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가 28일 '핵폭탄'을 터뜨렸다. 이날 '나꼼수' 봉주 7회에서 인천지검 부천지청 박은정 검사가 나경원 전 의원의 남편인 김재호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로부터 '기소청탁을 받았다'는 사실을 검찰에 털어놓은 것을 공개해 상당한 파문이 예상된다.
이날 방송의 핵심은 작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주진우 <시사IN> 기자가 나경원 후보의 남편인 김재호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가 검사에게 기소청탁을 했다고 한 주장에 대해 나 후보 측이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했고, 검찰이 주 기자를 구속하려 하자, 당시 기소청탁을 받았던 박은정 검사가 검찰수사팀에 자기가 김재호 판사로부터 기소 청탁 전화를 받았다고 고백해 구속을 막아줬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작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막바지인 10월 25일 방송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나꼼수' 멤버인 주진우 기자는 이렇게 폭로했다.
"2004년 나경원 의원이 자위대 창설 행사에 참석 후 나 의원이 친일파라는 글들이 수만 건 올라왔다. 서울 녹번동에 사는 김아무개가 자신의 블로그에 '나경원은 자위대 행사에 참석했다, 친일파'라고 비방하는 내용의 글들을 올렸다. 그러자 2005년 말에 나경원 의원의 보좌관이 김아무개를 명예훼손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그런데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다. 그랬더니 나경원 의원 남편인 김재호 당시 서울서부지법 판사가 검찰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피고소인을 기소만 해달라'며 기소청탁을 했다."
이후 김씨는 2006년 4월 13일에 기소돼 2006년 11월 12일 대법원에서 벌금 7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보통 1심이 6개월씩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초고속으로 확정된 것이며, 1·2심의 판사 모두가 김재호 판사의 동료였다는 게 '나꼼수'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나꼼수'는 "판사가 관할 수사 검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서 기소를 운운한 사건이다. 판사의 직위를 부당하게 이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 캠프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력 부인하며 "남편인 김재호 판사는 2006년 2월 21일 해외 유학을 떠나 당시 국내에 부재한 상태였다"며 이를 폭로한 주진우 기자를 허위사실유포 혐의로 고발조치했다.
이에 주 기자와 정봉주 전 의원도 명예훼손, 무고 등의 혐의로 나경원 전 의원을 고소하며 맞섰다. '나꼼수' 측 변호를 맡은 황희석 변호사는 "나 전 의원의 남편인 김재호 판사가 검사에게 사건 기소를 청탁한 것이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나 전 의원은 이를 부인하면서 선거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하고 주 기자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말했다.
"사법근간 흔드는 중차대한 문제"
28일 밤 '봉주7회' 방송에서 김어준 총수는 '김재호 판사 기소청탁'에 대해 "간단히 요약하면 나경원 의원이 자위대 행사에 참석했는데, 당시 인터넷 여론이 엄청나게 자신의 아내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니까 판사인 남편이 자신의 관할에 사는 네티즌 하나를 기소해 달라고 검사에게 청탁을 했다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그러면서 "이게 만약에 사실로 입증되면... 왜 그랬겠느냐"며 "목적은 아내에게 불리한 인터넷 여론을 겁줘서 잠재우려 했다는 것밖에 없다. 그리고 이게 단순한 청탁을 넘어서 심각한 사건일 수밖에 없는 것이, 고발은 나경원 의원의 보좌관이 했다. 그러니까 이 청탁은 부부(나경원-김재호)가 공모한 사건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주 기자도 "나경원 의원을 비방한 네티즌은 수십만 명이 있다. 그중에 유독 (김재호 판사가 근무하는) 서울서부지방법원 관할구역에 있는 네티즌 한명만 찍어서 고발을 한다. 그러고 나서 검찰이 수사를 안 하니까 김 판사가 빨리 기소해 달라 그러면 자기가 처리를 하겠다고 기소청탁을 넣었다"고 비판했다.
나꼼수는 "김아무개가 블로그에 글을 모아둔 것에 불과해 기소가 되기 쉽지 않았다고 한다. 판검사에게 물어보면 이 건은 약식기소 정도로 끝날 만한 사건이었는데, 정식 기소를 하게 됐다"며 "결국 재판 두 번(1심과 항소심)은 김재호 판사의 동료인 서울서부지법 판사들이 끝냈다"고 주장했다.
김 총수는 "이게 사실로 입증되면, 징계사유가 된다. 소송 관계인인 검사에게 업무상 필요한 경우가 아닌데도 본인의 배우자 관련 사건을 청탁한 것이기 때문에 법관징계법 제2조 제1호 직무상 의무에 위반한 징계사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 기자는 "최근에 서기호 판사가 옷을 벗고, 이정렬 부장판사가 징계를 받았다. 자기의 SNS에서 표현한 것과 차원이 다른 문제다. (기소청탁은) 사법근간을 흔드는 중차대한 문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 총수는 "(김재호 판사의) 기소청탁 사실이 입증이 되면, 부부 사이니까 기소청탁을 한 것을 알면서도 (나경원 전 의원이) 우리를 고발했으니 이건 무고죄에 해당된다. 기소청탁 건은 그동안 조용했다. 왜냐하면 검찰도 부담이다. 잘못하면 나경원 전 의원은 물론이고, 남편 김재호 판사까지 게다가 기소청탁 받은 그 어떤 검사가 드러나면 검찰내부도 위험해져 건들기 위험한 사안"이라고 사안의 심각성을 상기시켰다.
