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 강산(寂寞江山) 3 시 비교
- [경]庚寅白虎[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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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 강산(寂寞江山)
김 용 택
느티나무 잎 다 졌네
꽃보다 고운 것들이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가
느티나무 밑을 돌아오는
내 여인이 그렇고
햇빛 좋아 바람 없는 날
강가에서 늦가을 물을 보는
농부의 일 없는 등이 그렇다
꽃보다 고운 것들이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가
느티나무 잎 다 졌네.
적막강산 (寂寞江山)
박 봉 준
어머니 돌아가시자 괘종시계가 멈췄다
긴 긴 하루해
덧없이 흘러가는 세월이 무료한 탓이었을까
어머니는 꼭, 괘종시계만을 고집하셨다
삼십 년 넘도록 벽에 기대 함께 살아온
세이코 시계는 목소리도 거칠어지고
밥 한술 뜨고 나서야 터벅터벅 길을 나섰다
움직일 수 있는 것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
어머니에게는 어떤 의미였을까
만만한 아범을 불러서 수시로 밥을 주자니
아들의 불만도 서서히 원을 따라 돌았다
건전지를 한 번만 넣어도
오랫동안 제 본분을 다하는 디지털시계
뻐꾸기 소리 정겨운 그런 시계도 지천인데
하필 제 구실 성치 않은 불알시계
툭하면 허기져 늘어지는
늙은 시계의 심줄을 조이라 하셨다
어머니 돌아가시고 그 쉰 소리 들리지 않아
까마득히 잊고 있었지
아들 딸 서울 가고 아내 없어 혼자 사는 날
방 한구석에서 아직도 벽을 기대있는
그 늙은 괘종시계 물끄러미 바라보니
아,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내 어머니 마음
죽어서 살아야 할 그 길고 긴 적막강산을
적막강산(寂寞江山)
박 해 수
죽음이 산 사람의 측백나무 몸,
제 그림자를 깊게한다
산사람, 이승의 세월을 말리다 보면
제 새끼 한번 안고 입맞춤하는 넉넉한
마음 한번 챙겨보는 일
저녁녘 숫염소뿔빛 노을, 네 마음 챙겨 가는
험한 산 험한길, 아무도 오지 않는
아무도 없는 외로운저 산길을, 저 외로운 눈발이
겨울, 박달나무를 춥게 한다
겨울, 박달나무를 무겁게 한다.
슬픔은 별무더기 별빛이 약이라
슬픔은 달무더기 달빛이 약이라
별들을 깊은 하늘속, 예전처럼 다 박혀있지만
별빛도 외롭다
삶의 등짐 외롭고 무겁게 지고
적막강산(寂寞江山) 얼마만이랴
강렬한 삶의 외경심(畏敬心)
다시 태어날 길 가이 없는
네 죽은 앞에서 다시 늙어가는
알몸의 몸자국, 몸자위 몸자리는
이제 어린시절 숨었고 늙어버렸다
삶의 길 삶이 가는 외길, 외오 걸으면서
달겨드는 외로움의 그물을 찢어 버리고
오롯이 묵묵부답(默默不答), 산이 되었네
앞으로 백년해로(百年偕老) 더욱 지나면
더욱 산에 드문 드문 아니면 삶의 화염(火焰)속에
불빛 그리워, 불빛 빛나고 있을지,
그리워 더욱 빛나고 있을 빛나고 있을지,
헌나무잎 같구나 여뀌풀 몸 다시 트는
초록잎속에 흐드러진 삶의 기(氣),
삶의 기운(氣運)을 다시 돌리라니
들판이 허전한새벽 허기를 매우다
삶의 허전한 공허(空虛)를 매우다.
* 김 용 택의 시에는 자연이 배경이고
박 봉 준의 시에는 인간의 삶이 배경이고
박 해 수의 시에는 말 그대로 적막강산(寂寞江山)이 배경이 된
같은 제목이지만 내용은 각각 비교가 되어 올려 봅니다.
