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글이지만 좋은 내용]‘히노마루(日の丸) 프로젝트’를 아십니까?
- [경]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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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德根
dklee@kmac.or.kr
일본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흔히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한다.
산업발전과정을 들여다보면 어딘가 닮은 구석이 있는 우리경제를 두고 일본학자 몇 사람이 빈정거린 적이 있다.
“한국경제는 목줄이 묶인 양쯔강의 가마우지 같다. 목줄(부품산업)이 묶여 생선(완제품)을 삼켜도 곧바로 주인(일본)에게 바치는 구조다. (일본 경제평론가 고무로 나오키 89년)”
“부품산업이 일천한 한국 산업은 재생할 수 없다. (오마에 겐이치 99년)”
우리의 산업이 그들의 분석대로 도저히 가망이 없는 가마우지상태에 머물고 말 것인가.
그럴 수는 없다는, 그래서는 절대 안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살펴본다.
2003년 일본은 10년 불황을 극복한 것으로 자신감에 차 있었다.
거리마다 네온사인은 휘황찬란하게 불을 밝혔고, ‘록폰기 힐즈’ 복합 쇼핑몰에는 연일 화항에 엄살을
떨 정도였다.
일본은 그들의 경제가 '장기 불황'이라는 꼬리표를 스스로 떼어버렸다.
DVD리코더, 디지털카메라는 액정평면TV와 함께 일본에서는 '3종신기(神器)'로 불린다.
신기할 정도로 많이 팔려나간다는 뜻이라고 한다.
'3종신기'의 부상은 일본 경제의 핵심 산업인 전자업계 부활에 효자 노릇을 했다.
최근 일본 게이단렌(經團聯)의 오쿠다 히로시(奧 田碩) 회장이 도쿄에서 개최된 노사 포럼에서 다소
섬뜩한 자기 신조를 피력해 눈길을 끈 바가 있다.
“일본식 경영의 근간인 인간존중과 장기적 시야에 기초한 경영성과가 경제 회생의 원천이 됐다.”
“사원의 목을 자르려면 경영자가 자기 배부터 갈라야 한다.”
미국 등 서구 사회에서와 같은 무자비한 인력 구조조정을 하지 않은 것이 일본 경제 회생의 비결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이 ’92년 이후 ‘잃어버린 10년’ 동안 설비, 고용, 부채 등 소위 ‘3과잉’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종신고용 관념도 약화된 게 사실이지만 그래도 일본 기업의 인력감축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매우 적었기 때문에 곧이곧대로 믿는 분위기는 아니다.
즉 일본이 그들 스스로의 자구노력으로만 이러한 불황을 극복하지 않았음을 잘 알고 있다.
일본은 여전히 불안한 부동산, 주가, 내수불황 등이 지속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의 ‘10년 불황 극복’은 한국의 IT수출호황에 힘입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거기다가 중국의 내수와 수출의 팽창은 일본에게 한 아름 선물꾸러미를 안겨준 것이다.
이 모두의 이면에는 부품과 소재가 도사리고 있다.
특히 핵심소재는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디스플레이와 휴대폰 반도체 등에 고스란히 끼어들어 한국 수출이 늘면 늘수록 일본은 가만 앉아서 장사 재미를 본 것이다.
일본은 여기서 ‘OK! 닛폰'을 외쳤다.
뭐니뭐니해도 ‘꿩잡는 게 매!’라는 제대로 된 의미를 알아차린 것이다.
「히노마루(日の丸)반도체 프로젝트」
그래서 이 때문인지 최근 일본정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모처럼 경기회복을 이룬 이 분위기를 몰아 내친 김에 본격적인 부활로 몰아가겠다는 기세다.
그 중에 하나가 2003년부터 정부가 관련 업계와 손잡고 추진하는 ‘반도체 산업의 부활’이다.
그래서 가장 먼저 탄생한 과제가 이른 바 「히노마루(日の丸)반도체 프로젝트」이다.
반도체에서 '메이드 인 재팬, 넘버 1'의 영광을 되찾겠다며 산업 재편 청사진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기술개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회로설계 등 각 업체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분야는 각 사가 분담해 연구개발에 효율화를 기한다는 발상이다.
산.학.관이 별도의 팀을 짜 반도체 패권을 탈환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야심차게 출범시키고 이를 만천하에 드러내는 배짱(?)을 부리는 것이다.
일명 ‘아스카(飛鳥)’ 프로젝트라고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일본 정부가 예산을 대고 11개 메이커와 대학 연구소 등이 두뇌와 장비를 총동원한 셈이다.
사실 일본은 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세계 시장의 절반을 점유하는 반도체 최강국이었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미국에 역전당하고 한국·대만에도 추격을 받는 처지로 추락해 버린 것이다.
이제 그 열세를 산·학·관이 상호 협력하여 공격적 개발체제를 구축함으로써 일거에 뒤집는다는 전략인 셈이다.
일본 재생운동의 핵심인 ‘히노마루 반도체 프로젝트’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로 하자.
히타치제작소, 도시바, 르네서스테크놀로지 등 반도체 3사는 한국의 삼성전자와 미국의 인텔 등에 맞서 최첨단 반도체를 공동생산, 세계 시장을 탈환하기위하여 ‘첨단프로세스반도체파운드리기획’이라는 기획회사를 설립한다고 ’06년 1월 18일 정식 발표했다.
자본금은 1억엔으로 출자비율은 히타치가 50.1%, 도시바 33.4%, 르네서스 16.5%이다.
사장은 NEC일렉트로닉스 부사장을 지낸 하시모토 히로가즈(橋本浩一·62)씨가 내정됐으며, 종업원은 10명으로 우선 출발하게 된다.
최첨단 대규모 집적회로(시스템LSI)를 만드는 공장은 최대 3천억엔 규모로 건설할 계획인데, 6월말에는 사업회사로 전환해 국내외 다른 메이커나 투자펀드로부터 출자금을 모집한다는 계획이다.
도시바의 오이타(大分) 공장 등이 생산공장 부지로 꼽히고 있다.
공장에서는 주주회사 이외에 국내외 반도체 업체로부터 회로선폭이 65나노(나노=10억분의 1)미터 이하의 최첨단 제품의 제조를 수탁, 생산한다.
