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배추 한 통이 500냥이라.....
- (서울)팬케이크
- 조회 수 190
- 2004.12.12. 01:09
^-^ 백김치를 담아볼 요량으로 가락 시장에 가니 배추가 500냥이더군요.....
물론 좋은 것은 800냥도 하는데, 배추는 작은 것 속이 덜 찬 게 맛있거든요.....
잎도 얇고 때깔도 곱고 속도 노란 고흥 배추도 고소한 맛은 있지만 .....
길이가 짧고 속이 덜 노랗게 희고 투박해도 강원도 배추를 골랐지요.....
좋은 배추 고르는 눈도 무척 애를 쓴 결과랍니다.
배추 도매상 쪽으로 가면 지방에서 온 트럭들이 주욱 배추를 쌓아놓고 있어요.
나이가 지긋한 할머니나 아줌마가 오면 어느 배추가 맛있어 보이느냐고
꼬치꼬치 지겨울 정도로 물어보고 캐묻고, 갈비집 같은 식당에서 가져가는 것을 살펴보고.....
몇 년 하다보니 눈이 생기더라구요......이제는 척 봐도 알지용.....
헌데 배추를 사는데,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듯한 딸이, 엄마를 도와 장사를 씩씩하게 하는 모습이
넘 인상적이어서 기억이 남네요. 5개 묶음 배추를 양 손에 하나씩 들어 차에 실으면서
내가 하나 들어 옮기려니, 자기가 들겠다고 말리던 모습이 맘에 찡하더라구요.....
그래서 5포기를 더 샀어요. 넘 예뻐서 커피장사라도 있으면 사주고 싶더라구요.
상인들이 입맛이 높아 시장 커피 맛있거든요......
커피 뿐 아니라 오뎅도 죽여줘요.....생선상가 앞에 있는 오뎅 아줌마......
멸치가 아닌 말린 생선으로 국물을 썼다는데, 정말 끝내주더라구요.....
사람들이 때깔만 보고 강원도 배추를 몰라 준다지만 아는 사람들은 다 잘 알죠.
약간 질긴 듯 해도 쫄깃쫄깃한 맛은 강원 배추가 젤이구요. 내년 여름까지 둬도
무르지가 않답니다. 그런데 가락 시장에서 500원이면, 도대체 농민들은 배추를 얼마에 판다는 것인지
사면서도 맘이 아프더라구요.(맘이 너무 약해서 탈.....)
저도 김치를 담을 줄 알게 된 것이 5년도 안 된답니다......
그 전에는 직장이 있어 얻어 먹거나 사 먹었거든요.....
하지만 온 가족이 워낙 김치를 발키는 이상 증세가 있어
백조가 된 이후에 한 포기씩 피나는 연습 끝에, 5-6번의 실패를 거듭
이제서야 겨우 담는 정도가 되었네용......혼자의 실력으로 김치를 성공했을 때의
그 기쁨이란 정말 말로 표현을 못 하죠.
나도 김치를 담을 수 있다는 뿌듯한 기분. 이리저리 자랑을 하자...
확 깨는 애아빠의 빈정거림 (그 나이에 김치 담을 수 있다는 게 자랑이냐?)
맞기는 맞는 말인가?
이제는 담는 법과 맛을 터득하자 김치 담는 게 즐거워요......
수요일날은 빨간 김치 30포기 했구요.....혼자서 하느라 죽는 줄 알았지만
많지도 않은 거랍니다. 겨우 내내 김치 만두, 김치 찌개, 김치 볶음, 김치국, 김치전 등등
해 먹으려면 그 정도는 되어야 하구요.....
김치 못 담는 동생들이 빈대 붙기두 하구요.....
그래서 낼은 백김치 하려고 15포기 또 절여놨지요.....
백김치는 첨인데요.....배추 값이 싼 기회를 이용해서 시험해
볼려구 하는 거랍니다. 친정 엄마에게 물어보고, 인터넷 네이버 검색하여
프린트해 놓고, 가락 시장에서 상인들에게도 물어놨지용.
왕초보라 해도 간을 맞추는 것은 염려 없어용. 김치속을 만든 후에
그릇에 약간 담아 아파트 중앙 벤취로 뛰어 나가면, 할머니들이 몇 분 앉아 계시거든요.....
일일이 맛 보이면서 간을 물어 본답니다. 그렇게 배웠어요.
엊그제는 솜씨 좋은 옆집 아줌마에게 물어 봤구요.....
