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사랑에게.. 15 아침에 못 일어나는 남자
- [서경]깡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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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에 못 일어나는 남자 -
아침 8시,
알람시계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습니다.
빨리 일어나서 출근하라네요.
그녀가 캐나다로 떠나고 나서 저 알람시계를 장만했습니다.
시계방 주인 남자는 기계음만 반복되는 시계를 권했지만,
그래도 상냥한 목소리를 들으며 아침을 맞는 게
그나마 날 것 같아서
저 알람시계로 결정을 했는데,
주인의 조언대로 매일 들으니까, 짜증이 나긴 하네요.
그녀는 매일 아침, 다른 이야기로 모닝콜을 해 줬었는데...
알람시계 속 여자는 매일 출근하라는 똑같은 얘기뿐입니다.
남의 속도 모르고 말이죠.
요즘은 정말 출근하기가 겁이 납니다.
몇 년간 충무로에 있는 동물병원에 있다가..수의사거든요.
몇 달 전에 공덕동에 있는 병원으로 옮겼는데,
이 동네는 동물병원을 새벽까지 여는 데가 많더라구요.
당연히 내가 있는 병원도 그렇죠..
그러다보니, 집에 들어와서 씻고 나면 세시..
케이블 티비 조금 보고 나면 네 시..
그래서 늘 잠이 부족한 상탭니다.
그런데 지난 주 부턴 잘 해 보자며,
병원 식구들끼리 매일 돌아가면서
아침에 강아지 산책을 시키자고 하더라구요.
오늘이 내 당번인데,
졸려서 일어나 걸을 수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녀라도 있었으면,
상쾌하고 가볍게 일어날 수 있었을 텐데..
오늘따라 그녀가 너무 보고 싶네요.
아침마다 신문 기사를 읽어주기도 하고,
기상캐스터처럼 오늘의 일기 예보를 해 주기도 하고,
어느 날은 달콤한 사랑 시를 읊어주기도 하고...
착한 그녀, 출국하는 날 아침까지도 모닝콜을 해 주고 갔어요.
직접 쓴 편지로 말이에요.
근데 돌아올 때까지 건강하게 잘 있으라는 부분에서
창피하게 눈물이 나려고 해서 혼이 났습니다.
아침부터 문자가 왔네요.
<선생님, 오늘 예약안하고 가도
사랑이 진찰받고 미용할 수 있을까요?>
사랑이는 충무로에 있을 때부터 단골이에요.
근데, 사랑이 주인이 바뀌었는지,
지난번부터 남자가 데리고 오더라구요.
답 문자를 보내줘야겠습니다.
<사랑이라면 아무 때나 환영입니다.>
이제 일어나서, 알람시계를 끄고..나가봐야겠습니다.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보고 싶어도 잘 참아내라고,
사랑은 떨어져있을 때 그 진심을 알 수 있게 되는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