스포일러가 장착되며 15만원 인상됐다.
한국GM의 한 관계자는 "차량 출고 후 고객들의 패턴을 분석해 선택을 많이 하는 옵션 항목을 기본으로 채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ETCS나 리어 스포일러 등의 장치는 말 그대로 편의장치에 불과해 필요 없는 사람이 많지만 별수 없이 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기아차도 2013년형 K5를 최근 출시하면서 후방주차 보조시스템, 크루즈 컨트롤, 앞 좌석 액티브 헤드레스트(머리 받침대) 등의 편의사양을 달아 최대 65만원을 올렸다.
르노삼성과 현대차∙쌍용차도 올해 SM7과 베라크루즈∙코란도C 등의 개선모델을 각각 출시하며 이 같은 가격 인상을 택했다. 나광식 한국소비자원 가격조사팀장은 "정작 쓸데없는 것은 달아놓고 필요한 것은 옵션으로 해서 선택하게끔 강요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신차 판매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필요 없는 사양을 제외하면 가격을 깎아주는 '마이너스 옵션제'를 적용하거나 기본적인 주행성능만 갖춘 일명 '깡통차'에 옵션을 추가하는 방식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또 지난 2009년 말 공정위가 현대차 등 자동차 3사의 에어백 끼워팔기 행태에 시정명령을 내린 것처럼 불필요한 편의사양을 강매하는 국산차들의 가격 정책에 대해서도 정부 당국의 시정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자동차 구매시에 풀 옵션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이런 점을 악용해 슬그머니 옵션을 추가하고 가격을 올리는 업체들의 행태는 정부의 봐주기에서 비롯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어차피 다음차는 수입차다...
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