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펌] 22평이 얼마나 큰데?
- [非酒黨]나이스리
- 조회 수 196
- 2005.05.18. 09:47
지난 일요일(15일)에 나는 김해 형님 집에 들렀다. 형님이 아파트 입구까지 나와 있다. 나를 보자 반갑게 악수부터 청한다. 형님이 아파트로 우리 가족을 안내한다. 아파트는 아담했다.
"학생수가 몇 명입니까?"
"100명도 안 된다."
"그렇게나 적어요?"
"시골학교는 다 그렇다."
나는 주위를 둘러본다. 거실은 단출했다. 텔레비전이 탁자 위에 놓여있다. 베란다에는 화분이 몇 개 있다. 그런데 진작부터 내 눈길을 끄는 게 있었다. 꽃바구니였다. 꽃을 타고 빨간 띠가 밑으로 흘러내렸다. 나는 빨간 띠에 적힌 글씨를 읽어 내려간다. '스승님의 은혜에 보답합니다'라고 써있다.
"제자가 보냈습니다. 이번에 중학교 선생님으로 초임발령을 받았다나 봐요."
형수님이 말씀하셨다. 형님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형님 몸이 많이 불었다. 배가 제법 나왔다. 몸만 불은 게 아니다. 얼굴도 많이 변했다. 눈가에 주름이 가득하다. 눈가죽도 축 처졌다. 하긴 그럴 만도 하다. 벌써 형님의 나이 51살이다. 몇 년만 더 있으면 교직생활 30년째다. 형님은 지금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계신다.
"스승의 날에 선물 좀 들어왔습니까?"
아내가 철없는 소리를 한다. 나는 아내에게 눈치를 보낸다. 어색한 얘기는 하지 않는 게 좋다는 뜻이다. 아내가 얼른 입을 다문다. 형수님이 크게 소리 내어 웃는다. 형님은 헛기침만 몇 번 하신다. 형수님이 말씀하신다.
"저기 꽃바구니 있지요. 저게 전부에요."
형님이 맥주병을 땄다. 나는 형님 잔에 맥주를 따랐다. 형님도 내 잔에 맥주를 따랐다. 나는 맥주를 단숨에 들이켰다. 목이 시원했다. 형님은 살짝 입술만 축였다. 아내는 부지런히 참외를 깎았다. 참외가 달착지근하다.
"동서는 좋겠다. 아파트 분양을 다 받고. 많이 올랐다며?"
"아니에요, 형님. 소문만 그래요."
"언제 입주하지?"
"원래 계획은 내년 11월인데 공사가 빨리 진척되나봐요. 내년 9월 이전에는 입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요즘 느끼는 건데, 우리 아파트가 좁은 것 같아. 애들이 크니까 더 그러네."
"몇 평인데요?"
"22평이야."
형님은 지금 주공아파트에 살고 계신다. 22평짜리다. 아파트말고는 모아둔 재산도 없다. 그건 내가 잘 안다. 형님은 돈 모을 기회가 없었다. 내 학비 대고 형님 공부하는데 다 썼다. 형님은 교직에 있으면서도 야간대학을 다녔다. 야간대학원도 졸업했다. 공부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다.
나는 종종 그런 생각을 해본다. 형님의 도움이 없었으면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필시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대학은 고사하고 지금의 직장에도 들어올 수 없었을 것이다. 모든 게 형님의 공이다. 형님은 내가 취직하고 더 이상 형님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았을 때 비로소 결혼했다. 그러나 너무 늦었다. 그때 형님의 나이 39살이었다.
형수님은 아내를 부러워 했다. 아내에게 몇 평을 분양받았냐고 넌지시 묻는다. 아내는 34평이라고 말한다. 아내는 얼굴에 가득 웃음을 흘린다. 그러나 나는 아니다. 부끄럽고 죄스러운 생각뿐이다. 내가 아니었으면 형님은 지금보다 훨씬 큰 평수에서 살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형님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22평도 크다. 너 생각 안 나니? 우리 가족은 한방에서 여섯 명이 살았어. 그때 우리들 소원이 뭐였니? 스탠드 하나 가지는 것 아니었니. 공부하고 싶어도 곤히 잠든 가족들 때문에 공부를 할 수 없었어. 그때 비하면 너나 나나 부자다."
형님이 나를 보며 빙그레 웃는다. 넉넉한 웃음이다. 비록 세 살밖에 나이 차이가 나지 않지만 내게는 언제나 아버지처럼 느껴졌다. 형님은 내게 언제나 그런 존재로 남아있었다. 김해와 창원은 지척의 거리다. 집을 나서는 나에게 형님이 말씀하신다.
"우리 자주 만나자, 희우야!"
내가 탄 차가 미끄러지듯 형님 집을 벗어나고 있었다.
"학생수가 몇 명입니까?"
"100명도 안 된다."
"그렇게나 적어요?"
"시골학교는 다 그렇다."