일본 반도체 업체들은 최근 설비투자 규모가 커지는 추세여서 단독으로는 미국 인텔이나 한국 삼성전자 등에 대항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라 공동으로 공장을 설립해 생산하는 ‘히노마루 반도체’ 공습을 구상했다고 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타도 삼성’이 목표다.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해서는 보조금을 시비로 일본 정부가 상계관세 27.2%를 물리기로 했는데 이는 공격의 한편에서 방어전선도 병행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일본 도시바가 GE를 제치고 미국 웨스팅하우스 인수전에서 50억 달러를 제시해 승리한 것은 ‘히노마루’ 공략의 또 다른 측면을 보여 준 사례로 꼽히고 있다
또 하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부품ㆍ소재나 자본재에서의 세계 시장 공략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히노마루 프로젝트’의 실체를 들여다보면 일본 기초원천 소재업체들이 개발한 고기능 소재로 고품질, 저가격의 부품을 만들고 이를 중국이나 한국으로 투입해 만든 고급 완성품이 세계시장을 잠식함으로써 가만 앉아서 장사하는 데 재미를 들인 일본이 견고한 산업구조를 바탕으로 ‘첨단 신소재’를 시장 공략의 무기로 내놓은 것이 바로 ‘히노마루’ 공습의 실체인 셈이다.
미국 보잉사 항공기 부품 가운데 35%가 일제라는 사실은 일본 기업들이 세계 주요 기업에 대한 부품 공급로를 장악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단적인 예이다.
우리나라도 자동차, 휴대폰 등의 주요 부품을 일본에서 공급받고 있다.
특히 멀티미디어 기능이 강화되고 고급화 될수록 일제 부품은 늘어만 가게 되어 있다.
16화음이 모자라 오케스트라수준으로 되면 음원칩은 야마하에서 들여와야 되고, 130만화소를 200만,
300만화소로 소비자 요구수준이 높아질수록 이미지센서는 일본제를 쓰지 않을 없게 되는 것이다.
그 외 부품소재도 마찬가지다.
"50년 안에 노벨상 수상자 30명 배출"
그런데 이러한 움직임이 IT 분야뿐 아니다.
각 분야에서 시작되거나 추진될 일본의 전략을 살펴보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인상이 ‘공격적’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세계를 겨냥한다”거나 “주도권을 장악한다” “외자에 대항한다”는 등의 표현을 곳곳에 내걸고 전쟁터에 젊은이들을 내몰던 방식대로 몰아치고 있다.
그 중에서 제2차 과학기술 5개년 계획을 보면 “50년 안에 30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다”는 수치 목표가 명시되어 있는 걸 볼 수 있다.
우리도 경험한 바 있는 50~60년대 개발시대의 구호를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이 외에도 일본이 21세기의 승부를 건 많은 초대형 프로젝트가 새로 착수되거나 본격화될 예정으로 있다.
차세대 인터넷(IPv6·인터넷 프로토콜 제6버전)의 세계 표준을 선점하기 위해 민·관이 합동으로 벌이는 대대적 실험이 실시되고 있는 실정이다.
인간게놈 분야에선 국립 이과학연구소와 28개 바이오 업체가 ‘히노마루(日の丸)바이오 연합’을 결성했다.
게놈해독분야에서 미국에 뒤진 것을 만회하고 응용기술 분야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노림수다.
유전자 분야에서는 ‘밀레니엄 프로젝트’로 명명하고 각종 병질환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 정보를 해명해낸다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생존’에서 ‘패권’으로의 중심 이동
일본이 취하고 있는 일련의 움직임은 경제 활력을 회복하기 위한 면에서는 ‘공격노선’으로 요약할 수 있다.
또한 전략의 키워드도 확실히 달라졌다.
‘과거정리’에서 ‘미래지향’으로, ‘내실 다지기’에서 ‘외연 확대’로, ‘생존’에서 ‘패권’으로 중심 이동했다.
자신감을 잃고 패배감 속에 위축돼 있던 얼마 전까지와는 완연히 달라진 분위기다.
‘잃어버린 1990년대’를 보낸 일본경제가 반격의 실마리를 잡은 것은 98년 오부치 정권이 출범하면서부터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오부치 정권은 ‘경제신생(經濟新生)’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경제문제에 내각의 운명을 걸겠다고 선언했다.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으로 침체경제에 영양제를 놓아가며 구조조정의 수술을 단행하는 접근법이었다.
이렇게 유행처럼 확산되는 일본의 기업제휴와 산·학·관 협력을 들여다보면 ‘일본 재생’이란 키워드가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총리 직속으로 ‘IT전략회의’가 설치돼 작전명령을 토해내는가 하면 ‘IT 국민운동’이 제창되고 ‘IT 기본법’을 비롯한 관련 법·제도가 쏟아지기도 한다.
일본이 기대 거는 비장의 카드가 일본열도의 ‘光무장화’ 계획이다.
光섬유망을 인터넷 접속기반으로 깔아 ‘브로드·밴드(대용량) 인터넷 사회’에 일거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우리의 인터넷인프라를 부러워하던 열세적 부분을 일거에 만회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실 일본인들이 동북아에서 그들의 제국주의 근성으로 인하여 지역적 침략, 즉 청일·러일전쟁과 한반도 침략을 자행한 일은 당시로 봐서는 그들의 1차 ‘히노마루 프로젝트’라고도 할 수 있다.
당시 낭인(浪人)들로 이루어져 있었던 ‘흑룡회(黑龍會)’라는 일본 극우파 단체가 우리나라를 침략하는 데 선봉을 섰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그 때나 지금이나 그들 나름대로의 전략에 따라 낭인들이 메이지 시대를 맞으며 우리나라에 흘러들어 왔다.
한일합방은 바로 그들이 뒤에서 획책한 전쟁이었던 것이다.
흑룡회의 우두머리는 우치다 료헤이(內田良平, 1874-1937)이었다.
정보가 발달된 지금은 흑룡회라고 하는 조직이 필요 없이 관계인들이 스스로 알아서 모이고 뭉치고 제 할일을 해가면서 목적을 달성하는 시스템일 뿐이다.
‘히노마루’는 일장기를 일컫는 말인데 그들에게는 자긍심일지 몰라도 우리에게는 수치와 오욕의 상징일지 모른다.
최근 일본에서는 이런 흑룡회에서의 낭인들을 상징하는 ‘낭인정신’이란 말이 다시 돌고 있다고 한다.
에도 시대 사무라이가 직업을 잃고 무직자가 되어 새로운 직업을 찾아 나섰던 정신을 말한다.
일본에서는 이를 ‘프론티어 정신’이란 말로 미화하여 대신하고 있다.
