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사랑에게.. 05 창문 여는 여자..
- [서경]깡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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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문 여는 여자 -
창문을 열었어요.
공기가 답답해서 환기 좀 시키려구요.
아니, 어쩌면 내 마음이 답답한 건지도 모르겠어요.
앞 건물 편의점엔 오늘도 컵라면 먹는 학생들로 가득하네요.
이 근처에 남자 고등학교가 하나 있던데..거기 학생들인가 봐요.
어, 그 옆에 꽃집도 아직 문을 열었네요.
어제 이 시간에 갔을 땐 닫았었는데..
“ CLOSE" 라는 팻말만 걸려 있었거든요.
요즘 집에 가는 길에 저 꽃집에 자주 들러요.
화초들하고 좀 친하게 지내보려고..
며칠 전에도 작은 허브 화분을 몇 개 사갔어요.
라벤더, 로즈마리, 그리고 애플민트..
근데 그 중에 하나는 벌써 죽어..버렸습니다.
역시 난 식물 기르는 덴 영 소질이 없나 봐요.
나중에 꽃집은 못하겠어요.
그 사람은 나이 들면 나중에 꽃집을 하고 싶다는데...
남자가 무슨 꽃을 그렇게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요.
나랑은 완전히 반대라니까요.
난 누가 꽃 선물 해 주는 게 제일 싫던데,
나중에 버리는 거..너무 귀찮잖아요.
근데 그 사람은 내게 자주 꽃 선물을 해요.
나도 꽃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아직 아니라고..말 못했어요. 실망할까봐...두려웠거든요..
대신 내가 노력했어요.
꽃에 관심을 갖고 좋아해보려고,
그 사람이 좋아하는 엔틱 가구에도 관심을 갖고,
요리에도 관심을 가져보려고 노력했어요..
근데, 잘 안 돼요..그런 건 노력한다고
달라지는 게 아니더라구요..
처음엔 나랑 다른 섬세한 그의 감성이
신기하고 가슴 떨렸는데...
지금은 그 사람 옆에 있는 게 힘겨워요.
자꾸만 나랑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 주까지 넘겨야 하는 디자인이 있어서
사무실에 남아 야근을 하고 있는데..집중이 잘 안 되네요.
앞 사무실이 비어있었는데..오늘 누가 들어왔나 봐요.
오픈식을 하는지..낮부터 계속 시끄럽고..
복도에 화한이 몇 개 늘어서 있습니다.
창문을 더 활짝 열어야겠어요.
그럼, 마음도 좀 더 열릴까요..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지칠 만큼 애 쓰진 말라고,
시간이 두 사람을 닮아가게 해 줄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