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사장 "미네르바" 경제부기자로 특채 공고
- [서경]쏠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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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씨, 경제부 기자로 특채하고 싶습니다
[오연호 대표의 편지] 미네르바 '30대 무직 박씨'에게
오연호 (oyh)
미네르바씨, 지금쯤 검찰 수사관과 마주하고 있겠네요.
고생하십니다. 저도 검찰 수사를 받아봐서 알지만 제일 지루한 순간이 '신상조사'이지요. 이름이 뭐냐? 주소는? 학력은? 직업은? 종교는? 재산 정도는?
그렇게 검찰 조사실에서 밝혀진 당신의 신상은 우리를 당혹게 하고 있습니다. 전문대 출신 무직의 30대. 그래서 누리꾼들은 "30대 백수가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보다 낫다니…"라면서 놀라고 있습니다. 50대의 경제전문가일 거라고 예상했던 것과 너무 다르다 보니 저도 머리가 '띵' 했습니다.
그러나 정신을 차려보니 꼭 놀랄 일만도 아닙니다. 이 정보화시대에, 인터넷시대에 지식은 넘쳐납니다. 어떤 문제의식을 가지고 어떻게 그것을 습득하고 유용하게 사용하느냐가 중요하지, 그 사람의 연륜이나 사회적 지위가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닌 시대입니다.
미네르바씨도 아마 알겠지만 우리 <오마이뉴스>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를 모토로 창간된 인터넷신문입니다. 그런데 당신은 그동안 아고라에 쓴 글을 통해 '모든 시민은 기자'라는 것과 함께 '모든 시민은 경제학자'라는 것을 보여준 셈입니다.
미네르바씨, 사실 저도 당신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뉴스메이커를 인터뷰하고 싶은 것도 있었지만, 당신이 경제 실전 경험이 많은 50대의 현직 중소기업 CEO라는 말도 있었기에 더 만나고 싶어졌습니다. 이 세계경제위기 시대에 미디어기업 <오마이뉴스>를 어떻게 경영하면 좋을지, 조언을 들을 수도 있겠다 싶었지요.
그런데 당신이, 만약 검찰 주장이 사실이라면, 30대의 무직이라고 하네요. 그래도 저는 당신을 만나고 싶습니다. 아니 더욱 당신을 만나고 싶어졌습니다. 검찰 수사를 마치고, 그러지 않길 바랍니다만, 감옥에 간다면 그 후에 바깥세상에 나올 당신에게 이런 제안을 하고 싶습니다.
"<오마이뉴스>의 상근 경제부 기자로 특채하고 싶습니다. 그동안 다음 아고라에서 익명으로 써왔는데 실명으로, 당신의 이름 석 자를 당당히 밝히고, 경제기사를 써주기 바랍니다."
검찰이 "기자보다 더 글을 잘 쓴다" 인정했으니...
이런 제안을 하고 싶었던 것은 오늘(9일) 아침 <중앙일보>에 실린 기사도 한몫했습니다. 대한민국 검찰이 공인하길, 미네르바 박씨는 "기자들보다 더 글을 잘 쓰는 것 같다"는 것입니다. 서울중앙지검의 검찰관계자와 <중앙일보> 기자가 당신의 정체에 대해 나눈 일문일답입니다.
- 박씨 혼자 그 많은 글을 쓴 것이 맞나.
"그렇다."
- 다른 사람이 쓴 글을 대신 올리는 역할만 했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 사람이 그렇게 부족한 사람이 아니다. 기자들보다 글을 더 잘 쓰는 것 같다. 미네르바가 하나인지 여러 명인지 그런 감도 못잡고 검사 생활할 것 같나."
- 경제학 전공자도 아닌 박씨가 어떻게 그렇게 전문적인 글을 쓸 수 있나.
"우리도 미심쩍어 45분 동안 '2009년 한국 경제 전망'에 대한 글을 쓰라고 주문했더니 인터넷을 참고해서 매우 전문적인 글을 써냈다. 문체나 표현, 통계, 각종 인용 수치들이 '미네르바'가 활용한 것과 동일한 것으로 판단됐다."
이 일문일답 기사에는 당신이 글을 쓴 동기도 분명하게 나옵니다.
- 왜 그런 글을 썼다고 하는가.
"1997년 외환위기와 같은 일이 또 생기지 않도록 사회적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했다고 한다."
사명감. 이거야말로 직업기자들이 꼭 가져야할 것입니다. 그런데 미네르바 당신을 경제부 기자로 채용하는데 다소 주저하게 하는 대목이 하나 있습니다. 당신이 독자를 상대로 '내가 누구인가'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는 대목입니다. 아무리 고상한 의도라 할지라도 작은 사실에 대해 거짓말을 한다면, 그런 사람은 나중에 큰 사고를 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문일답 기사에는 그 대목에 대한 해명이 나와 있긴 합니다.
- 박씨가 나이와 직업을 속여온 데 대해 뭐라고 진술했나.
