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사랑에게.. 08 별 떼는 여자..
- [서경]깡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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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 떼는 여자 -
몇 시간째 침대에 누워 별만 보고 있어요.
머릿속이 전쟁터 같아,
아무리 잠을 청해도, 잠이 오지 않네요.
저 별도 다 떼어버려야겠어요.
일어나서 의자를 놓고 천장에 야광별을
다 떼어내고 있습니다.
이 별, 그 사람이 선물해 준 건데...
이 별도 생명이 다 했는지, 이젠 반짝이지도 않네요.
사랑도 빛을 잃으면 이렇게 볼품없어 지는 거겠죠.
그 사람과 헤어진 지 사흘이 지났어요.
12시가 넘은 늦은 시간에 우리 집 앞으로 찾아왔더라구요,
술에 잔뜩 취해 혀는 꼬이고 걸음은 비틀거리며,
할 말이 있다고,
그래서 아파트 놀이터로 달려 나갔는데...
헤어지고 싶다고,
그렇게 해 달라고... 눈물까지 머금으며... 부탁하더라구요.
부탁 같은 말투였어요.
제발, 부디, 꼭...헤어져달라고..
다른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노라고..
내 눈을 보지도 못하고..숨도 쉬지 못하고..말하더라구요.
얼마나 연습을 했는지 알 것 같았죠.
그 날이라도 나가지 말 걸 그랬어요.
그랬으면 아직까지..헤어지자는 말 못 했을 사람인데...
마음 약한 사람이니까,
개미 한 마리도 불쌍하다고 못 죽이는 사람이니까,
술김이 아니면 진심 같은 거 보이지 못하는 사람이니까...
문자가 도착했나 봐요. 수신음이 경쾌하게 울립니다.
의자에서 내려가 확인해 봐야겠어요.
혹시 그 사람일까요,
갑자기 심장이 막 뛰고 있어요.
<언제든지 부르면 달려가겠습니다.
안심하고 사용하세요. 석준.>
석준...모르는 사람인데.. 누굴까요,
혹시 지금 그 사람이랑 같이 있는 친구 아닐까요,
그 사람이 후회하며 나한테 미안해하니까,
친구가 대신 풀어주려고 장난치는 거 아닐까요,
내가 미쳤나 봐요.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고 있잖아요..
잘 못 온 문자가 뻔한데..
하루라도 빨리 떨쳐내야 하는데,
그래야 내가 편해지는데...
다시 돌아올 사람이 아닌데...
그걸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놓아지지가 않을 것 같아요.
사실은 그게 제일 무서워요.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보내주라고,
붙들고 있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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