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사랑에게.. 16 공항버스를 탄 여자
- [서경]깡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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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항버스를 탄 여자 -
그래도 와 줄 줄 알았는데...끝내 나타나지 않네요.
내 부탁이 그렇게 무리한 부탁이었을까요,
마지막으로 얼굴 한 번만 보고 떠나게 해 달라는데,
그게 그렇게 들어주기 힘든 부탁인 걸까요...
저기, 앞줄에 아까 공항버스 같이 탔던 여자가 보여요.
버스 안에서 내 옆자리에 앉았었는데,
남자친구한테 음성 편지를 남기고 가는 것 같더라구요.
돌아올 때까지 건강하게 잘 있으라고 하면서..
울먹이는 것 같았습니다.
그 모습을 곁눈질로 지켜보면서..
가슴이 돌덩이로 맞은 것처럼 아팠어요..
그 사람..나한텐 그렇게 못되게 굴었으면서...
나한텐 헤어지자, 말자...한 마디 말도 없이,
자기 멋대로 다른 여자한테 마음 다 줘 버렸으면서...
나한텐...마음 아프냐고..한 번도 묻지 않았으면서...
그녀는 아플까봐, 다칠까봐 마음 많이 쓰더라구요.
날 배웅 나가도 되겠냐고 그녀한테 물어본 모양이에요.
당연히 그녀는 싫다고 했겠죠,
나라도 그랬을 테니까...
그녀와 난 잘 아는 사이에요.
아니, 한땐 친했던..밥도 같이 많이 먹고,
술도 마시고 그랬던 사이..
동아리 후배거든요. 대학 사진반 후배..
졸업하고 나서는 서로 연락이 뜸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가끔 동아리 모임에서 만나면
너무 반가워하며 옆 자리에 붙어 앉던 사이..
근데 어느 날부터 동아리 모임엘 나가도
그녀 모습이 보이지 않더라구요.
그리고 동아리 사람들은 슬슬 내 눈치를 살피고..수군대고...
그래도 바보처럼..난 눈치 못 챘어요.
나중에 알았어요. 나중에..그 사람이 직접 말 해 줬을 때..
어쩌면 그렇게 무디냐고,
다른 사람은 다 아는데 너만 모른다고..
그 사람이 답답해하며 말해주었을 때..
그 때..그 사람과 그녀가 이미 오래전에
사랑하는 사람들이 되었다는 걸..알았어요..
그게 벌써 1년 전 일이네요.
그런데도 난 여전히 그 사람을 버리지 못하고
꼭 쥐고 있습니다.
멀리..될 수 있는 대로 멀리..가면,
그 사람 떼어낼 수 있을지도 몰라서..
그래서 캐나다 행을 결심했어요.
거기 이모가 있거든요.
가보고..괜찮으면, 지낼만하면..거기에서 영원히..
돌아오지 않고..살 생각이에요.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돌아보지 말라고,
돌아보는 길 위엔 아름다운 추억만 놓여있는 법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