당시의 ‘히노마루 프로젝트’가 영토침략이었다면, 오늘의 프로젝트는 경제적 침략으로서 경제종속, 기술종속을 획책한다는 셈이다.
‘韓國號’, 어디에 와 있는가?
현재 여러 가지 정보를 종합하여 나오는 공공기관, 사적 민간연구기관 등으로부터 모두 한결같이 한국의 위기를 얘기하고 있다.
현재의 위기뿐 아니라 5년 뒤, 10년 뒤 ‘성장동력엔진’이 꺼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미래를 만족시킬 성장동력은 선정과정에서는 부처들의 영역싸움으로 시끌벅적 했는데 정작 추진 동력은 가동이 시원치 않거나 멈추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
실상 현재 그 추세를 보이고 있기도 하지만, 앞으로 한국의 경제는 과거에 세계를 놀라게 했던 그 역동성을 상당히 상실하게 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 중에서 무엇보다 우려할 것은 ‘한국호’의 경제성장을 그나마 꿋꿋이 버텨주었던 주력산업이 흔들릴 징조가 있다는 것이다.
아직 잘나가고 있다는 철강산업의 예를 하나 들어 본다.
우리가 세계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철강은 중국이 POSCO를 바짝 뒤 쫓고 있다.
중국 4대 철강업체에 속하는 상하이바오강(上海寶鋼)은 최근 마강(馬鋼)집단과 전략적 동맹을 맺고, 연구.개발(R&D), 기술혁신, 시장영업, 원재료 및 에너지 구매 분야에 대한 협력의정서를 교환했다.
이는 중국 당국의 글로벌 강자(强者) 육성 전략에 따른 전략적 제휴에 다름 아니다.
즉 내용면에서 사실상 기업통합이나 다름없다는 분석이다.
이뿐 아니라 중국은 최근 3~4년간 철강산업 시설투자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 부었다.
이 제철소들이 지난해 본격 가동에 들어가면서 단번에 세계최대 철강 수출국 반열에 오르게 된 것이다.
지난 2년간 중국에 ‘POSCO’만한 철강 회사가 7개 이상 생겨난 셈이다.
중요한 점은 이렇게 생산된 중국의 철강이 동남아 국가와 한국으로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2005년 중국산 철강의 한국 수출량은 규모에서 일본·대만을 압도적으로 누르기에 이르렀다.
매달 정해진 월급을 받는 봉급쟁이들이야 별 실감이 안날수도 있겠으나, 당장 체감경기를 느낄 수 있는 자영업자들이나, 자신이 직접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오너나 전문경영인의 경우에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엄청난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기술축적면에서 보면 한국에서 가장 기술축적도가 높다는 삼성의 자사 보유기술은 고작 40%에 불과하다고 분석되고 있다.
한마디로 기술10개중에 6개는 외국 기술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이 말은 곧 핵심부품 10개중에 6개는 외국부품이라는 얘기로 이어진다.
삼성이 자랑하는 애니콜의 액정화면, 내장 스피커, 이미지센서, 배터리, 플래쉬 등등 핵심부품은 죄다 일제라고 봐야 한다.
근원은 그간 산업기술의 대부분의 노력을 실용화 부분만 강조하고 원천기술개발을 게을리 한 결과이다.
70년대부터 부품․소재를 구호로만 외치고 제대로 된 지원은 이 눈치 저 눈치 보면서 생색만 낸 결과가 오늘에 이른 것이다.
돈을 ‘살포식’으로 나누어 주고 그 역할을 대부분 기업에게 맡긴 결과인 셈이다.
원천기술은 수학과 물리를 제대로 가르치고, 그리고 과학기술인을 중시하는 풍토로부터 출발한다.
양식있는 분들은 오래전 사농공상(士農工商)으로부터 비롯되어진 잘못된 인식에서 기술자를 홀대하기 때문에 10년 후에도 여전히 일본한테 기술 얻어다 쓸 거라고 했었다
10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여전히 한국은 선진국으로부터 기술을 얻어오고 핵심부품을 일본 기업들에게서 사다가 조립을 해서 물건 팔아다 받치는 소위 ‘머슴’ 노릇을 하고 있는 처지이다.
‘韓國號’의 技術,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얘기할 때 늘 부각되는 단어가 있다.
그것은 바로 ‘핵심 기술의 부족’이다.
대부분의 사업들이 원천 기술력 부족으로 로열티 부담과 고부가가치 제품의 적시 개발/출시에서의 어려움 등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논리이다.
실제 그렇기도 하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폰 등 세계 시장에서 강력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주요 수출 산업의 경우도 원천 기술력은 낮은 실정이다.
이렇게 기술력의 불균형이 지속된다면, 낮은 임금과 강력한 정부지원 등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으로부터의 추격에 우리의 입지가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핵심 및 기반 기술을 기술의 시급성과 자원배분의 효율성만을 따져 외국에 의존하는 경우에는 자칫 작은 외풍에도 흔들리는 취약한 산업구조로 이어지기 쉽다.
이러 때는 지식 및 기술 등 무형자산을 잘 활용하면 많은 자원을 투자하지 않고도 훨씬 더 높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또 핵심 기술이 확보되면 핵심 부품 및 제품개발이 쉬워져 고부가가치 창출이 한결 쉬워진다. 한때 TFT-LCD 산업을 주도했던 일본 기업은 중대형 분야에서 가격 경쟁이 심해져 사업의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을 감지하고, 수익성이 높은 소형분야로 사업 방향을 선회하였다. 이는 일본 기업이 핵심 기술인 CGS(Continuous Grain Silicon) 등의 저온폴리 기술을 이미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핵심 기술은 소비자에 대한 신뢰를 높여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며, 유리한 조건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저수익 사업의 경쟁력 강화 등을 가능하게 해준다.
지금까지 한국의 기업들은 생산/공정 기술을 통해 고도성장을 하였고 상품화 역량도 최근 많이 개선되고는 있지만, 아직도 이처럼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원천 기술력 면에서는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일례로 TFT-LCD산업을 살펴보면 LG, 삼성 등 국내기업들이 세계 시장점유율 1, 2위를 차지하며 외형상 세계시장을 주도하고는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2002년에 TFT-LCD의 핵심 기술인 액정물질과 컬러필터 등에 관한 특허출원은 내국인의 전체 LCD관련 국내 출원건수인 2,053건 중에 1% 미만에 불과해 핵심부품 및 소재, 설비 등은 거의 일본, 독일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반도체, 디지털 가전 등 다른 전자산업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반도체의 소재와 설비에 대한 국산화율은 각각 60%(2002년), 15%(2001년)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주요 디지털 가전제품의 경우도 제품별로 적게는 20%(디지털 TV), 많게는 70%(DVD Player) 정도의 핵심부품을 외국기업에 의존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한국은 원천 기술력 부족으로 기술후진국의 굴레를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가?
