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 2008년 02월13일(수) "SPONET" 최강 서경방 출석부 ♡
- [서경]루루
- 조회 수 179
- 2008.02.13. 01:24
1. 내 마음의 하모니카
젊은 날의 강(江)을 넘어 온 사람들은 알리라, 청춘의 격한 열정의 돛단배가 빛나던 흰 돛을
잃어 버리고 상념과 곤고의 바다위를 덧없이 떠돌던 그 시절의 먹먹함을.......그래서 우리들
가슴가슴마다 깊숙히 은빛 하모니카 하나씩 품고, 초가을 나무들이 잎들을 뚝뚝 떨어뜨리고
헛헛한 표정으로 산비탈에 달을 가리키며 외로이 서있을 제, 저마다 그 은빛 하모니카를 불
며 혼란스럽고 불안했던 질풍노도의 시절을 바람처럼 떠돌던 아팠지만 순수했던 청춘의 기
억들을....
2.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제가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만났던 것은 동대문이 서있던 종로5가 근처의 작은 책방에
서였는데, 그날은 요즘처럼 무례한 여름의 더위가 풀이 죽은 듯 잦아들고, 빠알간 사루비아
꽃이 발목어름에 속삭이듯 피어나며, 가을 빛이 옅어져가며 동대문 맞은 편 이화여대부속
병원의 흰색 병동에 걸린 햇빛이 쓸쓸하게 느껴지던 가을 날이었습니다. 생각많고 사는 것
에 대한 회의가 밀물처럼 밀려오던 그 시절에, 저는 한잔의 더운 엽차가 몸을 데우는 그 느
낌처럼 따스한 그 무엇을 그리워하고 있었습니다.
파란색 커버에 뚜렷하게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라는 시집을 펼치면서부터 제 마음 속에는
그토록 그리워하던 따스한 기운이 밀려 들어왔습니다. 첫장을 펼치자 시인 윤동주의 사진
이 있었는데, 시인의 마르고 창백한 얼굴 속에 영민하게 빛나던 그의 눈은 무언가를 저에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의 눈은 나라를 빼앗긴 젊음의 순수한 영혼이 그 질곡의 역사에도 굴
하지 않고 안으로 안으로만 침잠하여 끝내는 저 높은 영혼의 극한 높이에서 확보하는 초탈
의 빛이었고, 모든 쇠붙이들의 생경함을 거부하는 지순한 나무결의 깊이 모를 따스함이었
습니다.
시집을 들고 집으로 돌아온 저는 미친듯이 그의 시들을 읽기 시작했는데, 마음이 곤고하던
그 시절에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라는 시집이 저에게 건네준 따뜻한 위로와 정신적인 유대
감은 너무도 커서 그 파란색 시집을 책상앞 책꽃이에 가까이 두고, 외로울 때면 그의 아름다
운 시들을 읽고, 무언가 그리울 때면 시집속에 있는 그의 사진에서 빛나는 따스한 미소와 눈
동자를 오래오래 바라보았습니다.
그때 그 시절, 제가 가장 좋아하고 애송했던 '자화상'이라는 시는 어떤 때는 마치 제가 쓴 것
처럼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감정이입(感情移入)이 일어나는 시였는데, 오늘 가을빛이
거리거리마다 완연한 오후, 윤동주의 자화상을 다시 읽으며 젊은날, 시인이 저에게 전해준
따스한 위안과 호의를 추억하고 싶습니다.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달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윤동주/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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