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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넷 경상광역 게시판    부산과 대구를 포함한 경상남북도내에 거주하시는 스포넷 회원을 위한 광역게시판입니다.

자유 태백으로의 여행



무슨 큰 유배를 떠나온 것 같다.

삶의 저 밑바닥까지 떨어져
끝없이 괴로워해야만 풀릴 것 같은 그런 느낌에
스스로 택한 여행길인지도 모른다.





다리에는 여전히 통증이 남아있다.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퉁퉁 붓고만다.
10일전에 한 난폭한 환자에게 다리를 걷어차였는데,
그동안 압박붕대를 감고 어떻게 지냈지만
아직도 그 고통이 남아 여전히 나를 괴롭힌다.

그동안 글을 쓰기가 참으로 힘들었던 것은
생각이 갇혀있고, 공간이 갇혀있고, 내 스스로가 하나의 틀안에서
여유를 전혀 가질 수 없었음이라..





정말 간만에 택한 여행길은
편안한 기찻길도 없고,
빠른 고속버스도 다니지 않아..
온갖 시골정류장을 다 경유해야만 하는 완행버스로 떠나는 길이다..

지금은 벌써 세 번째 정류장을 지났다...
한없이 무너지고 처절한 마음을 조금씩 그곳에다 덜어내며
한 발자국씩 그곳을 향해 다가서고 있다...





끊임없이 꾸역꾸역 걸음을 해온 버스는 목적지에 이르렀다.
태백...
저번부터 한 번 찾아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고,
철암 지역의 무너져가는 탄광산업에 대한 이야기를 얼핏 읽은 적이 있는데,
그때부터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져왔던 터이다..





한참을 그렇게 온대다, 아침부터 제대로 먹은 건 없는지라
속이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태백 터미널과 태백역은 몇 걸음안에 자리를 같이 하고 있었고,
그 근처에 있었던 중국집외에는 특별히 들어갈 만한 곳도 없었다..

들어간 중국집은..
어찌나 조악하던지..
자장면 하나만 겨우 시켜먹고, 얼른 자리를 떴다..
강원도라는 것을 알게해준 것은
옆자리에 앉은 고등학생들이 특유의 끝이 올라가는 사투리 덕이었다..





이번 여행에서는 렌트카를 타고 돌아다니기로 마음을 먹었다..
태백역 바로 옆의 렌트카는 중형차밖에 없어서
시내 쪽으로 한참을 내려간 곳에서 아반떼를 빌려 탔다..
이제.. 떠나보자..





이전에 가봐야겠다고 생각을 했던 '태백 석탄박물관'을 향했다.
간만에 하는 운전에다 초행길이라 길이 익숙치가 않았다.
하지만 어쩌리..
죽지 않으면 되겠지..

고난의 연속이었다..
길 가던 중 엔진이 꺼지질 않나..
렌트카 사장이 LPG에대한 사용법을 가르쳐주었지만
브레이크를 밟는데 갑자기 엔진이 꺼지는 이유는 당체 알 수 없었다..
게다가 사거리에서 엔진이 꺼지니..
가스가 다 된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중요한 건 그 사거리에서 핸드폰조차 없는 나에게는
달리 살아날 방도가 없었던 것이다..
5분여동안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노력한 끝에..
어찌 되었든 다시 엔진이 걸리고..
LPG 충전소를 찾아서 돌고 돌고..
충전시킨 다음에도 길을 잘못들어서 한참을 둘러가고..

그렇게 해서 목적지에 이르게 되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운 후 입구를 향해 올라가는데
길옆에는 코스모스가 피어있었다..

코스모스는 어렸을 때 시골 할머니집에서
힘들게 걸어가야만 하는 그 길에 피어있던 꽃이라 익숙하기도 하지만
일종의 '고요함'에 대한 표식같아서 여간 불편한게 아니었다..

이 길 옆에서도 코스모스 들이 나를 반겨주었다..
"잘왔다 잘왔어.."






입구에 이르렀고, 그 입구 앞에는 갱내열차가
시꺼먼 석탄 냄새를 풍기며 서있었다.
아.. 정말 도착을 했나보군.

평일에, 특별히 좋은 날도 아니었기에
관람객은 나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역시.. 나답다.





정원에는 채취한 탄석표본과 그 설명들이 나와있었다.
아마 초등학생이었다면 공부하느라 달려들어 읽어봐야할..
그런 것들이었다..









