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사랑에게.. 02 안경 맞추는 남자
- [서경]깡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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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경 맞추는 남자 -
“3”
“다”
“7”
한 남자가 시력검사 중입니다.
라식 수술을 해서 눈이 좋아진 모양인데,
굳이 안경을 쓰겠다고 하는 모양이에요.
난, 조금 기다려야겠네요.
요즘 들어 안경만 쓰면 어지럽고, 눈이 뻐근하다고 하니까,
안경점 주인이 시력 검사를 먼저 좀 해보자고 해서요.
아무래도 눈이 더 나빠졌나 봐요.
아니면 너무 힘들다고 투정부리고 있는 거거나요.
그동안 눈을 너무 혹사시켰거든요.
밤새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 게임을 하거나,
DVD 한 편을 빌려 밤새도록,
대사를 다 외워버릴 정도로 보고, 또 보고,
다시 보고 하거나,
그러면서 지난 한 달을 살았거든요.
그러니 눈이 거의 휴식을 취하지 못했죠.
낮엔 회사에서 또 얼마나 눈을 부릅뜨고
열심히 일을 했는데요.
잠들면요, 꿈을 꿀까봐..
그래서 잠 들 수가 없었어요.
이렇게 보고 싶어 하는데..
그리워하는데...
온통 그녀에게 모든 시간이 집중되어 있는데...
그녀가 꿈에 나타날 게 빤하잖아요.
그러면 잠에서 깨어날 수 없을까봐..
그래서 안간 힘을 쓰며 잠들지 않으려고 버텼어요.
그랬더니 이렇게..되어 버렸습니다.
“거기 발자국 위에 서세요..”
주인아저씨는 조금 전 시력 검사를 마친 남자의 안경을
골라주고 있고,
그 옆에 하얀 가운을 입고 창밖을 내다보고 있던
여자 분이 다가와 발자국 위에 서라고 하네요.
발자국 모양의 안이 텅 빈 그림 안에
왼 발과 오른 발을 조심스럽게..한 쪽씩 올려놓고 있습니다.
왠지 선을 밟으면 안 될 것 같아서요.
그녀가 그랬었거든요.
“처음부터 선을 밟지 말았어야지...”
그래요, 그 선을 밟아버려서..
친구의 애인을 사랑하게 돼버려서..
그나마 좋지 않던 시력마저 더 잃게 생겼잖아요.
지금 쓰고 다니는 안경이 도수가 안 맞는 것 같다고 합니다.
아까 그 남자는 결국 타원형 안경테에 도수 없는
보안경을 맞추고 있네요.
나도 이젠 도수가 안 맞는 안경 같은 건 벗어버리고,
밤마다 편히 잠들고 싶습니다.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도수에 안 맞은 안경이 눈을 아프게 하듯,
맞지 않은 사랑도 사람을 아프게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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