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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꾼의 진실게임

<直指도 훔쳤다는데..도굴꾼의 진실게임>

문화재 大盜, 옥중서한 공세 이어 소송까지

(수원=연합뉴스) 김경태 기자 = '국내 문화재 도굴 1인자', '문화재 대도(大盜)'로 꼽히는 서모(47) 씨는 "교도소에 복역하면서 자신의 도굴한 문화재(불경언해본)를 처분한 돈을 돌려달라"며 교도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소송결과보다는 그가 도대체 누구인지, 최근 1천여점의 국보급 문화재를 훔쳤다는 그의 주장이 사실인지에 더욱 관심이 쏠려 있다.

서 씨는 2001년 사리, 탱화, 불경 등 국보급 문화재 35점을 훔친 혐의(문화재관리법 위반)로 구속돼 서울구치소, 공주교도소 등을 거쳐 현재 대구교도소에 복역 중이다.

2011년 출소예정인 그는 2006년 11월 KBS-2TV '추적60분'을 시작으로 일부 언론사 등이 옥중서한을 보내거나 옥중인터뷰를 통해 현존 최고(最古) 금속활자인 직지심체요절 상권 2권과 직지보다 50년 앞선 금속활자 불경을 자신이 훔쳤다고 주장했다. 지난해엔 훔쳤다는 사찰이름까지 적시했다.

직지 하권은 구한말에 약탈당해 프랑스 국립박물관이 보관돼 있다. 직지보다 앞선 금속활자본이 있다면 세계 문화재사를 다시 써야 한다.

2006년 9월 삼성 문화재단이 소송 끝에 가평 현등사에 반환한 사리와 사리함도 서씨가 훔쳤다.

2000년말 용인 에버랜드 안에 있던 호암미술관에 변장을 하고 대낮에 들어가 10초 만에 유리를 자르고 금사경(金寫經)을 훔쳤다고 한다. 금사경은 나중에 검거되면서 반환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씨는 한 언론사에 보낸 편지에서 충남 서산의 폭력조직에 있으면서 다른 폭력조직과 달리 문화재를 거래했으며 중국과 일본에 사무실을 두고 국내에서 거래하기 힘든 도굴 문화재를 해외골동품상에 팔았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서씨는 "대학교수, 박물관장, 대기업 사장 등이 도굴품을 사들이는 상선(장물아비)의 윗선"이라는 주장도 폈다.

지붕을 뚫고 천장을 타고 들어가 낚시질로 건지는가 하면, 모조품을 유리관의 진품과 바꿔치기 하고 어느 사찰에선 불상의 복장 속에 들어가 빵으로 때우며 2박3일간 지냈다는 기상천외한 범행수법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문화재 절도행적을 담은 편지를 언론사에 수 백통의 편지를 보내고 심지어 문화재청장에게도 옥중서한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수 년간 그를 추적해온 한 문화재당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서씨의 주장에 대해) 나름대로 추적하는 부분이 있으나 현재로선 눈으로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서씨의 말을 모두) 믿을 수 없다"며 "최근엔 모두 자신이 했다고 하는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씨는 지난해 11월 교도관을 상대로 문화재 처분한 돈 5천만원을 돌려달라며 민사소송까지 제기했으나 26일 패소판결을 받았다.

수원지법 민사2단독 한성수 판사는 판결문에서 "고서(古書)를 취득하고 이를 처분의뢰했다는 원고의 주장을 인정할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그 주장이 사실이라고 해도 (소송을 통해) 처분대금 반환을 요구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서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kt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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