그 원인은 크게 세가지로 요약될 수 있겠다.
첫째, 국내기업은 대부분 사업에 후발주자로 참여하면서 핵심 및 원천기술 확보의 어려움과 성과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기업 전략을 한정된 인력과 자원의 효율성 극대화에만 초점을 맞췄다.
기업에게는 단기적으로 이윤추구가 절실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으며, 결과적으로 원천 및 기반기술 확보 보다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생산/공정 기술 개발을 선호하는 결과를 낳았다.
둘째, 대량생산에 편중한 우리의 산업구조가 기술강국으로 가는 길에 장애요인으로 지적될 수 있다. 과거 대량생산의 시대에는 언제나 생산자가 소비자의 우위에 서있었지만 소비시장의 구조가 다양화, 고급화되면서 시장에서의 힘이 생산자에서 소비자쪽으로 이전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의 산업구조는 대량생산 제품에 기초한 포디즘(Fordism)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치열해질 기술경쟁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술의 개발속도가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IT혁명을 중심으로 한 급속한 기술혁신이 이뤄지고 있는 지금 원천 및 기반 기술 중심이 아닌 대량생산만을 위한 기술로서는 한계가 있다.
셋째, 최근 들어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화되면서 과학기술 인력이 양과 질적인 측면에서 모두 저하되고 있다.
앞서 말한 것들이 과거 핵심 기술 부족의 원인이었다면 이공계 기피 현상은 향후 우리가 기술강국으로 나아가는데 있어 분명 커다란 걸림돌이 될 것이다.
우리 현실과 비슷한 예를 외국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10여년동안 일본이 겪고 있는 장기불황도 이공계 기피 현상을 간과한 탓이 크며 미국 역시 서비스 위주의 산업구조로 재편되면서 제조업의 위상 추락으로 이어져 전체 대학생의 10% 미만만이 공대에 진학하는 결과를 낳았다.
비단 과학기술 인력의 바탕이 되는 이공계를 기피하는 현상이 한국에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자원이 부족한 우리로서는 외국의 경우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 같은 악순환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먼저 기업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를 버려야 할 것이다.
핵심기술의 개발리스크는 기업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대학교와 연구기관의 협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정부입장에서는 미덥지 못한 부분이 분명히 있기는 하지만 대학교 및 연구기관에서 창의성이 요구되는 원천 및 기초 기술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의 지원이 필요하다.
둘째로 실적 위주와 방어개념의 무분별한 특허출원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라이센싱 전략 및 국제표준화를 통해 제조업의 고부가가치화와 지식기반산업을 활성화해야 한다.
국내 생산기지의 중국 이전으로 국내제조업의 공동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핵심 기술의 확보를 통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빠른 전환이 필요하다.
그러나 핵심 기술의 확보가 단기간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선 라이센싱이 가능한 국내기업의 기술을 중국, 대만 등 후발 경쟁 기업에 수출함으로써 로열티 수익을 이끌어내야 한다.
산업플랜트 수출도 고려해 볼 만하다.
미국·일본과 대등한 위치에서 국내 MPEG 기술을 전체 MPEG 국제기술표준에 약 20%를 반영시켜 2001년에 1,300만 달러의 로열티 수입을 거둔 것은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래의 과학기술 인력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선적으로 우수인력을 이공계로 유도하는 방안의 하나로 현재 일부 학교에서만 시행되고 있는 이공계 대학원생들의 학비지원을 더 많은 대학으로 확대해야 한다.
정부에서 석사나 박사과정으로 진학하는 학생들을 위해 생활비까지는 아니더라도 편안하게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학비 부담만은 덜어줘야 한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연구개발예산중 전반적 지식 증진을 위한 투자비율이 일본, 독일 등 선진국의 절반수준밖에 안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향후 신기술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기존 기술을 종합·발전시킨 디지털 컨버전스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래사업의 씨앗이 되는 원천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신제품 개발에 어려움이 있고, 새로운 사업 기회 발굴 또한 쉽지 않을 것이다.
지금이 바로 원천 기술 확보를 위한 토대 마련이 절실한 시점인 것이다.
정부가 정권이 바뀌더라도 단절 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특별법을 만들고 5년여간 부품소재육성을 추진한 결과, 당초 기대이상으로 성과를 내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단순히 우수, 첨단, 신규, 독창 등으로 분류되는 기술을 탁월성 기준으로 선정하여 개발시키는데 결단코 벗어난다는 의지를 담아 추진해 온 ‘시장친화적 기술개발’사업은 정부와 민간의 공동투자를 가능케 한 첫 시도로서 기술개발 기업으로서는 개발 RISK를 완화해 주는 단비 역할을 했다.
이를 통하여 개발된 기술이 세계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원천기술이 확보되어 세트메이커를 좌지우지 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사례가 수없이 나타나고 있다.
다이이몬드로 탄소나노튜브라는 신기술을 개척해 나가는 일진다이아몬드, 전량 일본으로부터 수입해 오던 휴대폰의 카메라렌즈 모듈을 도리어 역수출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개발한 세코닉스, PDP 드라이버 IC용 TAB필름 및 LoC 테이프를 개발해 반도체 분야 신소재시장을 석권해 나가고 있는 이녹스, 세계타이어코드 시장을 제패하고 있는 효성, 극세사를 산업제품으로 상용화하여 세계시장을 주름 잡는 은성코퍼레이션, 투명ABS의 시계시장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는 LG화학 등등 이외에도 부품․소재를 통하여 글로벌기업으로 다시 태어 날려는 많은 주인공들이 있다.
이들 기업의 기술개발활동이 꽃피우기 위해서는 출연연구기관의 어느 공학박사의 주장대로 NIT에서 NIH로 사고를 전환하여야 한다.
NIT가 무엇인가? 선진국의 기술을 Catch-up하는 시대에 민간기업에서도, 정부에서도, 연구관리 전담기관에서도 제일 중요시 했던 개념이다.
