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이효리, 서태지 등 새 음반 홍수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가요 관계자들은 요즘 "불황인데도 음반은 왜 이렇게 쏟아지는가"라는 푸념을 입에 달고 산다.

한국음악산업협회의 집계에 따르면 올해 발표된 음반 중 10만 장 판매를 돌파한 음반이 한 장도 없다. 5월까지 김동률 5집이 9만6천870장, 에픽하이 5집이 7만238장 판매된 것이 최고 성적이다.

그런데도 KBS 심의실 관계자는 "올해 1~4월 가요 1천872곡을 심의했다"며 "요즘도 월 평균 200여 곡은 심의한다"고 전한다.

하반기에도 새 음반의 홍수는 계속될 태세다.

이효리ㆍ엄정화ㆍ아이비 등 여성 대표, 비ㆍ동방신기 등 해외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남자 대표들이 출발선에 섰다. 반가운 얼굴은 서태지와 최근 잇따라 제대한 김종국ㆍ조성모ㆍ김범수 등이다.

이들이 심한 가뭄을 겪고 있는 가요계에 단비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다.

◇'섹시 퀸'의 귀환

섹시미를 무기로 한 이효리, 엄정화, 아이비가 삼각편대를 형성한다. 이들은 각각 유명 프로듀서들과 손잡아 프로듀서들간의 대결 결과도 주목된다.

이효리는 광고 '애니모션', '애니클럽'에서 함께 한 작곡가 박근태, 2집 때 작업한 김도현과 의기투합해 7월 3집을 발표한다. 그간 타이틀곡이 무거웠다는 생각에 전체적으로 신나는 곡을 담는다. 메이비가 작사, 휘성이 피처링에 참여했고 신사동 호랭이 등 감각 좋은 신진 작곡가들이 투입됐다.

엄정화는 YG엔터테인먼트의 양현석 대표를 프로듀서로 맞아 음반 작업을 마친 상태. 7월1일 발매될 음반 타이틀곡은 원타임의 테디와 스토니스컹크의 쿠시가 공동 작업한 '디스코'. 디스코 장르를 현대적 사운드로 재해석한 노래로 빅뱅의 탑이 랩 피처링을 맡았다. 또 빅뱅의 지드래곤이 작사ㆍ작곡하고 랩피처링 한 노래도 수록된다.

옛 연인과의 사건으로 활동을 잠정 중단한 아이비는 작곡가 김도훈과 손잡고 비밀리에 녹음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70% 가량 녹음했지만 음반 발매 시기는 올해 안으로만 밝히고 있다.


◇90년대 톱스타의 컴백

서태지, 신승훈, 김건모는 1990년대 가요계를 주름잡은 톱 가수들. 이들은 양적 팽창에 일조하기보다 음악 시장의 질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강원도의 한 흉가에서 음반 작업중인 동영상이 화제였던 서태지는 8월1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릴 'ETPFEST 2008'을 컴백 무대로 발표했다. 매릴린 맨슨, 드래곤 애시 등 세계적인 록 뮤지션이 참가할 무대에서 4년 만에 발표하는 8집도 선보인다. 모든 작업을 극비리에 진행하고 있어 록음악이 주류를 이룰 것이라는 추측만 있다.

7월 12집을 발표할 김건모는 '핑계', '잘못된 만남'을 작곡한 김창환과 13년 만에 다시 뭉쳤다. 김건모 측은 "김창환, 김우진 등의 작곡가를 비롯해 김건모 씨도 곡을 썼다"며 "리듬 앤 블루스 스타일의 음악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신승훈은 10월 정규가 아닌 프로젝트 음반을 발표한다. 신승훈은 "내가 직접 곡을 쓰지만 정규 음반이 아니어서 기존 '신승훈 표' 발라드와는 다른 스타일의 음악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파의 반가운 복귀

1년 중 국내보다 해외 체류기간이 긴 가수는 비와 동방신기. 미국, 아시아 등 세계 시장에서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는 탓에 모두 국내에서는 2년 만의 정규 음반이다.

독일 베를린에서 할리우드 영화 '닌자 어새신' 촬영을 마치고 7월 귀국할 비는 10월 5집을 발표한다. 이번 음반에서 비는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릴 예정이다. 20여곡을 수집했고 자신이 다른 작곡가와 함께 쓴 곡도 있다. 비 측은 "이미 오래 전부터 5집 준비에 돌입했고, 비가 귀국하자마자 녹음을 시작한다"며 "아직 타이틀곡은 결정짓지 못했다"고 말했다.

주로 일본 등 아시아권에서 활동 중인 동방신기는 9월께 4집으로 복귀한다. SM엔터테인먼트는 3집 '"O"-정.반.합.(正.反.合.)' 때 보다 업그레이드된 음악으로 채울 것이라는 설명. 앞선 7~8월 일본 전역을 돌며 에이벡스(Avex) 소속 가수들의 합동콘서트 '에이-네이션(A-nation) 08'을 마치면 귀국해 음반 작업에 매진한다. 새 음반 발매 후 연말까지 국내에서 활동할 계획이다.


◇제대한 발라드 가수들

상반기 강타, 이루, 제이워크의 김재덕에 이어 하반기 성시경, 이기찬, 김동완 등의 가수들이 입대한다. 대신 김종국, 조성모, 김범수 등 군 복무를 마친 가수들이 그 자리를 채운다.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한 김종국과 조성모는 5월 소집해제 됐다.

김종국은 현재 곡 수집 단계이며 5집 발매 시기를 9~10월께로 내다보고 있다. 김종국 측은 "조만간 음반 작업 겸 휴식 차 김종국이 미국으로 간다"며 "듀스 출신 이현도 씨를 만나 새 음반을 논의할 것 같다. 늦어도 가을 안에는 음반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3월 제대한 '보고싶다'의 김범수는 작곡가 황찬희와 손잡고 휴식기 없이 바로 새 음반 녹음을 시작했다. 당초 소속사는 발매 시기를 5월로 발표했으나 여름으로 늦춰졌다. 조성모도 새 음반을 기획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발매 일정은 확정짓지 못했다.

◇힙합전사의 공격

드렁큰 타이거, 리쌍, 다이나믹 듀오, 윤미래 등 힙합크루인 '무브먼트' 가수들이 하반기 힙합 시장을 이끈다.

힙합듀오 리쌍의 5집 작업은 끝났지만 발매 시기는 8월로 계획하고 있다. 타이틀 곡은 복싱 경기 중 뇌사 판정을 받고 장기를 기증한 뒤 세상을 떠난 고(故) 최요삼 선수를 추모하는 내용이다. 멤버 개리와 길은 20대 초 복싱을 배우던 시절, 같은 체육관에 다닌 인연으로 최 선수와 두터운 친분을 쌓았다. 최 선수의 생전 영상을 담아 다큐멘터리 형식의 뮤직비디오도 이미 제작했다.

드렁큰 타이거는 9월께 8집을 낸다. 척수염을 치료하고 요양도 겸해 1월부터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6개월째 머무르며 음악 작업을 했다.

윤미래는 R&B 솔 음반은 티(T), 힙합 음반은 제머나이(Gemini)란 이름으로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 티로 3집을 냈고, 11월 선보일 제머나이 2집에서는 다시 강한 여성 래퍼로 돌아간다.

다이나믹 듀오는 8월 4집을 발표한다. 멤버 최자의 성대결절로 작업이 늦춰져 현재 50% 가량 녹음한 상태. 다이나믹 듀오 측은 "두 멤버가 함께 곡을 쓰는데 아직 타이틀곡은 나오지 않았다"며 "최자는 한달 더 성대 결절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