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해주세요.

☆스포넷 공식 설문☆    차종 변경 하거나 추가 하신 회원..?     ::설문 참여하기::

스포넷 메인 게시판입니다. 서로 존중하면서 편하고 자유롭게 이용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이런 친구가 있음 행복하겠다.(펌글)

---친구의 결혼선물-----

10년 전 나의 결혼식이 있던 날이었다.

결혼식이 다 끝나도록

친구 형주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이럴 리가 없는데..... 정말 이럴 리가 없는데.....

식장 로비에 서서

오가는 사람들 사이로 형주를 찾았다.

형주는 끝끝내 보이지 않았다.

바로 그 때 형주 아내가 토막 숨을 몰아쉬며

예식장 계단을 급히 올라왔다.

“철환씨, 어쩌죠. 고속도로가 너무 막혔어요.

예식이 다 끝나버렸네....”

“왜 뛰어왔어요. 아기도 등에 업었으면서.....

이마에 땀 좀 봐요.”

초라한 차림으로 숨을 몰아쉬는 친구의 아내가

너무 안쓰러웠다.

“석민이 아빠는 오늘 못 왔어요. 죄송해요.”

친구 아내는 말도 맺기 전에 눈물부터 글썽였다.

엄마의 낡은 외투를 덮고

등 뒤의 아가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친구가 보내온 편지를 읽었다.







<철환아, 형주다. 나 대신 아내가 간다.

가난한 내 아내의 눈동자에 내 모습도 함께 담아 보낸다.

하루를 벌어야지 하루를 먹고 사는 리어카 사과장사가

이 좋은 날, 너와 함께할 수 없음을 용서해다오.

사과를 팔지 않으면 석민이가 오늘 밤 분유를 굶어야한다.

철환이 너와 함께 할 수 없어 내 마음 많이 아프다.

어제는 아침부터 밤 12시까지 사과를 팔았다.

온 종일 추위와 싸운 돈이 만 삼 천 원이다.

하지만 슬프지 않다.

잉게 숄의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 을
너와 함께 읽으며 눈물 흘렸던 시절이 있었기에
나는 슬프지 않았다.

아지랑이 몽기몽기 피어오르던 날

흙속을 뚫고 나오는 푸른 새싹을 바라보며
너와 함께 희망을 노래했던 시절이 있었기에 나는 외롭지 않았다.

사자바람 부는 거리에 서서 이원수 선생님의 ‘민들레의 노래’ 를
읽을 수 있으니 나는 부끄럽지도 않았다.

밥을 끓여먹기 위해 거리에 나 앉은 사람들이 나 말고도

수천수만이다.

나 지금, 눈물을 글썽이며 이 글을 쓰고 있지만 마음만은

너무 기쁘다.

“철환이 장가간다.... 철환이 장가간다.... 너무 기쁘다.”

어제 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밤하늘의 오스스한 별을

보았다. 개 밥그릇에 떠있는 별이 돈보다 더 아름다운

거라고 울먹이던 네 얼굴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아내 손에 사과 한 봉지 들려 보낸다.

지난밤 노란 백열등 아래서 제일로 예쁜 놈들만 골라냈다.

신혼여행가서 먹어라.

철환아, 오늘은 너의 날이다. 마음껏 마음껏 빛나 거라.

친구여.... 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 마음 아파

해다오. 나는 언제나 너와 함께 있다.

해남에서 형주가>







편지와 함께 들어있던 축의금 만 삼천 원....

만 원짜리 한 장과 천 원짜리 세장....

형주가 거리에 서서 한 겨울 추위와 바꾼 돈이다.

나는 겸연쩍게 웃으며 사과 한 개를 꺼냈다.

“형주 이 놈, 왜 사과를 보냈대요.

장사는 뭐로 하려고.....”

씻지도 않은 사과를 나는 우적우적 씹어댔다.

왜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것일까....

새 신랑이 눈물 흘리면 안 되는데.....

다 떨어진 구두를 신고 있는 친구 아내가

마음 아파 할 텐데..... 이를 사려 물었다.

멀리서도 나를 보고 있을 친구 형주가 마음 아파할까봐

엄마 등 뒤에 잠든 아가가 마음 아파할까봐

나는 이를 사려 물었다.

하지만 참아도 참아도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참으면 참을수록 더 큰 소리로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어깨를 출렁이며 울어버렸다.

사람들 오가는 예식장 로비 한 가운데 서서......







형주는 지금 조그만 지방 읍내에서 서점을 하고 있다.

‘들꽃서점’..... 열 평도 안 되는 조그만 서점이지만

가난한 집 아이들이 편히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나무 의자가 여덟 개나 있다.

그 조그만 서점에서 내 책 <행복한 고물상>

저자 사인회를 하잖다.

버스를 타고 남으로 남으로 여덟 시간을 달렸다.

교보문고나 영풍문고에서 수 백 명의 독자들에게

사인을 해줄 때와는 다른 행복이었다.

정오부터 밤 9시까지 사인회는 아홉 시간이나 계속됐다.