"Not Invented There" 즉 선진국(There)인 미국, 유럽, 일본등에서 기술개발이 이루어졌고, 시제품이 나왔거나 상용화된 제품이 있느냐 하는 것이 정부지원 연구개발 선정평가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개념이다.
물론 일본도 선진국의 기술을 Catch-up하는 시대에 정부지원 연구개발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중요하게 여겨왔던 개념이긴 하다.
이제는 일본도 기초원천기술개발에 대한 국가지원이 50%를 넘어섰기 때문에 NIH(Not Invented Here)개념을 중요하게 여길 수 밖에 없는 선진국이 되어 버렸다.
그럼 선진국의 연구소들의 연구원들의 자부심을 나타내는 NIH는 무엇의 약자인지 아십니까? “Not Invented Here"! 즉, 자신들만이 세계 최초의 연구, 최고의 기초원천기술연구개발을 하고 있다는 자긍심을 나타내는 용어이다.
역설적으로 얘기하면 국가지원 연구개발의 소위 ”성공비율“이 낮아져야만, 세계적인 기초원천기술개발 결과가 나올 수 있으며, 그런 연구프로젝트의 “실패”의 피드백에서 오히려 비아그라, 비만관련 약처럼 더욱 세계적인 제품의 연구개발로 이어져 전세계로 시장을 지배할 수 있는 제품시장창출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 산업의 재생(再生)을 위해서는 대오각성(大悟覺醒)이 필요
부품․소재산업을 육성한다는 일이 단순히 현재보다 수출 좀 더 하려는 정도이거나 좀 더 잘 사려는 노력의 한 부분이어서는 절대 안된다.
이제 ‘부품․소재’의 문제는 바야흐로 ‘민족의 생존’ 문제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국가적으로 이토록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부품․소재’문제에 대해 한해에 2천억 정도의 예산을 투입하는 정도로는 진정한 기술독립이 불가능하다.
독립된 기술이 바탕이 되는 산업혁신국가로 가기 위해서는 멈추지 않는 혁신이 부품․소재 제조업전체에서 바글바글 일어나도록 한해에 적어도 1조원 정도는 투입되어야 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멀지 않은 시점에서 급기야는 경제적․기술적 제2의 한일합방 같은 상황이 오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말이 있듯이 스스로 힘을 키워 일본의 공략에 맞서야 한다.
자동차, 기계, 디지털제품의 경쟁력을 더 키우고 부품ㆍ소재 개발에 매진해야 한다.
그간 산업기술 중심으로 내려다 보면서 수행 해오던 시각을 완전히 바꾸어야 한다.
완제품 밑에 부품․소재가 아니라, 부품․소재 중심으로 완제품을 바라보는 ‘산업지도 거꾸로 보기’가 일어나야 한다.
제대로 된 핵심부품소재기술을 가지고 있을 때라야 만, 일본을 따라 잡고, 중국의 추격을 뿌리 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도 세계경제를 제패하자는 ‘코리아노믹스(Koreanomics)’와 같은 것을 모색하면 어떨까.
일본처럼 정부와 정치권, 기업, 국민이 다시 똘똘 뭉치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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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글 읽는다고 수고하셨습니다.
dklee@kmac.or.kr
일본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흔히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한다.
산업발전과정을 들여다보면 어딘가 닮은 구석이 있는 우리경제를 두고 일본학자 몇 사람이 빈정거린 적이 있다.
“한국경제는 목줄이 묶인 양쯔강의 가마우지 같다. 목줄(부품산업)이 묶여 생선(완제품)을 삼켜도 곧바로 주인(일본)에게 바치는 구조다. (일본 경제평론가 고무로 나오키 89년)”
“부품산업이 일천한 한국 산업은 재생할 수 없다. (오마에 겐이치 99년)”
우리의 산업이 그들의 분석대로 도저히 가망이 없는 가마우지상태에 머물고 말 것인가.
그럴 수는 없다는, 그래서는 절대 안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살펴본다.
2003년 일본은 10년 불황을 극복한 것으로 자신감에 차 있었다.
거리마다 네온사인은 휘황찬란하게 불을 밝혔고, ‘록폰기 힐즈’ 복합 쇼핑몰에는 연일 화항에 엄살을
떨 정도였다.
일본은 그들의 경제가 '장기 불황'이라는 꼬리표를 스스로 떼어버렸다.
DVD리코더, 디지털카메라는 액정평면TV와 함께 일본에서는 '3종신기(神器)'로 불린다.
신기할 정도로 많이 팔려나간다는 뜻이라고 한다.
'3종신기'의 부상은 일본 경제의 핵심 산업인 전자업계 부활에 효자 노릇을 했다.
최근 일본 게이단렌(經團聯)의 오쿠다 히로시(奧 田碩) 회장이 도쿄에서 개최된 노사 포럼에서 다소
섬뜩한 자기 신조를 피력해 눈길을 끈 바가 있다.
“일본식 경영의 근간인 인간존중과 장기적 시야에 기초한 경영성과가 경제 회생의 원천이 됐다.”
“사원의 목을 자르려면 경영자가 자기 배부터 갈라야 한다.”
미국 등 서구 사회에서와 같은 무자비한 인력 구조조정을 하지 않은 것이 일본 경제 회생의 비결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이 ’92년 이후 ‘잃어버린 10년’ 동안 설비, 고용, 부채 등 소위 ‘3과잉’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종신고용 관념도 약화된 게 사실이지만 그래도 일본 기업의 인력감축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매우 적었기 때문에 곧이곧대로 믿는 분위기는 아니다.
즉 일본이 그들 스스로의 자구노력으로만 이러한 불황을 극복하지 않았음을 잘 알고 있다.
일본은 여전히 불안한 부동산, 주가, 내수불황 등이 지속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의 ‘10년 불황 극복’은 한국의 IT수출호황에 힘입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거기다가 중국의 내수와 수출의 팽창은 일본에게 한 아름 선물꾸러미를 안겨준 것이다.
이 모두의 이면에는 부품과 소재가 도사리고 있다.
특히 핵심소재는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디스플레이와 휴대폰 반도체 등에 고스란히 끼어들어 한국 수출이 늘면 늘수록 일본은 가만 앉아서 장사 재미를 본 것이다.
일본은 여기서 ‘OK! 닛폰'을 외쳤다.
뭐니뭐니해도 ‘꿩잡는 게 매!’라는 제대로 된 의미를 알아차린 것이다.
「히노마루(日の丸)반도체 프로젝트」
그래서 이 때문인지 최근 일본정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모처럼 경기회복을 이룬 이 분위기를 몰아 내친 김에 본격적인 부활로 몰아가겠다는 기세다.