"사람들의 흥미를 끌고 싶어했다고 한다. '고구마 캐는 늙은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라고 말했다. 젊은이가 쓴 글보다는 더 사람들한테 호소력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흥미를 끌기 위해, 호소력을 더하기 위해 기본 사실을 조작한다? 이 대목은 당신이 저지른 큰 실수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당신의 예리한 분석을 보면서도 궁금했습니다. 일문일답 기사를 보면, 심지어 이런 내용도 있습니다.
- 정신적으로 좀 문제가 있지는 않았나.
"무슨 소리인가. 매우 똑똑한 사람으로 보였다."
그렇군요. 어쨌든 대한민국 검찰은 미네르바 박씨 당신이 정신적으로 이상이 전혀 없는 "매우 똑똑한 사람"이며 "기자들보다 더 글을 잘쓰는"사람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한국경제가 이대로는 안된다는 사명감에 불타있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그 정도라면, 능력과 사명감만을 본다면 <오마이뉴스>의 경제부 기자로 특채하는데 무리가 없을 듯합니다. 채용된다면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강만수 장관의 기획재정부를 담당하는 것이 좋을듯합니다.
단, 면접은 매우 까다로울 것입니다
그러나 능력과 사명감이 기자채용 여부를 결정하는 전부는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면접은 매우 까다로울 것입니다. 왜 자신의 나이와 직업을 속였는지, 그 작은 거짓말의 경험이 사실전달을 기본으로 하는 기자직을 수행하는데 적절할 것인지, 무엇으로 재발방지를 약속할 수 있는지 따져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익명의 공간이 아닌, 글 가운데에서 나이와 직업을 사실과 다르게 밝혀도 큰 지장이 없는 다음 아고라 게시판이 아닌, 이름 석 자를 당당히 내걸고 처음부터 끝까지 사실에 기반한 글을 써야 하는 <오마이뉴스>에서도 당신의 글이 독자를 사로잡을 수 있을지 물어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미네르바 박씨, 자유의 몸이 되어 바깥세상으로 나온다면, 저의 경제부 기자 특채 제안이 생각해볼 만한 것이라면, <오마이뉴스>에 연락하기 바랍니다.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
덧붙임: 혹시 검찰에 붙잡힌 박씨가 미네르바가 아니며 본인이 진짜 미네르바라는 독자가 있다면, 역시 면접 가능합니다.
출처 : 미네르바씨, 경제부 기자로 특채하고 싶습니다 -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의 편지] 미네르바 '30대 무직 박씨'에게
오연호 (oyh)
미네르바씨, 지금쯤 검찰 수사관과 마주하고 있겠네요.
고생하십니다. 저도 검찰 수사를 받아봐서 알지만 제일 지루한 순간이 '신상조사'이지요. 이름이 뭐냐? 주소는? 학력은? 직업은? 종교는? 재산 정도는?
그렇게 검찰 조사실에서 밝혀진 당신의 신상은 우리를 당혹게 하고 있습니다. 전문대 출신 무직의 30대. 그래서 누리꾼들은 "30대 백수가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보다 낫다니…"라면서 놀라고 있습니다. 50대의 경제전문가일 거라고 예상했던 것과 너무 다르다 보니 저도 머리가 '띵' 했습니다.
그러나 정신을 차려보니 꼭 놀랄 일만도 아닙니다. 이 정보화시대에, 인터넷시대에 지식은 넘쳐납니다. 어떤 문제의식을 가지고 어떻게 그것을 습득하고 유용하게 사용하느냐가 중요하지, 그 사람의 연륜이나 사회적 지위가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닌 시대입니다.
미네르바씨도 아마 알겠지만 우리 <오마이뉴스>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를 모토로 창간된 인터넷신문입니다. 그런데 당신은 그동안 아고라에 쓴 글을 통해 '모든 시민은 기자'라는 것과 함께 '모든 시민은 경제학자'라는 것을 보여준 셈입니다.
미네르바씨, 사실 저도 당신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뉴스메이커를 인터뷰하고 싶은 것도 있었지만, 당신이 경제 실전 경험이 많은 50대의 현직 중소기업 CEO라는 말도 있었기에 더 만나고 싶어졌습니다. 이 세계경제위기 시대에 미디어기업 <오마이뉴스>를 어떻게 경영하면 좋을지, 조언을 들을 수도 있겠다 싶었지요.
그런데 당신이, 만약 검찰 주장이 사실이라면, 30대의 무직이라고 하네요. 그래도 저는 당신을 만나고 싶습니다. 아니 더욱 당신을 만나고 싶어졌습니다. 검찰 수사를 마치고, 그러지 않길 바랍니다만, 감옥에 간다면 그 후에 바깥세상에 나올 당신에게 이런 제안을 하고 싶습니다.
"<오마이뉴스>의 상근 경제부 기자로 특채하고 싶습니다. 그동안 다음 아고라에서 익명으로 써왔는데 실명으로, 당신의 이름 석 자를 당당히 밝히고, 경제기사를 써주기 바랍니다."