김 용 택
느티나무 잎 다 졌네
꽃보다 고운 것들이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가
느티나무 밑을 돌아오는
내 여인이 그렇고
햇빛 좋아 바람 없는 날
강가에서 늦가을 물을 보는
농부의 일 없는 등이 그렇다
꽃보다 고운 것들이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가
느티나무 잎 다 졌네.
적막강산 (寂寞江山)
박 봉 준
어머니 돌아가시자 괘종시계가 멈췄다
긴 긴 하루해
덧없이 흘러가는 세월이 무료한 탓이었을까
어머니는 꼭, 괘종시계만을 고집하셨다
삼십 년 넘도록 벽에 기대 함께 살아온
세이코 시계는 목소리도 거칠어지고
밥 한술 뜨고 나서야 터벅터벅 길을 나섰다
움직일 수 있는 것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
어머니에게는 어떤 의미였을까
만만한 아범을 불러서 수시로 밥을 주자니
아들의 불만도 서서히 원을 따라 돌았다
건전지를 한 번만 넣어도
오랫동안 제 본분을 다하는 디지털시계
뻐꾸기 소리 정겨운 그런 시계도 지천인데
하필 제 구실 성치 않은 불알시계
툭하면 허기져 늘어지는
늙은 시계의 심줄을 조이라 하셨다
어머니 돌아가시고 그 쉰 소리 들리지 않아
까마득히 잊고 있었지
아들 딸 서울 가고 아내 없어 혼자 사는 날
방 한구석에서 아직도 벽을 기대있는
그 늙은 괘종시계 물끄러미 바라보니
아,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내 어머니 마음
죽어서 살아야 할 그 길고 긴 적막강산을
적막강산(寂寞江山)
박 해 수
죽음이 산 사람의 측백나무 몸,
제 그림자를 깊게한다
산사람, 이승의 세월을 말리다 보면
제 새끼 한번 안고 입맞춤하는 넉넉한
마음 한번 챙겨보는 일
저녁녘 숫염소뿔빛 노을, 네 마음 챙겨 가는
험한 산 험한길, 아무도 오지 않는
아무도 없는 외로운저 산길을, 저 외로운 눈발이
겨울, 박달나무를 춥게 한다
겨울, 박달나무를 무겁게 한다.
슬픔은 별무더기 별빛이 약이라
슬픔은 달무더기 달빛이 약이라
별들을 깊은 하늘속, 예전처럼 다 박혀있지만
별빛도 외롭다
삶의 등짐 외롭고 무겁게 지고
적막강산(寂寞江山) 얼마만이랴
강렬한 삶의 외경심(畏敬心)
다시 태어날 길 가이 없는
네 죽은 앞에서 다시 늙어가는
알몸의 몸자국, 몸자위 몸자리는
이제 어린시절 숨었고 늙어버렸다
삶의 길 삶이 가는 외길, 외오 걸으면서
달겨드는 외로움의 그물을 찢어 버리고
오롯이 묵묵부답(默默不答), 산이 되었네
앞으로 백년해로(百年偕老) 더욱 지나면
더욱 산에 드문 드문 아니면 삶의 화염(火焰)속에
불빛 그리워, 불빛 빛나고 있을지,
그리워 더욱 빛나고 있을 빛나고 있을지,
헌나무잎 같구나 여뀌풀 몸 다시 트는
초록잎속에 흐드러진 삶의 기(氣),
삶의 기운(氣運)을 다시 돌리라니
들판이 허전한새벽 허기를 매우다
삶의 허전한 공허(空虛)를 매우다.
* 김 용 택의 시에는 자연이 배경이고
박 봉 준의 시에는 인간의 삶이 배경이고
박 해 수의 시에는 말 그대로 적막강산(寂寞江山)이 배경이 된
같은 제목이지만 내용은 각각 비교가 되어 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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