그 중에 하나가 2003년부터 정부가 관련 업계와 손잡고 추진하는 ‘반도체 산업의 부활’이다.
그래서 가장 먼저 탄생한 과제가 이른 바 「히노마루(日の丸)반도체 프로젝트」이다.
반도체에서 '메이드 인 재팬, 넘버 1'의 영광을 되찾겠다며 산업 재편 청사진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기술개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회로설계 등 각 업체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분야는 각 사가 분담해 연구개발에 효율화를 기한다는 발상이다.
산.학.관이 별도의 팀을 짜 반도체 패권을 탈환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야심차게 출범시키고 이를 만천하에 드러내는 배짱(?)을 부리는 것이다.
일명 ‘아스카(飛鳥)’ 프로젝트라고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일본 정부가 예산을 대고 11개 메이커와 대학 연구소 등이 두뇌와 장비를 총동원한 셈이다.
사실 일본은 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세계 시장의 절반을 점유하는 반도체 최강국이었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미국에 역전당하고 한국·대만에도 추격을 받는 처지로 추락해 버린 것이다.
이제 그 열세를 산·학·관이 상호 협력하여 공격적 개발체제를 구축함으로써 일거에 뒤집는다는 전략인 셈이다.
일본 재생운동의 핵심인 ‘히노마루 반도체 프로젝트’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로 하자.
히타치제작소, 도시바, 르네서스테크놀로지 등 반도체 3사는 한국의 삼성전자와 미국의 인텔 등에 맞서 최첨단 반도체를 공동생산, 세계 시장을 탈환하기위하여 ‘첨단프로세스반도체파운드리기획’이라는 기획회사를 설립한다고 ’06년 1월 18일 정식 발표했다.
자본금은 1억엔으로 출자비율은 히타치가 50.1%, 도시바 33.4%, 르네서스 16.5%이다.
사장은 NEC일렉트로닉스 부사장을 지낸 하시모토 히로가즈(橋本浩一·62)씨가 내정됐으며, 종업원은 10명으로 우선 출발하게 된다.
최첨단 대규모 집적회로(시스템LSI)를 만드는 공장은 최대 3천억엔 규모로 건설할 계획인데, 6월말에는 사업회사로 전환해 국내외 다른 메이커나 투자펀드로부터 출자금을 모집한다는 계획이다.
도시바의 오이타(大分) 공장 등이 생산공장 부지로 꼽히고 있다.
공장에서는 주주회사 이외에 국내외 반도체 업체로부터 회로선폭이 65나노(나노=10억분의 1)미터 이하의 최첨단 제품의 제조를 수탁, 생산한다.
일본 반도체 업체들은 최근 설비투자 규모가 커지는 추세여서 단독으로는 미국 인텔이나 한국 삼성전자 등에 대항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라 공동으로 공장을 설립해 생산하는 ‘히노마루 반도체’ 공습을 구상했다고 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타도 삼성’이 목표다.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해서는 보조금을 시비로 일본 정부가 상계관세 27.2%를 물리기로 했는데 이는 공격의 한편에서 방어전선도 병행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일본 도시바가 GE를 제치고 미국 웨스팅하우스 인수전에서 50억 달러를 제시해 승리한 것은 ‘히노마루’ 공략의 또 다른 측면을 보여 준 사례로 꼽히고 있다
또 하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부품ㆍ소재나 자본재에서의 세계 시장 공략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히노마루 프로젝트’의 실체를 들여다보면 일본 기초원천 소재업체들이 개발한 고기능 소재로 고품질, 저가격의 부품을 만들고 이를 중국이나 한국으로 투입해 만든 고급 완성품이 세계시장을 잠식함으로써 가만 앉아서 장사하는 데 재미를 들인 일본이 견고한 산업구조를 바탕으로 ‘첨단 신소재’를 시장 공략의 무기로 내놓은 것이 바로 ‘히노마루’ 공습의 실체인 셈이다.
미국 보잉사 항공기 부품 가운데 35%가 일제라는 사실은 일본 기업들이 세계 주요 기업에 대한 부품 공급로를 장악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단적인 예이다.
우리나라도 자동차, 휴대폰 등의 주요 부품을 일본에서 공급받고 있다.
특히 멀티미디어 기능이 강화되고 고급화 될수록 일제 부품은 늘어만 가게 되어 있다.
16화음이 모자라 오케스트라수준으로 되면 음원칩은 야마하에서 들여와야 되고, 130만화소를 200만,
300만화소로 소비자 요구수준이 높아질수록 이미지센서는 일본제를 쓰지 않을 없게 되는 것이다.
그 외 부품소재도 마찬가지다.
"50년 안에 노벨상 수상자 30명 배출"
그런데 이러한 움직임이 IT 분야뿐 아니다.
각 분야에서 시작되거나 추진될 일본의 전략을 살펴보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인상이 ‘공격적’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세계를 겨냥한다”거나 “주도권을 장악한다” “외자에 대항한다”는 등의 표현을 곳곳에 내걸고 전쟁터에 젊은이들을 내몰던 방식대로 몰아치고 있다.
그 중에서 제2차 과학기술 5개년 계획을 보면 “50년 안에 30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다”는 수치 목표가 명시되어 있는 걸 볼 수 있다.
우리도 경험한 바 있는 50~60년대 개발시대의 구호를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이 외에도 일본이 21세기의 승부를 건 많은 초대형 프로젝트가 새로 착수되거나 본격화될 예정으로 있다.
차세대 인터넷(IPv6·인터넷 프로토콜 제6버전)의 세계 표준을 선점하기 위해 민·관이 합동으로 벌이는 대대적 실험이 실시되고 있는 실정이다.
인간게놈 분야에선 국립 이과학연구소와 28개 바이오 업체가 ‘히노마루(日の丸)바이오 연합’을 결성했다.
게놈해독분야에서 미국에 뒤진 것을 만회하고 응용기술 분야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노림수다.
유전자 분야에서는 ‘밀레니엄 프로젝트’로 명명하고 각종 병질환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 정보를 해명해낸다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생존’에서 ‘패권’으로의 중심 이동
일본이 취하고 있는 일련의 움직임은 경제 활력을 회복하기 위한 면에서는 ‘공격노선’으로 요약할 수 있다.
또한 전략의 키워드도 확실히 달라졌다.