검찰이 "기자보다 더 글을 잘 쓴다" 인정했으니...
이런 제안을 하고 싶었던 것은 오늘(9일) 아침 <중앙일보>에 실린 기사도 한몫했습니다. 대한민국 검찰이 공인하길, 미네르바 박씨는 "기자들보다 더 글을 잘 쓰는 것 같다"는 것입니다. 서울중앙지검의 검찰관계자와 <중앙일보> 기자가 당신의 정체에 대해 나눈 일문일답입니다.
- 박씨 혼자 그 많은 글을 쓴 것이 맞나.
"그렇다."
- 다른 사람이 쓴 글을 대신 올리는 역할만 했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 사람이 그렇게 부족한 사람이 아니다. 기자들보다 글을 더 잘 쓰는 것 같다. 미네르바가 하나인지 여러 명인지 그런 감도 못잡고 검사 생활할 것 같나."
- 경제학 전공자도 아닌 박씨가 어떻게 그렇게 전문적인 글을 쓸 수 있나.
"우리도 미심쩍어 45분 동안 '2009년 한국 경제 전망'에 대한 글을 쓰라고 주문했더니 인터넷을 참고해서 매우 전문적인 글을 써냈다. 문체나 표현, 통계, 각종 인용 수치들이 '미네르바'가 활용한 것과 동일한 것으로 판단됐다."
이 일문일답 기사에는 당신이 글을 쓴 동기도 분명하게 나옵니다.
- 왜 그런 글을 썼다고 하는가.
"1997년 외환위기와 같은 일이 또 생기지 않도록 사회적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했다고 한다."
사명감. 이거야말로 직업기자들이 꼭 가져야할 것입니다. 그런데 미네르바 당신을 경제부 기자로 채용하는데 다소 주저하게 하는 대목이 하나 있습니다. 당신이 독자를 상대로 '내가 누구인가'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는 대목입니다. 아무리 고상한 의도라 할지라도 작은 사실에 대해 거짓말을 한다면, 그런 사람은 나중에 큰 사고를 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문일답 기사에는 그 대목에 대한 해명이 나와 있긴 합니다.
- 박씨가 나이와 직업을 속여온 데 대해 뭐라고 진술했나.
"사람들의 흥미를 끌고 싶어했다고 한다. '고구마 캐는 늙은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라고 말했다. 젊은이가 쓴 글보다는 더 사람들한테 호소력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흥미를 끌기 위해, 호소력을 더하기 위해 기본 사실을 조작한다? 이 대목은 당신이 저지른 큰 실수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당신의 예리한 분석을 보면서도 궁금했습니다. 일문일답 기사를 보면, 심지어 이런 내용도 있습니다.
- 정신적으로 좀 문제가 있지는 않았나.
"무슨 소리인가. 매우 똑똑한 사람으로 보였다."
그렇군요. 어쨌든 대한민국 검찰은 미네르바 박씨 당신이 정신적으로 이상이 전혀 없는 "매우 똑똑한 사람"이며 "기자들보다 더 글을 잘쓰는"사람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한국경제가 이대로는 안된다는 사명감에 불타있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그 정도라면, 능력과 사명감만을 본다면 <오마이뉴스>의 경제부 기자로 특채하는데 무리가 없을 듯합니다. 채용된다면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강만수 장관의 기획재정부를 담당하는 것이 좋을듯합니다.
단, 면접은 매우 까다로울 것입니다
그러나 능력과 사명감이 기자채용 여부를 결정하는 전부는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면접은 매우 까다로울 것입니다. 왜 자신의 나이와 직업을 속였는지, 그 작은 거짓말의 경험이 사실전달을 기본으로 하는 기자직을 수행하는데 적절할 것인지, 무엇으로 재발방지를 약속할 수 있는지 따져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익명의 공간이 아닌, 글 가운데에서 나이와 직업을 사실과 다르게 밝혀도 큰 지장이 없는 다음 아고라 게시판이 아닌, 이름 석 자를 당당히 내걸고 처음부터 끝까지 사실에 기반한 글을 써야 하는 <오마이뉴스>에서도 당신의 글이 독자를 사로잡을 수 있을지 물어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미네르바 박씨, 자유의 몸이 되어 바깥세상으로 나온다면, 저의 경제부 기자 특채 제안이 생각해볼 만한 것이라면, <오마이뉴스>에 연락하기 바랍니다.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
덧붙임: 혹시 검찰에 붙잡힌 박씨가 미네르바가 아니며 본인이 진짜 미네르바라는 독자가 있다면, 역시 면접 가능합니다.
출처 : 미네르바씨, 경제부 기자로 특채하고 싶습니다 - 오마이뉴스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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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호씨, 센스쟁이~ 우훗~
재밌네요 ㅎㅎ
누군가 한명은 데려갈거라 예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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