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용 홈런배틀 3D... 아주 재미있는 게임...
- [경]방귀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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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유명한 타자다. 홈런을 밥 먹듯이 친다. 이름은?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없다. 어느 팀 소속이냐고? 그런 것도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없다. 중요한 것은 그가 홈런타자라는 사실. 그래서 그는 야구공을 친다. 그 외에 하는 일? 없다.
매니지먼트 게임에서 액션게임까지, 실제 프로야구 선수들이 등장하는 게임이 난무하고 있는 이 마당에 이 게임은 이렇게 아무런 정보도 제공하지 않는다. 날아오는 공을 친다는 점에서는 500원 넣고 하는 야구연습장이나 다름없는 곳에 왜 그가 서 있는지는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다.
홈런레이스에서 우승해 유명한 프로구단에 스카우트 되는 것이 목표일까?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한 혼자만의 수련? 이 따위 상상조차 필요하지 않는 게임. 빵빵한 가슴에 젓가락 같은 다리, 강호동처럼 네모지고 단단한 턱을 가진 외모 외에는 모든 것이 여백으로 남아있다. 그래서 당신은 그 여백을 채운다. 그리고 그 자체가 된다.
홈런배틀 3D
당신은 타석에 들어선다. 투수는 공을 던진다. 공의 방향을 가늠하며 방망이를 휘두른다. 공이 쭉쭉 뻗어가다 펜스를 넘기고 전광판을 때린다. 그리고 이것의 반복. 홈런배틀3D는 이렇게 간단한 게임이다.
처음 해보면 이런 시시한 게임이 다 있나 싶을 수도 있다. 이걸 뭣 하러 해야 하나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새 공에 맞춰 방망이를 휘두르는 단순한 동작에 심취해 있는 스스로를 만나게 된다.
그가 파워히터라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당신의 동물적 감각. 공이 어디로 날아올 것인지, 언제 방망이를 휘둘러야 하는지 1초도 채 되지 않는 시간에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즉각적이고 명확하다.
그렇다. 이것은 승부다. 찰나의 선택이 승패를 좌우하는, 정신과 육체가 하나 되지 않으면 의도한 바를 이룰 수 없는. 고민해서 풀어야 할 문제도, 오랜 시간 공들여 쌓아 올려야 할 것도 없다. 오직 한 순간. 마치 사슴을 쫓는 늑대가 언제 도약해야 할지를 결정하는 순간처럼. 원초적인 결정과 그에 따르는 희열이 여기에 담겨있다.
극적인 타격 묘사와 피드백
홈런배틀3D는 야구의 엑기스라 할 수 있는 타자-투수 대결을 상당히 극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정확하게 공을 맞추면 시간이 정지한 듯 카메라가 타자의 주변을 한 바퀴 휘감고, 강력한 임팩트를 주었을 때는 순간 시간을 뒤로 돌려 공을 맞추는 순간을 반복해 보여준다.
알루미늄 배트에 공이 튕겨 올라가는 소리는 실로 경쾌해 가슴이 시원하다. 쭉쭉 뻗어가는 공의 궤적을 다양한 시점의 카메라가 뒤쫓는다. 구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의 환호를 받으며 전광판이라도 맞췄을 때, 우리는 이 작은 게임에서 희열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투수가 던지는 공은 도전이다. 그 도전을 극복하는 것은 방망이를 휘두르는 것. 사실 게임이라는 것의 정수란 주어진 도전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홈런배틀3D는 그 도전과 극복의 과정을 최고로 압축해놓았다. 그리고 이 도전에서 성공하면? 확실한 보상을 준다. 기본 점수에 더해, 홈런 점수, 연속 홈런 점수, 예고 홈런 점수, 보너스 점수가 사정없이 몰아친다.
게임빌의 프로야구 시리즈에 뒤지고 있지만 컴투스 또한 매년 모바일 야구게임을 만들어 오면서 야구 게임에 대한 상당한 노하우를 축적한 회사. 야구의 엑기스라 할 수 있는 타자-투수 대결을 도전과 극복의 연속으로 그려낼 수 있는 것은 이 같은 공력 때문일 것이다.
아이폰을 만나 빛을 발하다
그러나 홈런배틀3D의 도전과 극복의 과정에 빛을 더해주는 것은 전 세계 공통의 ‘아이폰’ 플랫폼이다. Wi-Fi와 3G를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온라인 상태인 아이폰은 언제 어디서든 전 세계에 흩어진 슬러거들과 만나게 해준다. 그리고 누가 더 홈런을 잘 치는지 겨뤄볼 수 있게 해준다.
당신은 비슷한 실력의 상대를 만날 수 있게 초보 – 중수 등으로 나눠진 채널에서 활동하게 된다. 전체 랭킹이 실시간으로 매겨진다. 승리하고 얻는 포인트로 능력치(힘과 정확도)를 올릴 수 있는 복장이나 방망이를 구입할 수 있다. 더 강해진 만큼, 더욱 강한 상대와 싸우게 된다.
이렇게 온라인 대결을 기반으로 할 때 생각할 수 있는 컨텐츠들이 탄탄하게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특별할 것은 없다. 이것들이야 뻔 한 공식 아니던가.
홈런 100번 치기, 10판 연속 이기기, 20번 연속으로 홈런치기와 같이 또 다른 목표를 제시해주는 업적도 들어있는데, 10판 연속 패배하기와 같이 이기든 지든 게임을 오래하면 달성할 수 있는 내용들이라는 게 조금 다르달까.
도전을 피하지 않는 남자의 가슴이여
정말로 홈런배틀3D의 대결모드를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야구를 대전 격투처럼 묘사한 규칙과 연출. 바로 이 기획이 단순하기 짝이 없는 게임성에 빠져들 수밖에 없도록 만든 장본인이다.
왜 상대방의 국기가 보이게 한 것일까. 왜 상대방의 화면을 동시에 출력하는 것일까. 왜 점수 도달치를 격투게임의 체력바처럼 그려낸 것일까. 왜 예고 홈런과 연속 홈런의 보너스를 높게 책정해 한 방 역전이 가능하게 만들었을까.
승부를 알 수 없는 대결에서 마지막 공이 아슬아슬하게 안타처리 되었을 때. 한참 뒤쳐져 있는 상태에서 예고 홈런이 전광판에 맞아 보너스 점수를 얻으며 역전하게 될 때. 단순히 공 하나의 도전과 공 하나의 극복이었던 이 야구게임은 진정한 ‘온라인’ 게임의 미덕을 드러내 보인다.
대결이 끝나자 상대방은 당신에게 다시 도전해 온다. 오락실에서 스트리트파이터 하던 때 맞은편 상대가 다시 100원을 넣고 연결하는 기분. 그리고 그 흥분. 아까 판은 운 좋게 이겼다. 이번에 또 지면 어떻게 하지? 이번에는 꼭 이겨주겠어. 기자는 왠지 상대방이 일본국기를 달고 있으면 집중력이 배가되곤 했다. 전체 랭킹 1위가 우리나라라서 왠지 뿌듯했다.
도무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 냉정하게는 킬링 타임용 게임으로 분류해야 하는 게임. 그럼에도 홈런배틀3D에 가슴이 불붙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인생은 도전의 연속이라고 했던가. 그렇다면 그 도전, 받아주겠다. 이것이 남자의 가슴이다. 그리고, 홈런배틀3D는 도무지 거부할 수 없는 도전이 계속되는 게임이다.
요약 평가.
[경]방귀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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