‘과거정리’에서 ‘미래지향’으로, ‘내실 다지기’에서 ‘외연 확대’로, ‘생존’에서 ‘패권’으로 중심 이동했다.
자신감을 잃고 패배감 속에 위축돼 있던 얼마 전까지와는 완연히 달라진 분위기다.
‘잃어버린 1990년대’를 보낸 일본경제가 반격의 실마리를 잡은 것은 98년 오부치 정권이 출범하면서부터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오부치 정권은 ‘경제신생(經濟新生)’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경제문제에 내각의 운명을 걸겠다고 선언했다.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으로 침체경제에 영양제를 놓아가며 구조조정의 수술을 단행하는 접근법이었다.
이렇게 유행처럼 확산되는 일본의 기업제휴와 산·학·관 협력을 들여다보면 ‘일본 재생’이란 키워드가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총리 직속으로 ‘IT전략회의’가 설치돼 작전명령을 토해내는가 하면 ‘IT 국민운동’이 제창되고 ‘IT 기본법’을 비롯한 관련 법·제도가 쏟아지기도 한다.
일본이 기대 거는 비장의 카드가 일본열도의 ‘光무장화’ 계획이다.
光섬유망을 인터넷 접속기반으로 깔아 ‘브로드·밴드(대용량) 인터넷 사회’에 일거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우리의 인터넷인프라를 부러워하던 열세적 부분을 일거에 만회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실 일본인들이 동북아에서 그들의 제국주의 근성으로 인하여 지역적 침략, 즉 청일·러일전쟁과 한반도 침략을 자행한 일은 당시로 봐서는 그들의 1차 ‘히노마루 프로젝트’라고도 할 수 있다.
당시 낭인(浪人)들로 이루어져 있었던 ‘흑룡회(黑龍會)’라는 일본 극우파 단체가 우리나라를 침략하는 데 선봉을 섰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그 때나 지금이나 그들 나름대로의 전략에 따라 낭인들이 메이지 시대를 맞으며 우리나라에 흘러들어 왔다.
한일합방은 바로 그들이 뒤에서 획책한 전쟁이었던 것이다.
흑룡회의 우두머리는 우치다 료헤이(內田良平, 1874-1937)이었다.
정보가 발달된 지금은 흑룡회라고 하는 조직이 필요 없이 관계인들이 스스로 알아서 모이고 뭉치고 제 할일을 해가면서 목적을 달성하는 시스템일 뿐이다.
‘히노마루’는 일장기를 일컫는 말인데 그들에게는 자긍심일지 몰라도 우리에게는 수치와 오욕의 상징일지 모른다.
최근 일본에서는 이런 흑룡회에서의 낭인들을 상징하는 ‘낭인정신’이란 말이 다시 돌고 있다고 한다.
에도 시대 사무라이가 직업을 잃고 무직자가 되어 새로운 직업을 찾아 나섰던 정신을 말한다.
일본에서는 이를 ‘프론티어 정신’이란 말로 미화하여 대신하고 있다.
당시의 ‘히노마루 프로젝트’가 영토침략이었다면, 오늘의 프로젝트는 경제적 침략으로서 경제종속, 기술종속을 획책한다는 셈이다.
‘韓國號’, 어디에 와 있는가?
현재 여러 가지 정보를 종합하여 나오는 공공기관, 사적 민간연구기관 등으로부터 모두 한결같이 한국의 위기를 얘기하고 있다.
현재의 위기뿐 아니라 5년 뒤, 10년 뒤 ‘성장동력엔진’이 꺼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미래를 만족시킬 성장동력은 선정과정에서는 부처들의 영역싸움으로 시끌벅적 했는데 정작 추진 동력은 가동이 시원치 않거나 멈추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
실상 현재 그 추세를 보이고 있기도 하지만, 앞으로 한국의 경제는 과거에 세계를 놀라게 했던 그 역동성을 상당히 상실하게 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 중에서 무엇보다 우려할 것은 ‘한국호’의 경제성장을 그나마 꿋꿋이 버텨주었던 주력산업이 흔들릴 징조가 있다는 것이다.
아직 잘나가고 있다는 철강산업의 예를 하나 들어 본다.
우리가 세계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철강은 중국이 POSCO를 바짝 뒤 쫓고 있다.
중국 4대 철강업체에 속하는 상하이바오강(上海寶鋼)은 최근 마강(馬鋼)집단과 전략적 동맹을 맺고, 연구.개발(R&D), 기술혁신, 시장영업, 원재료 및 에너지 구매 분야에 대한 협력의정서를 교환했다.
이는 중국 당국의 글로벌 강자(强者) 육성 전략에 따른 전략적 제휴에 다름 아니다.
즉 내용면에서 사실상 기업통합이나 다름없다는 분석이다.
이뿐 아니라 중국은 최근 3~4년간 철강산업 시설투자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 부었다.
이 제철소들이 지난해 본격 가동에 들어가면서 단번에 세계최대 철강 수출국 반열에 오르게 된 것이다.
지난 2년간 중국에 ‘POSCO’만한 철강 회사가 7개 이상 생겨난 셈이다.
중요한 점은 이렇게 생산된 중국의 철강이 동남아 국가와 한국으로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2005년 중국산 철강의 한국 수출량은 규모에서 일본·대만을 압도적으로 누르기에 이르렀다.
매달 정해진 월급을 받는 봉급쟁이들이야 별 실감이 안날수도 있겠으나, 당장 체감경기를 느낄 수 있는 자영업자들이나, 자신이 직접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오너나 전문경영인의 경우에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엄청난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기술축적면에서 보면 한국에서 가장 기술축적도가 높다는 삼성의 자사 보유기술은 고작 40%에 불과하다고 분석되고 있다.
한마디로 기술10개중에 6개는 외국 기술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이 말은 곧 핵심부품 10개중에 6개는 외국부품이라는 얘기로 이어진다.
삼성이 자랑하는 애니콜의 액정화면, 내장 스피커, 이미지센서, 배터리, 플래쉬 등등 핵심부품은 죄다 일제라고 봐야 한다.
근원은 그간 산업기술의 대부분의 노력을 실용화 부분만 강조하고 원천기술개발을 게을리 한 결과이다.
70년대부터 부품․소재를 구호로만 외치고 제대로 된 지원은 이 눈치 저 눈치 보면서 생색만 낸 결과가 오늘에 이른 것이다.
돈을 ‘살포식’으로 나누어 주고 그 역할을 대부분 기업에게 맡긴 결과인 셈이다.
