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사랑에게.. 14 사랑을 돌보는 남자
- [서경]깡수
- 1047
- 2
- 사랑을 돌보는 남자 -
오늘도 퇴근해서 들어왔더니..
‘사랑이’ 녀석, 또 한 건 해 놨네요.
도대체 이 두루마리 휴지는 어디에서 찾아낸 건지..
새 거~ 한 통을 다 갈기갈기 찢어서
안 그래도 발 디딜 틈 없이 좁은 거실을 정신없게
어질러 놨습니다.
“사랑아~ 임마, 너 진짜 이럴래?”
지 주인 닮아서 눈치는 빨라 가지고..
겁에 질린 표정으로 내 기분을 살피더니,
까치발을 딛듯 슬금슬금..침대 밑으로 들어가 버리네요.
사랑이..그녀가 키우던 강아지에요.
시골에 계시던 그녀 어머님이
몇 달간 그녀와 함께 지내게 돼서,
몇 달간만 내가 키우기로 한 건데...
근데,그 사이..이렇게 되어버렸네요,
사랑이도 우리가 헤어진 걸..아는 모양이에요.
그러니까 이렇게 말썽을 부리죠..
전엔 이런 일 없었거든요.
사랑이 녀석, 침대 밑에서 금방이라도 굵은 눈물방울을
똑, 떨어뜨릴 것처럼
애처롭고 슬픈 눈으로 날 쳐다보고 있습니다.
그녀랑 많이 닮았어요.
잘 못 해 놓고 저런 표정 짓는 거...
그녀랑 같이 슈렉2를 봤나 봐요.
장화신은 고양이의 저 눈빛, 저 눈빛..
그녀도 흉내 내곤 했었거든요.
우리가 헤어지던 날도 그랬어요.
그 날, 저녁을 같이 먹기로 해서
충무로에 있는 고기 집에서 만났는데,
이상했어요..말도 없이 긴 생머리를 싹둑 자르고
나타났더라구요.
그러더니 역시 세상에서 가장 슬픈 눈빛을 하곤,
커플링이 든 작은 초록색 종이 상자를 내밀며, 그러더군요.
“ 미안해.....”
그게 끝이었습니다.
주위는 회식이다, 뭐다 해서 몰려온 단체손님들로 가득하고,
그 중엔 여자의 술잔을 받지 않겠다는 남자의 모습도 보이고,
텔레비전에선 가난하지만 아름답게 살아가는 사람들
얘기가 흘러나오고..
그렇게 시끄럽고, 정신없는 곳에서..이별을 얘기하다니..
그녀가 참 미웠습니다.
내일은 시간 내서 사랑이 병원에 데리고 가야겠어요.
사랑이..예방주사도 맞히고, 미용도 할 때가 됐거든요.
버림받은 게 아니라는 걸...
사랑이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버려지는 건 세상에서 가장 아픈 일이라고,
세상을 살아갈 이유를 잃어버리는 거라고...
댓글 2
스포넷은 자동 등업 시스템입니다. 가입후 가입인사 게시판과 출고신고 게시판에 인사 남겨주세요. 함께 환영 댓글 다시면 어느새 등급이 올라갈겁니다. ^0^
좋네요~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깡수님도 달콤상자 애청자신가봐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