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홈피에 적은 글이라 반말이예요^^ 이해해 주세용~)

1999년 2월 23일이었을듯. 이 녀석을 처음 만난게.
첫 차였고, 어린 나에게 과분한 것이었지만 나에게 아무런 결정권 없이 그저 덜컥 주어진 차였기에 조금 어리버리한채 받게 되었다.
'차 갖다 놨다'란 말 듣고 달려 나간 주차장엔 하얗고 야물딱지게 생긴 녀석이 앉아 있었고..

바로 몰아보고 싶었지만 내가 조작할 수 있는 핸들을 달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일. 하지만 그 전에 타고보 라디오도 들어보고 새차 냄새도 맡아보고.. 이게 정말 내 차구나.. 하는 그런 기분.

2004년 10월 4일 139088km라는 거리를 나와 함께 하고 보냈다. 대략 잡아도. 2300시간 정도. 5년이라는 긴 시간 중에 대략 100여일일 이 안에서 운행했다. 하지만 사랑했던 사람과 같이 했던 시간 보다 더 많은 시간과 공간이 이곳에 있었고, 살았다.

몸이 불편한 나에게 길이 닿는 한 어디든지 갈 수 있게 해주었고, 나에게는 나만의 작은 공간으로 고단할 때는 쉬게끔, 슬플땐 충분히 혼자 있게끔, 또 화가나고 너무 힘들땐 누구보다 멋지게 달려주었던 그런 녀석.

이 녀석을 마지막 몰고 나가는 날 시동을 걸었을 때, 묘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도 마지막인 것을 아는 양 너무나 익숙한 시동소리가 묘한 진동으로 나가왔고 그것은 내 눈가를 적시었다. 운전하면서 울어보기란 익숙치 않은 행동이지만.. 그래야만 했다고 할까.

적지 않은 사고도 당했고.. 하지만 그보단 이 녀석과 함께 했던 수 많은 추억들. 나와 이 녀석이 태웠던 수 많은 사람들과 사랑들. 시간들.

하지만 이제 모두 지난 일이 되어버렸다. 차도 추억도. 이 녀석을 보내는 날 첫사랑의 추억마저 마음에서 덜어내야 했으니까.

욕심이 있었다면 조금 더 잘해주고 폐차할때까지 내가 함께 했어야 했는데...참 좋은 차였는데.

지금도 운전하다 비슷한 년식의 차를 보면 다시 돌려본다. 혹시 내가 낸 흠집이 있는 그 녀석이 맞는지..
이젠 티지와 함께 해야겠지만.. 옛사랑처럼 가끔 생각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