나는 주위를 둘러본다. 거실은 단출했다. 텔레비전이 탁자 위에 놓여있다. 베란다에는 화분이 몇 개 있다. 그런데 진작부터 내 눈길을 끄는 게 있었다. 꽃바구니였다. 꽃을 타고 빨간 띠가 밑으로 흘러내렸다. 나는 빨간 띠에 적힌 글씨를 읽어 내려간다. '스승님의 은혜에 보답합니다'라고 써있다.
"제자가 보냈습니다. 이번에 중학교 선생님으로 초임발령을 받았다나 봐요."
형수님이 말씀하셨다. 형님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형님 몸이 많이 불었다. 배가 제법 나왔다. 몸만 불은 게 아니다. 얼굴도 많이 변했다. 눈가에 주름이 가득하다. 눈가죽도 축 처졌다. 하긴 그럴 만도 하다. 벌써 형님의 나이 51살이다. 몇 년만 더 있으면 교직생활 30년째다. 형님은 지금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계신다.
"스승의 날에 선물 좀 들어왔습니까?"
아내가 철없는 소리를 한다. 나는 아내에게 눈치를 보낸다. 어색한 얘기는 하지 않는 게 좋다는 뜻이다. 아내가 얼른 입을 다문다. 형수님이 크게 소리 내어 웃는다. 형님은 헛기침만 몇 번 하신다. 형수님이 말씀하신다.
"저기 꽃바구니 있지요. 저게 전부에요."
형님이 맥주병을 땄다. 나는 형님 잔에 맥주를 따랐다. 형님도 내 잔에 맥주를 따랐다. 나는 맥주를 단숨에 들이켰다. 목이 시원했다. 형님은 살짝 입술만 축였다. 아내는 부지런히 참외를 깎았다. 참외가 달착지근하다.
"동서는 좋겠다. 아파트 분양을 다 받고. 많이 올랐다며?"
"아니에요, 형님. 소문만 그래요."
"언제 입주하지?"
"원래 계획은 내년 11월인데 공사가 빨리 진척되나봐요. 내년 9월 이전에는 입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요즘 느끼는 건데, 우리 아파트가 좁은 것 같아. 애들이 크니까 더 그러네."
"몇 평인데요?"
"22평이야."
형님은 지금 주공아파트에 살고 계신다. 22평짜리다. 아파트말고는 모아둔 재산도 없다. 그건 내가 잘 안다. 형님은 돈 모을 기회가 없었다. 내 학비 대고 형님 공부하는데 다 썼다. 형님은 교직에 있으면서도 야간대학을 다녔다. 야간대학원도 졸업했다. 공부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다.
나는 종종 그런 생각을 해본다. 형님의 도움이 없었으면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필시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대학은 고사하고 지금의 직장에도 들어올 수 없었을 것이다. 모든 게 형님의 공이다. 형님은 내가 취직하고 더 이상 형님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았을 때 비로소 결혼했다. 그러나 너무 늦었다. 그때 형님의 나이 39살이었다.
형수님은 아내를 부러워 했다. 아내에게 몇 평을 분양받았냐고 넌지시 묻는다. 아내는 34평이라고 말한다. 아내는 얼굴에 가득 웃음을 흘린다. 그러나 나는 아니다. 부끄럽고 죄스러운 생각뿐이다. 내가 아니었으면 형님은 지금보다 훨씬 큰 평수에서 살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형님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22평도 크다. 너 생각 안 나니? 우리 가족은 한방에서 여섯 명이 살았어. 그때 우리들 소원이 뭐였니? 스탠드 하나 가지는 것 아니었니. 공부하고 싶어도 곤히 잠든 가족들 때문에 공부를 할 수 없었어. 그때 비하면 너나 나나 부자다."
형님이 나를 보며 빙그레 웃는다. 넉넉한 웃음이다. 비록 세 살밖에 나이 차이가 나지 않지만 내게는 언제나 아버지처럼 느껴졌다. 형님은 내게 언제나 그런 존재로 남아있었다. 김해와 창원은 지척의 거리다. 집을 나서는 나에게 형님이 말씀하신다.
"우리 자주 만나자, 희우야!"
내가 탄 차가 미끄러지듯 형님 집을 벗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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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18.
^0^ 오마이 뉴스에서 읽은 내용인데.......동생들은 절대로 형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죠.......울나라 장남들에게 지워진 짐이 넘 큰 것 같아요......부모님 모시고, 동생들 공부 시키고 보살펴 줘도 절대로 고마운 줄 모르죠. 형으로서 당연하다고 생각하니까요......저는 이 글을 읽고 스승의 은혜 이런 것보다는.......장남의 멍에라는 생각이 드네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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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18.
공감합니다. 저도 장남이라 뭐.. 일도 많고 괴로울 때도 있지만 서도 가족인데 형제인데 .. 우짜겠습니까?
살아야죠.. 내일은 해가 뜬다는 쿨럭...
살아야죠.. 내일은 해가 뜬다는 쿨럭...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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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18.
무지 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