...... 참 가락 시장도 도매,소매가 따로 있어요. 도매 쪽으로 가면
시중가의 1/2 - 1/3 정도로 싸답니다.....소매는 토,일요일에는 싸지도 않지만
화수목은 확실히 싸지요.....주차도 수월해요. 단지 낮 12시까지는 장사꾼이나
음식점 차량들로 차 댈 때가 없지만, 12시부터 5시 정도까지는 수월하답니다.
단 5시가 넘으면 이제 지방에서 올라오는 차량들로 미어지게 되구요......
.....김치를 워낙 좋아하다보니 사 먹는 김치도 도가 트였는데요.
배추값이 비싼 봄,여름이나 장마철에는
사먹는 게 경제적일 수도 있어요. 종가집이 젤 맛있다고들 하지만
제 입맛으로는 제일제당 CJ 김치맛이 젤이랍니다.....
(깔끔한 맛, 풍부한 맛 두 가지인데, 깔끔함 맛 정말 신선하고 맛있어요......)
하지만 아무리 소비자 입장이라고 해도
배추 한 통 500냥 정말 가슴 아프더라구요. 회원님 여러분들
농민들을 돕는 의미에서 김치들 많이 좀 담으세용......^-^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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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9
[서울]*토토로*[NYN]
01:32
2004.12.12.
2004.12.12.
와~~~ 대단하시네요. 경의를 표합니다.
저희집도 아버지, 어머니, 저 이렇게 3명이서 40포기 저번주에 김장했는데....
그거 장난 아닌데...그런데 배추값 많이 내렸내요. 전 저번주에 포기당 1000원에 인천 농산물시장에서
새로산 티지에 뒷자리와 트렁크에 40포기 아주 실한놈들로 싣고왔는데...
정말 실한놈은 한포기 들기도 뻐근하던데..
하루는 배추사고 다음날은 절이고 그 다음날은 제대로 김장을 했죠.3일에 걸쳐서...
저희는 1000원에 삿으니 케이크님보단 농사짓는 분들에게 덜 미안해 해도되나요^^
저도 배추파시는 할머니께서 차까지 5포기씩담은 비닐포장을 날라주겠다고하는거
젊은놈이 힘뒀다 뭐하냐며 나두라고 제가 나르고있는데도 한뭉치를 겨우겨우 가지고 오시더라구요..
전 노가다 현장에있는 사람이나 시장분들..그리고 정말 고생하시는 분들보면 말하는건 걸고해도
속마음은 정말 예전분들의 서로 생각해주는 그런 따뜻한 맘을볼수있어서 좋습니다.
저 역시 건축설계하면서 사무실에 주로있지만 그렇게 고생하시는분들이 더 인간적이죠....
농민이나 어민...정말 고생하는분들이 먹고사는거 걱정안하고 살아야하는데....
잔머리나 굴리는 그런사람들이 돈은 잘버는걸보면 세상은 공평하지않다는 생각 이네요...쩝
팬케익님 김치 한번 먹어보고 싶네요.....
전 김치를 잘 안먹거든요.그런데 전라도 김치는 먹어요.정말 전라도 음식 맛있거든요^^
저희 어머니가 해주시는 김치도 조금만 익으면 정말 맛있답니다^^
저희집도 아버지, 어머니, 저 이렇게 3명이서 40포기 저번주에 김장했는데....
그거 장난 아닌데...그런데 배추값 많이 내렸내요. 전 저번주에 포기당 1000원에 인천 농산물시장에서
새로산 티지에 뒷자리와 트렁크에 40포기 아주 실한놈들로 싣고왔는데...
정말 실한놈은 한포기 들기도 뻐근하던데..
하루는 배추사고 다음날은 절이고 그 다음날은 제대로 김장을 했죠.3일에 걸쳐서...
저희는 1000원에 삿으니 케이크님보단 농사짓는 분들에게 덜 미안해 해도되나요^^
저도 배추파시는 할머니께서 차까지 5포기씩담은 비닐포장을 날라주겠다고하는거
젊은놈이 힘뒀다 뭐하냐며 나두라고 제가 나르고있는데도 한뭉치를 겨우겨우 가지고 오시더라구요..
전 노가다 현장에있는 사람이나 시장분들..그리고 정말 고생하시는 분들보면 말하는건 걸고해도
속마음은 정말 예전분들의 서로 생각해주는 그런 따뜻한 맘을볼수있어서 좋습니다.
저 역시 건축설계하면서 사무실에 주로있지만 그렇게 고생하시는분들이 더 인간적이죠....
