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이와 만나다
- [경]에메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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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배선 (안양거주 27세, 여)
경주를 향해 가던 길에 북영천 휴게소를 막 진입하여 잠시 볼일(기름이 가득차서 빼고가야 했죠-화장실)을 보고 핫바와 감자를 간식거리로 사서 스풍이에게 물려주고 저는 흡연구역에 가서 담배를 태웠죠
무표정한 얼굴로 휴게소로 들어오는 차량들, 연인의 손을 잡고 식당으로 들어가는 남과 여, 엄마 아빠와 함께온 아이들, 고속버스에서 내린 단체 여행객, 그리고 가판대 음반에서 흘러나오던 댄스음악,
분명 경쾌하지만 불규칙한 리듬감이 느껴지는 풍경이었습니다.
그때 일반 승용정차구역이 아닌 대형화물들이 즐비하게 서 있는 구역에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검은색 쏘나타 차량이 하나 있었습니다.
한 여인의 행동이 어쩐지 쩔쩔 매고 있는 것 같았죠
그저 지나는 눈길을 사로잡았다 생각하고 무심히 지켜 보는데 오른쪽 왼쪽으로 오가며 자신의 차량을 계속적으로 살피는 것입니다.(아! 뭔가 문제가 있구나 슬그머니 관심과 오지랖이 발동했습니다.)
급하게 담배를 비벼 끄고 그쪽으로 걸어갔습니다.
그리고 놀랐습니다. 왜냐고요?. 완벽했습니다. 키와 얼굴과 표정과 말투와 몸매마저 일반인이 아닌 탤런트 같았으니까요.
심장이 쿵쾅거려야 하는데 식은 땀이 나더군요^^
쭈뼛쭈뼛 말을 걸었습니다.
): 무슨 일이 있나요?
썬글라스를 벗어든 그녀는 상기된 표정으로
:)차 창문이 열리지 않네요. 제가 차 바꾼지 얼마 안되었는데 운전석 쪽에는 열리는데 조수석과 양쪽 뒷문의 창문이 열리지 않네요!!!
당황한 기색의 그녀의 표정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았습니다.
): 어디 한번 제가 살펴 볼까요.
풀옵션으로 꾸며진 차량내부와 앙증맞은 시트와 깔끔한 매트, 장미향의 방향제가 코끝에 스며드는 차에 몸을 기대, 이리저리 살펴 봅니다. 근데 답이 너무도 쉬운 거네요^^. 미러잠금장치 버튼이 눌러져 있었던 것이죠.
그때부터 장난끼가 발동하더군요.
):음~~~~이거 매우 심각한데요. 아무래도 견인차를 불러야 할 것 같습니다.
:) 어떻게 해요~그럼
그녀의 안색이 시시각각으로 변하며 발을 동동 구르는데 저는 웃음이 나서 미칠뻔 했습니다.
):여긴 고속도로고 보험사에 연락을 해야하는데 핸드폰 줘 보세요.
그녀로 부터 핸드폰과 보험사 번호를 받아 뜸을 들였습니다.
찡그리고 걱정된 표정이 그렇게 예뻤거든요 ㅋ
:)빨리요, 빨리 좀 연락해 주세요, 급해요 급해,
제가 지금 여기서 허비할 시간이 없거든요......,
더는 장난치면 안된다 싶었습니다.
그녀의 쩔쩔 매는 모습이 귀엽고 상큼했지만 해결해 주어야 했죠.
눌러져 있는 잠금버튼을 그녀 모르게 쓰윽~ 누르고 제가 우스꽝스러운 얼굴로 말합니다.
): 차에 타시고 창문을 오르내려 보세요. 신기한 일이 벌어 집니다.^^
허둥지둥하는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가 가을햇살처럼 사랑스럽고 눈부십니다.
:)아! 정말이네요, 이거 어떻게 하신 거죠. 와~아
다행이다. 다행이야, 정말 고마워요~
가끔 다들 하는 실수잖아요. ^^
잠금버튼이 눌린 것도 모르고 정비소에 들리면 그렇게 기가 막히는 해프닝이 벌어지곤 하죠. 도어락이 걸린 상태도 마찬가지고요.ㅎㅎ
커피를 대접하겠다는 것을 한사코 마다하고 저는 제 차로 돌아왔습니다.
아직도 그녀의 쟈스민 향수가 코에 맴도는데 말이죠.
인연을 만들어 볼까~ 하시겠지만 땍지!!!!!!!!
휴게소를 나가 경주로 한참 달리는데 맛폰이 울립니다.
그래요^^ 그녀의 전화랍니다. 보험사에 전화거는척하면서 제 전화번호와 미러 잠금장치버튼이 눌린 거라고 메시지를 남겼거든요.
전화 너머로 이런 수작은 처음이다며 화난 목소리마저 매력적인 그녀의 쾌활한 웃음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백점 만점에 백점인 주말입니다 ????
그렇게 우리의 인연은~ 퍽 우당탕탕~쿵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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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뜨거운 입김이 뺨에 와닿습니다. 누군가가 볼을 꼬집습니다. 그리고 호통이 들립니다.
''으이구 이 화상아!!! 퍼뜩 안 일어나~~'' 오늘 나들이 가자며 해가 똥구녕에 쏫도록 디비자면 어떻게~~~
황홀하던 순간이 도대체 뭡니까 ㅠㅠ
가물거리는 정신을 부여 잡으니 아아!!! 모든 것은 한낱 꿈이었습니다.
''침 좀 닦아, 아빠~~~~ 더럽게~~~~
막내도 쏘아 부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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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고추장, 된장, 막장, 초장
꿈이었다니~~~~이게 모두 꿈이었다니~~~~
그래요! 현실은 원래 냉엄한 것입니다.^^
-이상 지난밤 꿈 이야기 ㅋㅋㅋ
Ps- 낡은 배선에 과도하게 신경쓰니 이런 꿈을 꿉니다. 다음번엔 순정이 (?)와 만나는 꿈을 꾸겠습니다.
아 네^^ 순정부품요 ㅎㅎㅎ
댓글 10
ㅋㅋ 한창 집중해서 보고 있었는데 꿈이 었다니 ㅋㅋ 에메 랄드 님은 지역이 어디신지요 저도 처가댁이 경주라서 가끔 갑니다
디케이님과 같은 대구입니다.^^ 경주나 포항은 매년 가는 곳이라 마음의 안식처고 휴식처랍니다.
조만간 경방 모임이나 번개팅시 참석할 기회가 되면 좋겠네요^^ 여러 선배회원님들에게 자문 구할일이 산더미네요^^
재밌게 잘 봤어요 ㅎㅎ
저는 와이프랑 지금경주 놀러왔어요 불국사 가는길에 유수정 쌈밥집 밥먹으로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