갱내에서 쓰는 감독관의 자전거,
갱내 작업방식을 보여주는 모형,
작업장내에서 쓰여졌던 조명기구들..
그리고 예전에 연탄을 사용할 당시에 쓰여졌던
'부지깽이'와 그의 이웃들,
가정용 연탄보다 구멍갯수가 더 많아 공업용으로 쓰였다는 연탄.

그런 것들이 여전히 냄새를 풀풀 풍기면서 유리창 너머에 놓여져 있었다.






예방의학 시간에 접했던 진폐증이라는 병명이
기재된 진단서는 참으로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올해엔 나도 진단서는 부지기수로 발부해봤는데..
앞에 진단서 쓴 녀석은 글자를 참 못쓴다는 생각이 든다.
글자만 봐서는 내 또래가 아닐까?








태백수갱이라는 곳이 있었다.
관람의 마지막 코스인가본데..
엘리베이터를 타고 나니 안은
으시시하게 정말 지하로 내려갈 것처럼 생겼다.

그런데 '지하'버튼을 누르고 나니 정말 '지하'로 내려가는 것이었다!!

요란한 굉음이 들리고,
밖에서는 몇 십층을 내려가는 것처럼 불빛이 지나가고,
엘리베이터에 나오는 표시판엔 층수대신
지하 900미터라는 표시가 나왔다..

홀로 그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은 여간 용기가 필요한게 아니었던 것이다..
사실 약간 무서울 정도였다...

지하에 내려서니
갱내처럼 동굴이 형성되어있었고, 싸늘한 공기를 느끼면서
그 거대한 갱내를 '혼자서' 돌아다녀야 했다..

갱내에서 생활을 하는 광부들의 모습이 모형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작업반장에서 작업지시를 받고 있는 광부의 모습,
그리고 공포영화에 나올 듯 한 기계들을 운전하는 사람들의 모습들..
한참을 그 지하속을 거닐었지만,
사람들의 모습은 전혀 보이질 않았고,
가끔 녹음된 음향 중에서 갱내사고로 고함을 지르는 광부의 음성은
거의... 초특급 공포였다...

생각해보라..
아무도 없는 갱내에서 그런 절규의 목소리가 들린다고..
어두컴컴한 그곳에서..







석탄박물관에서 나온 후
다시 '철암'으로 향했다.

오지 중의 오지였다..
세상에나.. 그런 곳에서도 사람들이 사는 구나..

강가옆으로 일렬로 선 번화가가 다였다..
사실 번화가라고도 할 것이 없었다..
무너져 내리는 집들..
정말 제일 그럴 듯한 건물이..
'철암역'이었으니..

석탄을 싣고 있는 기차나
그외 다른 것을 보고 싶어서 여기에 왔으나
어떤 것을 봐야할지를 몰랐다..

한참을 머뭇거리던 중에
기차역에서 일을 하던 인부 한 명에게 물었다..






"뭐 기차나 탄광이나 이런 걸 좀 볼 순 없나요??"

"여긴 못들어가봐요"

"사람들이 여기오면 역만 찍어대던데, 여기오면 그래.. 여기
스위치 백이란 걸 봐야지.. 우리나라에 유일하게 있는거래유"

지도에서 손가락으로 가르치는 곳을 보니 한참이나
길을 거슬러 올라가야만 하는 곳에 있는 곳이다..

그래.. 가보자..





길을 달려 통리라는 곳까지는 왔는데,
이곳에는 을씨년스러운 플랭카드만이 걸려있었다..
길은 더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또 길을 잘못든 것일까..
옆에 있던 통리역에 들어가 역원에게 물었다..

"스위치 백을 구경할 수 있는 위치가 없을까요?"

"자동차로는 마땅히 구경할 수는 없을 건데요.
기차를 타시는게 좋을 겁니다."

"그럼 어떤 구간을 타면 되나요?"

날은 어둑어둑해져가는데,
통리에서 도계까지 왕복을 하려니 시간이 도저히 맞질 않았다..
시간이 없었다..
아쉽지만 차로 어떻게든 가보자..






중간에 쉼터가 있어 그곳에서 물어보니
'나한정' 이란 곳에서 보면 잘 보인단다..

나한정에 이르렀으나 기차는 보이질 않고..
대체 어떻게 기차가 다닌다는 건지..
산악열차방식이라는 건 알겠는데..

