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사랑에게.. 07 복주머니가 되고 싶은 남자..
- [서경]깡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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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주머니가 되고 싶은 남자 -
별로였던 걸까요,
그 날은 말도 잘 받아주고, 잘 웃고 그랬는데...
그래서 그 쪽도 나한테,
나만큼은 아니어도 어느 정도는 호감이 있구나..
확신했었는데..
아니었던 걸까요,
그냥 소개시켜 준 친구 봐서
최소한의 인간적인 예의를 지켰던 걸까요,
그런 거 치고는 너무 많이 웃어줬는데...
여자의 웃음은 두꺼운 원서 같아요.
약대 다녀서 원서라면 질릴 정도로 많이 봤는데,
원서는 봐도 봐도 완벽하게 해석을 할 수가 없더라구요.
설마, 그 사이 휴대폰을 잃어버린 건 아니겠죠?
아니면 무슨 대리운전이나 대출 서비스 문자라고 생각하고
지워버린 것도 아니겠죠?
그 날 저녁을 먹고,
그녀의 집 근처에 가서 맥주도 한 잔 했어요.
집 근처에서만 술을 마신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뭐라고 문자는 보내고는 싶은데..
뭐라고 써야 될지 몰라서..
몇 번을 썼다.. 지웠다... 그랬습니다.
처음엔
<오늘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다음에 또 뵙고 싶습니다..>
이렇게 보내려다가.. 너무 딱딱하고,
재미없는 것 같아서,..지우고,
다시
<잘 자요, 연정씨..전 즐거웠는데, 어떠셨는지 모르겠네요,,>
하고 보내려다가,
그 정도로는 내 마음을 전달할 수 없을 것 같아서
눈 딱 감고... 마음에 있는 말을 다 써 버렸습니다.
<언제든지 부르면 달려가겠습니다.
안심하고 사용하세요. 석준.>
이렇게 써서 보내놓곤, 나름 잘 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근데, 문자에 대한 답이 오지 않더라구요.
손님이 왔습니다.
저기 편의점 옆에 있는 꽃집 아가씬데,
자주 와요. 반창고 사러..
꽃집을 하면 차분할 것 같은데.. 많이 덜렁대나 봐요.
그녀는 어떨까요,
꼼꼼한 편일까요, 듬성듬성 대충대충 그런 편일까요,
마음에 안 들면 말도 받아주지 말고, 웃지도 말고,
밥도 그렇게 맛있게 먹지 말지...
저녁으로 산채 비빔밥을 먹으러 갔었는데..
진짜 맛있게 먹더라구요.
우리 엄마가 밥 맛있게 먹으면 복 있다고 했는데...
그녀의 복 주머니, 내가 될 순 없는 걸까요.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전화해 보라고,
겁내지 말고, 상상하지 말고, 그냥 전화해 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