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사랑에게.. 09 담배 끊는 남자..
- [서경]깡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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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배 끊는 남자 -
또 벌금형에 처해졌습니다.
이 번 달 용돈은 아무래도 벌금 내다 끝날 것 같아요.
며칠 전부터 여자 친구랑 담배를 끊기로 약속했어요.
그 날 영화보고 여자 친구 집에 데려다주는데,
차에 기름이 달랑달랑하더라구요.
그래서 근처 주유소로 가서 기름을 넣는데,
그날따라 왜 재떨이는 꽉 차 있었던 건지..
아무튼 그래서 재떨이를 빼서 주유해주시는 분에게
좀 비워달라고 부탁을 했어요.
근데 사실 좀 죄송하긴 했습니다.
재떨이 비워다 주신 분이 우리 아빠 연세정도 되어
보였거든요.
그래서 여자 친구 눈치를 슬쩍 보고 있는데,
하필이면 그 때...재떨이를 건네주시며 그러시잖아요,
나도 몇 십 년 담배를 피다가 이제 끊은 지 석 달 됐는데,
몸도 마음도 가볍고 상쾌한 게 너무 좋다고,
그러니 한 살이라도 젊을 때 꼭 담배 끊으라고...
물론 아저씨의 진심어린 충고는 고마웠어요.
근데 그 다음이 문제였죠.
주유를 끝내고 출발하자마자, 대뜸 여자 친구가 하는 말,
“들었지? 지금 이 순간부터 금연이야.
들킬 때마다 오천 원 벌금!! 의의 있어?”
그 상황에서 어떻게 의의가 있다고 하겠어요?
여자 친구가 요즘 친구들답지 않게 어른 공경하는 마음이
남다르거든요.
그런 여자 친구 앞에서 어르신한테 재떨이를
비워달라고 했으니,
내 모습이 얼마나 건방지고 미워보였겠어요?
그래서 알겠다고, 그러겠다고 약속을 해 버렸습니다.
근데 금연이 뭐 말처럼 쉽나요?
그래서 여자 친구랑 있을 땐 꾹..
안간힘을 다 해 꾹...참았다가
헤어지고 돌아오는 길에 눈물겨운 담배와의 상봉을
거행하곤 했는데,
그 때마다 어떻게 알고 문자를 보내더라구요.
<담배 피는 것 보다 거짓말 하는 거 더 싫어하는 거 알지?
벌금 오천 원!!>
좀 전에도 베란다에 나와서 라이터를 켜는데,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그래서 무서워서...바로 꺼버렸어요.
아, 저기 놀이터에 있는 남자가 부럽네요.
여자 친구 앞에서 담배도 마음대로 피고...
근데 남자가 술에 많이 취했는지 비틀비틀합니다.
난 술도 안 마시는데..
그럼 담배라도 맘대로 필 수 있게 해 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오늘밤은 정말 여자 친구가 밉습니다.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좀 힘들더라도 원하는 일을 해 주고 싶은 게 사랑이라고,
그걸 보여주면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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