제대로 보고 싶긴했지만
아무래도 접어야만 할 것 같았다..
날이 어두워져만 온다..





그 후 그날밤은 고행의 연속이었다..
길을 잃어 자동차로 한참이나 태백시를 빙빙 둘러야만 했고,
강원랜드로 향하려고 마음을 먹었으나
거리도 너무 먼대다 내가 카지노에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삼척'으로 향했다..

사실 그 밤에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그렇게 달려댄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다..
자동차를 대체 몇 시간은 몰았는지..
짜증나고 피곤해서 지저분한 모텔도 싫었다..
분위기 좋은 호텔로 향하자..

그 밤에 비도 주적주적오는데다..
끊임없이 이어진 2차선도로를 따라가다
플래쉬 세례도 받고..
(알고봤더니 과속벌금이 렌트비용보다 비쌌다.. 세상에 그렇게 아까울수가..)
특유의 길안묻고, 지도 잘안보는 성격이 발동해..
그냥 느낌으로 동해와 삼척을 몇 번이나 왔다갔다 한 뒤에야..
여장을 풀 수가 있었다..

크흑...

눈물겨운 하루였다..
'펠리스'호텔에서 바다가 보이는 전망의 방을 잡았다.
아주아주 비싼 방이었지만,
요즘 기분이 워낙 안좋은 관계로..
그러한 것이 눈에 들어오지는 않았다.





스카이라운지에 혼자 앉아서 맥주도 마셨다..
러시안 걸인 듯한 여자들이 노래를 부르기는 하는데..
영 취향에 맞는 건 아니었다..

혼자서 바보 같이 그렇게 그곳에서 잠이 들었다..






날이 밝았다..
다시 태백으로 향했다..
이번엔 플래쉬 세례를 받지 않아야지..
조심조심해서 운전을 했다..
어제 밤에 가득이나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아마도 그 플래쉬 세례 땜에 더욱 기분이 좋지 않았으리라..

태백으로 다시 돌아와서 차를 반납한 뒤
태백역에서 계획을 다시 짰다..
오늘 그대로 돌아갈 것인가..

에잇 모르겠다..
어차피 기다리는 사람도 없는 걸..

미친 척하고 돌아선 나에게는 표 두 장이 쥐여져 있었다..





태백에서 도계에 이른 후에는 또 한참이나 지나야지만
열차를 다시 탈 수 있었다.

그래 그럼 두 번이나 보고 좋잖아...








열차를 기다리는 동안 근처에 있는 황지연못에 들렀다.

나는 이유를 모르겠다만
'황지'라는 연못이 낙동강의 원류라고 하는데
이 먼 태백에 위치하고 있었다..






태백역에 다시 이르른 후 기다리던 무궁화호가 왔다..
스위치백으로 출발...






기차는 스위치백 구간에서 앞뒤로 왔다갔다를 반복했다..
안타까운 건 하늘위에서 쳐다보았으면 정말 재미있었을 것을..
열차안에서는 그 변화를 제대로 감지해내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도계란 곳에 이르렀다.
여기도 어지간히... 세상과는 동떨어진 곳이었다..
모든게 정체되어있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나중에야 알게된 것이지만
최근에 최민식이 주연한
"꽃피는 봄이 오면" 이라는 영화의 배경이
도계이고, 도계중학교라는 이야기를 얼핏들었다..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




다시 한 번 스위치 백에 도전..
이번엔 제대로 봐야지..
열차를 탄 순간부터 잔뜩 긴장해서 쳐다보았다..

한참을 달리는 동안 비로소 그 길이 이해가 되었다..





맨처음 왼쪽에서 가장 위에 있는 철길로 들어온 후...
그 끝에서 멈춘 다음 그 아래의 철길로 왼쪽 끝으로 가고..
그리고 지금 제일 위에 있는 이 철길을 통해서 오른쪽으로 가고 있는 중이다..

한마디로 지그재그로 한번에 산을 타고 올라오는 것이다..

근데 왜 굳이 그렇게 만들었다지?
터널 뚫으면 될건데...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드는 군...







기차는 사정없이 달렸고,
그대로 그렇게 청량리를 향했다.

내 인생이 저 철길처럼 잘이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뚝뚝 끊겨진 철길이 되어버린 것 같아 기분이 너무 좋질 않다..
그렇다..  너무 처참하다..





지금 내가 떠나온 여정은 어찌되었든..
나이기를 보여준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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