농민이나 어민...정말 고생하는분들이 먹고사는거 걱정안하고 살아야하는데....
잔머리나 굴리는 그런사람들이 돈은 잘버는걸보면 세상은 공평하지않다는 생각 이네요...쩝
팬케익님 김치 한번 먹어보고 싶네요.....
전 김치를 잘 안먹거든요.그런데 전라도 김치는 먹어요.정말 전라도 음식 맛있거든요^^
저희 어머니가 해주시는 김치도 조금만 익으면 정말 맛있답니다^^
01:36
2004.12.12.
2004.12.12.
저 어제 당진에 다녀왔답니다.. 거긴 아직 밭에 배추랑..무우가 그데로 있더라고요. 이유인즉... 배추값도 싸고..무우값은 더 터무니 없어서 그냥 냅둔데요. 도데체 얼마나 하길래 그러냐고 했더니... 무우가 100원도 안 간다네요.
좀 돌아보다보니 아예 무우밭에 무우가 고랑고랑 뽑아 제쳐 놓았더라고요..팔지도 못한다고...걍.. 그렇게 버린다네요.
사실 너무 아까워 주워오고 싶었지만 뽑아놓고 담배 피우시는 아자씨 보면서 미안한 맘 들어서 그냥 왔어요.
저희시댁어르신들께서도 농사를 짓지만 농사지워서 가격폭락하면 정말... 속 터질꺼예요..
으아아아아아아앙ㅇㅇㅇㅇㅇ~~~
좀 돌아보다보니 아예 무우밭에 무우가 고랑고랑 뽑아 제쳐 놓았더라고요..팔지도 못한다고...걍.. 그렇게 버린다네요.
사실 너무 아까워 주워오고 싶었지만 뽑아놓고 담배 피우시는 아자씨 보면서 미안한 맘 들어서 그냥 왔어요.
저희시댁어르신들께서도 농사를 짓지만 농사지워서 가격폭락하면 정말... 속 터질꺼예요..
으아아아아아아앙ㅇㅇㅇㅇㅇ~~~
07:58
2004.12.12.
2004.12.12.
09:35
2004.12.12.
2004.12.12.
인건비도 안나오죠.. 배추가 밭에서 썩고 있는 상황까지 나온답니다. 배추나 무같은것은 농민이 직접 내다파는 경우는 드문경우입니다. 대부분 밭떼기로 중간상인에게 넘겨지구요. 밭떼기란 말 그대로 배추나 무같은것이 심어진 상태로 중간상인에게 넘겨지는것을 말하구요. 중간상인은 인부를 고용해서 배추나 무를 수확해서 팔게되죠... 농민에게 돌아오는 돈은 포기당 100원이하일수밖에 없습니다.
09:47
2004.12.12.
2004.12.12.
팬케이크님은 역시 전문 주부님 이시네요...
상세하게 설명하시는 것을 보면 친절하신것도 같구
암튼 천사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행복한 일요일 보내세요...
상세하게 설명하시는 것을 보면 친절하신것도 같구
암튼 천사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행복한 일요일 보내세요...
09:50
2004.12.12.
2004.12.12.
12:52
2004.12.12.
2004.12.12.
나두 아줌만데..김치..울엄마나 시어머니가 주시면...먹구 안주면...사먹구...^^;
하지만 언젠가 저도 백조가 되면 김치등 집에서 먹는건 직접 해먹으려구요..요즘 먹는거루 장난치는 사람들이 많아서요..
요즘같은땐..상인들에게 사기보다 농사지은 사람들한테 직접 사고싶다니깐요..그돈 다 주고요..
중간에 떼먹는게 더 많다니..그러니 젊은 사람들이 점점 농사를 안 하려고 하죠..이런것도 대책을 세울 수 있을텐데..
매년 이렇게 한종목은 비싸서 못사먹고..한종목은 넘쳐나서 감당이 안되구..
하지만 언젠가 저도 백조가 되면 김치등 집에서 먹는건 직접 해먹으려구요..요즘 먹는거루 장난치는 사람들이 많아서요..
요즘같은땐..상인들에게 사기보다 농사지은 사람들한테 직접 사고싶다니깐요..그돈 다 주고요..
중간에 떼먹는게 더 많다니..그러니 젊은 사람들이 점점 농사를 안 하려고 하죠..이런것도 대책을 세울 수 있을텐데..
매년 이렇게 한종목은 비싸서 못사먹고..한종목은 넘쳐나서 감당이 안되구..
14:20
2004.12.12.
2004.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