나에게 사인을 받은 사람은 일곱 명....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친구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마음으로만 이렇게 이야기 했다.






“형주야, 나도 너처럼 감나무가 되고 싶었어.

살며시 웃으며 담장 너머로 손을 내미는

사랑 많은, 그런 감나무가 되고 싶었어.....”

-친구의 결혼선물 <연탄길><행복한 고물상>저자 이철환-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퍼머링크

댓글 8

스포넷은 자동 등업 시스템입니다. 가입후 가입인사 게시판과 출고신고 게시판에 인사 남겨주세요. 함께 환영 댓글 다시면 어느새 등급이 올라갈겁니다. ^0^
[충]HalfWing™ 2006.03.08. 17:00
예전에 본 거 같은데....
암튼 감동이죠...^^
[서경]산에산 2006.03.08. 17:22
넘 올만이네요...

충방에만 계시는줄 알앗는데....

서경에도 그 멋진 얼굴좀 비쳐 주세요
[서경]산에산 2006.03.08. 17:23
미안합니다....
지송합니다...

겨울바라기 행님이신줄 착각 했네요...
[충]비몽사몽 2006.03.08. 18:27
아... 감동적인 글이네요.
천하를 다 준다해도 바꿀 수 없는 친구네요.
허브 2006.03.08. 18:42
보고 보고 또 ... 봐도...

가슴 찡한게...... 뭔가가 있네요.........

죽마고우 본지도 꽤 됐는데..........

이누묵 짜슥 연락 한번 엄노~~~
[서경]JOKER[은랑당] 2006.03.08. 21:32
오랫만에 가슴이 따듯해 지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좋네요^^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버그를 찾아라~] 스포넷 이용 불편사항 접수. 81 image nattylove 17.10.18.02:08 375만
공지 [공식 설문] 차량 변경 또는 추가 하신 분...?? - 선물 있어요 - 248 image nattylove 17.10.13.09:59 497만
공지 스포넷에 대한 안내 (2006/04/10) 371 image nattylove 04.07.21.16:21 174만
공지 스포티지 출고를 받으신 분은 반드시 출생신고 해주세요! 89 image nattylove 04.08.19.14:27 157만
22071
image
땡깡소년 06.03.09.03:52 1302
22070
image
[전]흰둥이사랑 06.03.09.00:56 1419
22069
image
[서경]아라마루 06.03.09.00:50 1120
22068
image
[서경]아라마루 06.03.09.00:31 1043
22067
image
[서경]in╂∑rNⓔⓔDs 06.03.09.00:21 1033
22066
image
[서경]♪루돌프~ 06.03.09.00:10 1133
22065
image
[서경]팬케이크 06.03.08.23:02 4327
22064
image
[서경]臨戰無退™ 06.03.08.22:35 1160
22063
image
[서경]들풀 06.03.08.20:58 1179
22062
image
[경상]도깨비 06.03.08.20:58 1182
22061
image
[경]TG달료 06.03.08.20:14 1132
22060
image
[서경]성마이 06.03.08.18:45 1402
22059
image
[서경]원폴 06.03.08.17:48 1257
22058
image
[전]PF파포[통통] 06.03.08.17:08 1992
image
[서경]As I came of Age 06.03.08.16:53 1316
22056
image
[전]PF파포[통통] 06.03.08.16:50 1171
22055
image
[서경]하늘아래 06.03.08.16:32 1356
22054
image
[서경]주녀영환 06.03.08.16:30 1220
22053
image
네티러브 06.03.08.16:09 1463
22052
image
[서경]수아아빠 06.03.08.14:58 1117
22051
image
[제주]바닷가소년 06.03.08.14:43 1719
22050
image
티지재원[RM] 06.03.08.15:18 1441
22049
image
티지재원[RM] 06.03.08.15:25 1278
22048
image
[전]PF파포[통통] 06.03.08.14:24 1071
22047
image
[강원]꽁구리덩 06.03.08.14:22 1053
22046
image
[서경]경락아빠 06.03.08.14:16 1021
22045
image
수아아빠[국양] 06.03.08.17:11 1111
22044
image
[충]예린사랑 06.03.08.13:52 1106
22043
image
[서경]수아아빠 06.03.08.13:43 1144
22042
image
[서경]수아아빠 06.03.08.13:56 996
22041
image
[경]꿈꾸는바람새 06.03.08.13:33 1109
22040
image
[서경]블루아이 06.03.08.13:07 1123
22039
image
티지재원[RM] 06.03.08.14:21 1424
22038
image
[경서]쿨이쥐[은랑당] 06.03.08.12:09 1083
22037
image
[경]스콜~ 06.03.08.12:05 1074
22036
image
[서경]톰과 란제리 06.03.08.11:44 1301
22035
image
[서울시민]시연아빠 06.03.08.11:30 1142
22034
image
[서경] 지뇽 06.03.08.10:55 1179
22033
image
[서경]은랑당교주™ 06.03.08.10:54 1496
22032
image
네티러브 06.03.08.10:52 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