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사랑에게.. 04 퇴근 기다리는 여자
- [서경]깡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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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근 기다리는 여자 -
퇴근 시간 10분 전,
컴퓨터 모니터를 끄고 있습니다.
그리고 책상 위에 흩어져있는 서류들을 정리하고,
여섯 시가 땡! 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어요.
한 번도 이렇게 퇴근을 서둘러 본 적이 없어서,
사실 좀 민망하고 살짝 눈치가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마음은 봄날 솜사탕 같이 몽실몽실한 게,
마음만 먹으면..하늘로 붕~하고 날아오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책상에 선물 받은 귀여운 달력이 놓여 있는데요,
오늘 날짜에 형광펜으로 커다란 하트를 그려놓은 거 있죠,
그것도 모자라서 빨간 색연필로 별표까지 막 그려놓고..
누가 그랬겠어요? 내가 그랬죠..
지나가는 강아지가 봐도 다 알겠어요.
오늘이 내게 얼마나 중요한 날인지..
오늘, 그런 날이에요.
어쩌면 내가 꿈꾸는 사랑이 시작될 지도 모르는 날,
기다렸던 큐피드, 고 녀석의 화살이 가슴에 와서
꽂힐지도 모르는 날,
그래서 특별한 날,
바로 그 사람한테 초대받은 날이에요.
일주일 전에 친구 소개로, 아니 소개해 준 건 아니고..
친구가 불러서 나간 자리에서 처음 봤는데...
하늘색 넥타이가 잘 어울리는, 완전 내 이상형이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그 자리를 리드해 나가면서
얼마나 재밌고 유머가 있던지..웃
다가 배가 아플 정도였어요.
그래서 나도 그 날 좀 오버해서 술을 마시고,
이쁜 척 좀 했죠.
그랬더니 그 사람이 사무실을 새로 오픈하는데..
나까지 초대한 거 있죠?
물론 직접 통화를 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친구 통해서 오라고 했으니까,
초대받은 건 받은 거죠.
드디어 사무실을 나와 와인 숍으로 가고 있어요.
와인을 한 병 선물로 가지고 가려구요.
그 날 보니까, 와인을 좀 즐기는 것 같더라구요.
그것도 독일산 아이스 와인을요.
난 와인에 대해서 잘 모르니까,
주인아저씨가 추천해주는 걸로 결정을 해야겠습니다.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마음을 너무 많이 들키진 말라고,
꽉 채우지 않는 와인 잔처럼, 딱 그만큼만 보여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