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스포츠서울닷컴 | 서보현기자] 지난 10일 방송된 KBS-2TV '꽃보다 남자'(이하 꽃남) 12회에서는 구준표(이민호 분)가 금잔디(구혜선 분)에게 목걸이를 선물하는 장면이 방송됐다. 당시 구준표는 "세상에 딱 하나 밖에 없는 목걸이"라는 말과 함께 선물을 건넸고 이는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냈다.

하지만 구준표의 로맨틱한 선물도 시청자의 예리한 눈을 피할 수 없었다. "단 하나 뿐인 디자인"이라는 말과는 달리 이미 KBS-1TV '너는 내 운명'에서 장새벽(임윤아 분)이 착용했던 목걸이라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일부 시청자들은 인터넷 게시판에 두 방송 캡처 화면을 게재하기도 했다.

드라마 소품의 상당량은 협찬으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배우들의 의상과 액세서리(accessory)의 경우에는 대부분이 협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쉽게 제품을 방송에 노출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왜 다른 드라마에 같은 소품이 사용되고 있는 것일까. 드라마에 비해 협찬을 하는 곳은 한정돼 있어 같은 소품이 반복적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드라마 소품이 협찬에 의존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드라마 속에서 돌고 돈 협찬품을 살펴 봤다.

◆"왜 내 목걸이를 네가 하고 있는거야?"

협찬으로 이뤄지는 드라마 소품 중 일반적인 것이 액세서리다.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면서 제품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꽃남'과 '너는 내 운명'의 여주인공은 똑같은 디자인의 목걸이를 목에 걸었다. 꽃남'에서 구준표가 금잔디에게 선물한 목걸이와 '너는 내 운명'에서 장새벽이 목에 걸고 있는 것은 동일한 팬던트에 체인만 다른 제품이었다.

지난 2008년 종영한 SBS-TV '행복합니다'와 KBS-2TV '못말리는 결혼'에도 똑같은 목걸이가 등장했다. '행복합니다'의 이은성과 '못말리는 결혼'의 박채경은 같은 목걸이를 나란히 목에 걸어 관심을 모았다.

심지어 같은 드라마에서 똑같은 장신구를 사용한 경우도 있었다. 지난 2005년 방송된 SBS-TV '서동요'에서 이보영과 허영란은 같은 목걸이와 귀걸이를 착용해 눈길을 끌었다. 두 사람은 다른 의상에 같은 액세서리를 매치했지만 네티즌들의 눈을 피하지는 못했다.

이로 인해 극중에서 중요한 징표가 된 물건이 겹치면서 흐름을 깨고 몰입을 방해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단 하나뿐인", "너를 위해 준비한"이라는 대사와 함께 주어지는 물건이 여러 드라마에 나온다면 시청자 입장에서 실망스러울 수 밖에 없다.
◆"너도 나도 같은 소품 사용, 왜?"

드라마 속에서 같은 소품이 사용되는 이유는 협찬사가 같기 때문이다. 협찬을 하는 업체는 자신들이 주력하는 제품을 방송에 제공하기 마련. 즉 여러 드라마에 동시 다발적으로 같은 협찬품이 들어가기 때문에 같은 소품이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제작진의 준비 소홀은 개선해야할 문제다. 예를 들어 이미 여러차례 반복된 협찬물을 "세상에서 하나 밖에 없는 목걸이야"라고 말하는 건 아무리 드라마지만 리얼리티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시청자들은 "최소한 다른 곳에서 나왔는지 확인한 뒤 극의 상황에 맞게 준비해야 되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에 대해 드라마 제작자들은 난감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협찬사가 제작비 일부를 부담해 주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물건을 가려받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수많은 드라마를 일일이 대조할 만큼 제작 환경이 여유롭지 않다는 주장이다.
SBS 드라마 관계자는 "제작비 조달을 위해서 협찬은 불가피 하다" 며 "때때로 다른 곳에서 사용한 소품을 또 다시 사용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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