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사랑에게.. 12 양파 써는 여자
- [서경]깡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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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파 써는 여자 -
아침에 일어났더니,
엄마가 김치 담글 준비를 하고 계셨어요.
그래서 도와줄 것 없냐고 물으니까,
양파 좀 썰어 달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잘 됐다 싶어,
양파자루를 통째로 가져다 까고, 씻고, 썰고...
오전 내내 그것만 했어요.
마음이 복잡할 땐, 단순 노동이 최고의 처방이잖아요,
엄마는 능란한 솜씨로 무채를 썰고,
난 어설픈 칼질로 양파를 썰고..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눈물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참고 참아도, 아무리 멈춰보려고 애써도..소용이 없었어요.
엄마 말대로 찬물로 닦아내 봐도, 여전히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러자 엄마가 매우면 그만 하라고..하시더라구요.
근데, 그 순간..양파 때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울고 싶었거든요.
몇날며칠 그렇게 소리 내서 엉엉 울고 싶었거든요.
그러면 그 사람과 함께 했던 시간들이
눈물에 녹아 함께 흘러내릴지도 모르니까...
그래요, 참을 수 없이 쓰라리고, 아프고, 따가워서,
그 날 이후..쭉 그렇게 울고 싶었던 거예요.
까도..까도 껍질뿐인 양파처럼..그 사람한테
나도 그랬던 거겠죠.
말은 늘 사랑한다고 했지만,
이제 지난 사랑 따위는 다 잊었다고 했지만...
사실 꽉 찬 알맹이는 과거 속에 머물러 있고,
그 사람에게 현재는 비어있는 껍데기뿐이었던 거예요..
그러니 그렇게 흔들린 거겠죠.
과거와 현재 사이에 통과할 수 없는
벽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과거의 사람은 과거 속에서만 살아가게..
문자가 왔습니다.
대학동창인데..뜬금없기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네요.
<예술가 친구, 오늘 중으로 눈사람 만드는 방법 없을까?>
이 봄날, 눈사람을 만들겠다니..정말 엉뚱한 친구죠,
근데..그 사람, 올 겨울엔 그녀랑 같이 만들겠죠..?
지난겨울엔 나랑 같이 만들었었는데..하얀 눈사람...
어떻게 이렇게 하나도 궁금해 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내가 밥은 잘 먹고 있는지,
잠은 잘 자고 있는지, 숨은 잘 쉬고 있는지...
내가 보내줘 놓고..이러는 거..비겁한 건지 아는데요,
그래도 그 둘이 잘 되는 거...싫어요.
그럼, 내가 너무 아플 것 같습니다.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다른 사람과의 행복을 빌어주는 게 어떻게 쉽겠냐고,
그냥 마음이 시키는 대로 내버려 두라고.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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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가슴이.....가슴이................. 찡~~
사랑이 사랑이란
봄바람에 아지랑이와 같이
몰려 와서는
여름에 찐하게 뎁혀주고
가을에 조금씩
움츠려 들어 땅에 떨어져서
겨울엔 얼어....
.그리고
봄이 되면 다시
.
아지랑이와 같이 나와...
꾸물거리며 나와..
..나도 무슨말을 했는지 몰라.
봄바람에 아지랑이와 같이
몰려 와서는
여름에 찐하게 뎁혀주고
가을에 조금씩
움츠려 들어 땅에 떨어져서
겨울엔 얼어....
.그리고
봄이 되면 다시
.
아지랑이와 같이 나와...
꾸물거리며 나와..
..나도 무슨말을 했는지 몰라.
오늘 올라온거 보고 첨부터 다 뒤져서 봤네요..
앞으로도 계속 부탁드려요
앞으로도 계속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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