주 기자도 "서울경찰청에 고발됐다. 모든 사안은 경찰청 수사2계에서 담당했는데, (나꼼수가 폭로한) 기소청탁 건만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에서 직접 나섰다"고 표적수사라는 의구심을 내비쳤다.
김어준 "고백하지 말라고 말렸는데...박 검사 지켜달라"
그러면서 새로운 폭로를 내놓았다. 김 총수는 "(기소청탁 사실을 입증하려면) 당시 기소청탁을 받은 검사가 스스로 밝히는 것인데 그러면 본인의 공직생활은 끝이다. 우리가 살려고 (그 검사가 양심고백해) 그 검사를 죽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사실은 그 검사에게 증언하지 말라고 했다"고 털어놨다.
김 총수는 "그런데 지난주에 그 검사가 주진우 체포 구속영장을 친다는 얘기를 듣고 우리에게 연락도 없이 공안수사팀에 자기가 그 기소청탁 전화를 받았다고 말해버렸다. 그리고 우리한테 미안해 할까봐 알려주지 않았다. (고백하지 말라고) 많이 말렸는데, 시대가 이따위여서 매우 가슴 아프다. 그 검사는 조직의 배신자로 낙인 찍혀 사실상 검사생활 끝났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시민들의 힘을 믿을 수밖에 없다. 그 검사의 실명을 공개한다. 이 방송을 듣는 분들은 이 검사의 이름을 기억해 달라. 혼자서 몰래 자기가 다 떠안으려고 했던 검사. 자신이 받을 모든 불이익을 감수하고 우리가 말릴까봐 말해버렸다. 그의 이름은 부천지청의 박은정 검사다. 이 분은 여성 아동 성폭력 담당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 박은정 검사. 상식을 믿는 시민들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다"며 시민들이 박 검사를 지켜줄 것을 호소했다.
끝으로 "우리가 <나는 꼼수다> 방송을 계속 할 수 있는 것은 현재 이 분 때문이다. 이 분의 이름을 기억해 주시고, 앞으로 이 분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주목해 달라"고 강조했다.
박은정 검사는 경북 구미 출신으로 이화여대 법대를 나와 사법시험 39회에 합격해 사법연수원 29기로 졸업했다. 이후 수원지검 검사로 임관해 춘천지검 원주지청 검사, 대구지검 검사, 서울서부지검 검사, 현재는 인천지검 부천지청에 근무하고 있다.
여성 아동성폭력 전담으로 활약하고 있는 박 검사는 '2010년 성폭력 수사, 재판과정에서의 여성인권 보장을 위한 디딤돌'로 선정되기도 했다.
백해련 "최선을 다해 지킨다... 은정아 힘내!"
이날 방송이 나간 후 트위터 등 SNS에서는 박은정 검사가 양심고백을 한 이유에 대해 "내가 저항하고 싶은 이유는 사람이고 싶어서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내용과 함께 사진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최근 정직 6개월의 중징계를 받고 '백수'가 된 이정렬 부장판사는 자신의 트위터에 "나꼼수 봉도사 7회 듣고서...백수 한 사람 또 늘겠군...400번째 트윗을 이런 내용으로 할 줄이야"라는 글을 올리며, 김재호 부장판사가 스스로 법복을 벗든, 중징계를 받든 향후 판사활동이 중단될 것임을 시사했다.
특히 작년 대구지검 형사3부 수석검사 당시 검찰을 비판하며 검복을 벗고 나와 민주통합당에서 전략공천을 받은 백혜련 변호사는 자신의 트위터에 "방금 실시간 검색어로 박은정 검사가 떠서 깜짝 놀랐습니다. 박은정 검사는 저와 연수원 동기. 같은 수원지검 초임으로 동고동락한 동료입니다. 용기있는 고백에 먼저 박수를 보냅니다. 저희 특위 차원에서라도 최선을 다해 박은정 검사 지키겠습니다. 은정아 힘내!"라고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조준현 변호사는 "혹시 검찰총장이 이정렬 부장판사처럼 박은정 검사를 징계하는 건 아니겠지?"라며 "자꾸 개념검사, 개념판사님들이 떠나시면 안 되는데"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박은정 검사의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양심고백 용기에 존경을 표한다'며 폭발적이다. 특히 한 누리꾼은 "박은정 검사가 우리나라 법조계를 살렸다. 썩어문드러진 곰팡이 사이에 홀로 도도하게 핀 한 송이 백합이다"라고 칭찬했다.
반드시 돌아오십시요.
지금은 썩어문드러진 놈들이 휘젓고 다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