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를 달리는 자동차는 차의 크기에만 차이가 있을 뿐 '그 차가 그 차' 같다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자동차는 족보(?)와 혈통(?)까지 따질 수 있을 정도로 여러 가지 모양과 쓰임새를 지니고 있다. 지난 100년간 눈부시게 발전해 온 자동차를 모양과 고조, 구동 형식에 따라 분류해 보자.
우선 가장 흔한 차는 세단(sedan). 앞줄과 뒷줄로 이뤄진 2줄 좌석이 있는 상자형의 이 차는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승용차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대중적인 형태이다. 원래 17세기 경 이태리, 스페인 등지에서 쓰이던 상자형 가마에서 유래된 세단은 영국에서는 설룬(saloon), 독일에서는 리무지네(limousine) 등으로 부른다.
세단을 앞뒤로 엿가락 늘이듯이 늘린 차가 리무진(limousine)이다. 정통 리무진은 운전석이 있는 앞좌석 이외에 뒷좌석에 마주 볼 수 있는 2줄의 좌석을 만들고 운전석 뒤쪽에 유리벽을 만들어 뒷좌석을 응접실처럼 꾸민 차이다. 리무진이 가장 발달한 나라는 미국으로 링컨 컨티넨탈이나 캐딜락으로 만든 리무진이 유명하며 최근 우리 나라에서도 뒷좌석이 2줄인 풀 사이즈 리무진은 아니지만 뒷 좌석 공간을 크게 넓힌 체어맨, 다이너스티, 엔터프라이스 리무진이 생산되고 있다.
프랑스에서 경쾌하게 달리는 2인승 2바퀴 마차를 쿠페(coupe)라고 불렀는데 여기서 유래된 이름을 지닌 차가 쿠페이다. 2도어 2인승의 비교적 낮고 경쾌한 스포티 카를 보통 쿠페라고 하는데 뒤에 좁은 2인승 의자를 갖춘 2+2 스타일도 있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고 있는 대표적인 쿠페는 티뷰론이다.
툭 트인 하늘에서 쏟아지는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는 오픈 에어 모터링(open air motoring)이라는 독특한 장르를 즐길 수 있는 뚜껑 없는 차가 로드스터(roadster)다. 대부분 보네트 부분이 길고 2인승이며 스포츠 모델을 지향하고 있는 이 차는 2차 대전 이전에는 이런 종류의 모델로 레이싱을 벌이기도 했다. 프랑스에서는 카브리올레(cabriolet), 독일에서는 콤비(kombi), 이태리에서는 스파이더(spider)라고 부른다. 로드스터와 성격은 비슷하지만 뚜껑을 여닫을 수 있는 차가 컨버터블(convertible)이다. 기아의 엘란은 차의 성격이 로드스터에 가깝지만 컨버터블 모델이다.
유럽에서는 부호들의 '농장 저택용'이라는 의미에서 에스테이트(estate) 카, 미국에서는 서부 개척시대의 역마차에 비유해서 스테이션(station) 왜건이라고 부르는 왜건(wagon)은 원래 화물 운반용으로 만들어진 차이지만 지금은 승용과 화물용으로 두루 쓰이고 있다. 세단의 실내를 뒤로 늘여 6-8인승으로 만들거나 화물 공간을 크게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아반테 투어링과 누비라 왜건 등이 스테이션 왜건의 대표적인 모델.
왜건은 승용차를 기본으로 만들었는데 반해 화물차에 화물 공간과 승용 공간을 공존하도록 개발한 것이 밴(van)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화물차로 분류해 상대적으로 적은 세금을 내고 있어 승용으로 많이 쓰이고 있는 형편이다.
지금까지 분류해 본 자동차의 스타일은 모양에 따른 것이다. 이런 분류 방법 이외에도 구조에 따른 분류, 구동 형식에 따른 분류 등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우선 구조에 따른 분류는 차의 공간을 크게 엔진 룸, 캐빈(승객 공간), 트렁크 룸으로 나눴을 때 이 모든 것을 갖춘 차를 '3박스 카'라고 부른다. 보통 세단이나 리무진 등이 이 분류에 속한다. 엔진룸과 캐빈만이 있고 트렁크 룸은 캐빈 안에 작게 존재하는 해치백 스타일의 차를 '2박스 카'라고 부른다. '1.5박스 카'는 엔진룸이 캐빈 안쪽으로 절반 정도 들어와 있는 스타렉스나 카니발 같은 스타일의 차를 말하며 캐빈 안에 엔진과 트렁크 공간이 모두 존재하는 그레이스나 이스타나 같은 종류의 차를 '1박스 카'라고 분류한다.

구동 형식에 의한 분류는 엔진의 위치와 구동 바퀴의 위치로 결정한다. 가장 흔한 방식은 FF, 엔진과 구동 바퀴가 앞에 있다. FR방식은 엔진은 앞에 있고 구동 바퀴는 뒤에 있는 것으로 승차감을 중시하는 중형 이상의 차에 많이 적용된다. RR방식은 뒷바퀴쪽에 엔진이 있고 뒷바퀴를 굴리는 형태로 포르쉐911 등 일부 차종에만 사용된다. 이밖에도 차체의 무게 중심과 운동성을 고려하여 엔진을 운전석과 뒷바퀴 사이에 두고 뒷바퀴를 굴리는 미드십(midship)방식도 있는데 이 방식은 수퍼카나 스포츠카에 주로 적용되고 있다. 한편 엔진은 앞에 두고 네바퀴를 동시에 굴려 험로 주파성이 뛰어난 4WD도 있는데 레저용 차에 많이 쓰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