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美 車업계… 한국도 태풍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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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범수 안희 기자 GM과 크라이슬러가 최근 미국 정부에 자구계획을 제출하면서 216억달러의 추가 자금 지원을 요청했지만 백악관이 보완책을 요구하며 파산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아 미국의 자동차 산업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직면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GM과 크라이슬러가 파산 수순을 밟거나 조직 및 인력 감축에 나설 경우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 경제에 지대한 타격이 가해질 것이 확실시 되기 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완성차업체들에 어떤 파급효과를 미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아울러 GM이 파산 내지 공장 폐쇄, 딜러망 감축 등 생존을 위한 대규모 다운사이징 작업을 벌여나갈 경우 한국 사업장인 GM대우의 앞날에도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주목된다.
◇ 파산시 한국車 타격 불가피
미국 '빅 3'가 유동성 위기로 인해 입지가 흔들리면서 한국업체인 현대기아차의 경우 상당한 반사이익을 본 것이 사실이다.
미국 시장의 장기불황으로 세계 주요 메이커들의 현지 판매량은 올해 1월에도 계속 감소했지만, 현대기아차는 대형 업체로는 유일하게 판매량이 늘었다.
현대차미국법인(HMA)은 지난 1월 미국시장에서 2만4천512대를 판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판매량이 14.3% 증가했다.
기아차 미국판매법인(KMA)도 2만2천96대를 팔아 작년 대비 판매량이 3.5% 늘었다.
반면 미국 최대 자동차업체인 GM은 지난달에 작년 대비 49% 감소한 12만9천277대를 판매했고 2위 업체인 포드도 40% 감소한 9만3천60대를 팔았다. 크라이슬러는 무려 55%나 판매량이 떨어졌다.
이같은 실적을 감안하면 미국 빅 3가 위기가 빠지면서 생긴 공백을 현대기아차가 메우고 있는 듯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빅 3가 무너지면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자동차 시장 위축이 가속화되고한국 업체들의 현지 판매에도 타격이 가해질 가능성이 크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작년말 기준으로 미국내 업체별 판매 현황을 보면 GM(22.3%), 포드(15.1%), 크라이슬러(11.0%) 등 빅 3가 48.4%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절반 가량의 시장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만일 이들 업체가 파산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점유율 5.1%의 현대기아차가 치고 들어갈 수 있는 여지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현지 구매력 감소 및 시장의 급격한 위축으로 인해 동반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에 빅 3가 유지되는게 국내 업체들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또 미국 빅 3가 파산할 경우 현대기아차 보다는 브랜드 위상이 높고 딜러망에서우위를 지닌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업체들이 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작년 기준으로 도요타(16.7%), 혼다(10.8%), 닛산(7.2%) 등 일본 3대 메이커를 합친 미국 시장 점유율은 34.7%이다. 자동차 본고장인 미국에서 일본 메이커들이 미국의 자존심격인 빅3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한 것이다.
따라서 미국 업체들이 만일 파산할 경우 현대기아차 보다는 일본 메이커들이 빈틈을 비집고 들어가기에 더 유리한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아울러 미국 빅3에 기대고 있는 국내 부품업체들을 위해서도 이들 업체의 생존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 GM대우, 딜러망 축소로 타격 불가피
GM은 회생계획안에서 올해 글로벌 사업장에서 현장직 3만7천명과 사무직 1만명 등 4만7천명을 감원하고 미국 내 5개 공장을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GM대우에 대해서는 GM 본사가 매각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GM대우측은강조했다.
경기 침체기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글로벌 소형 차종 생산 기지인 GM대우가 필수적인 존재로 부상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GM대우는 이달 부터 GM의 차세대 글로벌 준중형차 라세티 프리미어를 유럽 시장에 '시보레 크루즈'(Chevrolet Cruze)라는 판매명으로 수출을 시작한다.
GM대우는 또 자사가 디자인과 차량 개발을 주도한 차세대 GM 글로벌 경차 시보레 스파크를 3월 5일부터 열리는 제79회 제네바 모터쇼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한 뒤 세계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대림대 자동차공학과 김필수 교수는 "GM대우 처분설이 공식화된 적이 없으며 이는 GM에서 경소형차 부문에 강점이 있는 GM대우를 핵심적인 계열사로 보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러나 GM이 회생을 위해서는 딜러망 축소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생산 차량의 대부분을 시보레 브랜드를 달고 전세계 GM의 영업망을 통해 팔고 있는 GM대우도 타격을 받을 공산이 크다.
실제로 GM대우는 전세계 산업수요 감소 및 GM의 영업망 위축으로 인해 올해 1월에 수출이 62.4% 감소했다.
GM대우 관계자는 "이번 GM 자구계획안에 GM대우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GM그룹의 일원이기 때문에 이번 구조조정의 취지를 바탕으로 다양한 자구 노력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여유 자금 확보를 위해 주거래은행인 산업은행에 20억 달러의 신용공여 한도를 확대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으며 지식경제부와도 계속 협의를 진행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