원천기술은 수학과 물리를 제대로 가르치고, 그리고 과학기술인을 중시하는 풍토로부터 출발한다.
양식있는 분들은 오래전 사농공상(士農工商)으로부터 비롯되어진 잘못된 인식에서 기술자를 홀대하기 때문에 10년 후에도 여전히 일본한테 기술 얻어다 쓸 거라고 했었다
10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여전히 한국은 선진국으로부터 기술을 얻어오고 핵심부품을 일본 기업들에게서 사다가 조립을 해서 물건 팔아다 받치는 소위 ‘머슴’ 노릇을 하고 있는 처지이다.
‘韓國號’의 技術,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얘기할 때 늘 부각되는 단어가 있다.
그것은 바로 ‘핵심 기술의 부족’이다.
대부분의 사업들이 원천 기술력 부족으로 로열티 부담과 고부가가치 제품의 적시 개발/출시에서의 어려움 등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논리이다.
실제 그렇기도 하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폰 등 세계 시장에서 강력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주요 수출 산업의 경우도 원천 기술력은 낮은 실정이다.
이렇게 기술력의 불균형이 지속된다면, 낮은 임금과 강력한 정부지원 등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으로부터의 추격에 우리의 입지가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핵심 및 기반 기술을 기술의 시급성과 자원배분의 효율성만을 따져 외국에 의존하는 경우에는 자칫 작은 외풍에도 흔들리는 취약한 산업구조로 이어지기 쉽다.
이러 때는 지식 및 기술 등 무형자산을 잘 활용하면 많은 자원을 투자하지 않고도 훨씬 더 높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또 핵심 기술이 확보되면 핵심 부품 및 제품개발이 쉬워져 고부가가치 창출이 한결 쉬워진다. 한때 TFT-LCD 산업을 주도했던 일본 기업은 중대형 분야에서 가격 경쟁이 심해져 사업의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을 감지하고, 수익성이 높은 소형분야로 사업 방향을 선회하였다. 이는 일본 기업이 핵심 기술인 CGS(Continuous Grain Silicon) 등의 저온폴리 기술을 이미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핵심 기술은 소비자에 대한 신뢰를 높여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며, 유리한 조건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저수익 사업의 경쟁력 강화 등을 가능하게 해준다.
지금까지 한국의 기업들은 생산/공정 기술을 통해 고도성장을 하였고 상품화 역량도 최근 많이 개선되고는 있지만, 아직도 이처럼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원천 기술력 면에서는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일례로 TFT-LCD산업을 살펴보면 LG, 삼성 등 국내기업들이 세계 시장점유율 1, 2위를 차지하며 외형상 세계시장을 주도하고는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2002년에 TFT-LCD의 핵심 기술인 액정물질과 컬러필터 등에 관한 특허출원은 내국인의 전체 LCD관련 국내 출원건수인 2,053건 중에 1% 미만에 불과해 핵심부품 및 소재, 설비 등은 거의 일본, 독일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반도체, 디지털 가전 등 다른 전자산업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반도체의 소재와 설비에 대한 국산화율은 각각 60%(2002년), 15%(2001년)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주요 디지털 가전제품의 경우도 제품별로 적게는 20%(디지털 TV), 많게는 70%(DVD Player) 정도의 핵심부품을 외국기업에 의존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한국은 원천 기술력 부족으로 기술후진국의 굴레를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가?
그 원인은 크게 세가지로 요약될 수 있겠다.
첫째, 국내기업은 대부분 사업에 후발주자로 참여하면서 핵심 및 원천기술 확보의 어려움과 성과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기업 전략을 한정된 인력과 자원의 효율성 극대화에만 초점을 맞췄다.
기업에게는 단기적으로 이윤추구가 절실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으며, 결과적으로 원천 및 기반기술 확보 보다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생산/공정 기술 개발을 선호하는 결과를 낳았다.
둘째, 대량생산에 편중한 우리의 산업구조가 기술강국으로 가는 길에 장애요인으로 지적될 수 있다. 과거 대량생산의 시대에는 언제나 생산자가 소비자의 우위에 서있었지만 소비시장의 구조가 다양화, 고급화되면서 시장에서의 힘이 생산자에서 소비자쪽으로 이전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의 산업구조는 대량생산 제품에 기초한 포디즘(Fordism)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치열해질 기술경쟁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술의 개발속도가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IT혁명을 중심으로 한 급속한 기술혁신이 이뤄지고 있는 지금 원천 및 기반 기술 중심이 아닌 대량생산만을 위한 기술로서는 한계가 있다.
셋째, 최근 들어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화되면서 과학기술 인력이 양과 질적인 측면에서 모두 저하되고 있다.
앞서 말한 것들이 과거 핵심 기술 부족의 원인이었다면 이공계 기피 현상은 향후 우리가 기술강국으로 나아가는데 있어 분명 커다란 걸림돌이 될 것이다.
우리 현실과 비슷한 예를 외국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10여년동안 일본이 겪고 있는 장기불황도 이공계 기피 현상을 간과한 탓이 크며 미국 역시 서비스 위주의 산업구조로 재편되면서 제조업의 위상 추락으로 이어져 전체 대학생의 10% 미만만이 공대에 진학하는 결과를 낳았다.
비단 과학기술 인력의 바탕이 되는 이공계를 기피하는 현상이 한국에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자원이 부족한 우리로서는 외국의 경우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 같은 악순환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먼저 기업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를 버려야 할 것이다.
핵심기술의 개발리스크는 기업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대학교와 연구기관의 협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정부입장에서는 미덥지 못한 부분이 분명히 있기는 하지만 대학교 및 연구기관에서 창의성이 요구되는 원천 및 기초 기술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의 지원이 필요하다.
둘째로 실적 위주와 방어개념의 무분별한 특허출원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라이센싱 전략 및 국제표준화를 통해 제조업의 고부가가치화와 지식기반산업을 활성화해야 한다.
국내 생산기지의 중국 이전으로 국내제조업의 공동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핵심 기술의 확보를 통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빠른 전환이 필요하다.
그러나 핵심 기술의 확보가 단기간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선 라이센싱이 가능한 국내기업의 기술을 중국, 대만 등 후발 경쟁 기업에 수출함으로써 로열티 수익을 이끌어내야 한다.
산업플랜트 수출도 고려해 볼 만하다.
미국·일본과 대등한 위치에서 국내 MPEG 기술을 전체 MPEG 국제기술표준에 약 20%를 반영시켜 2001년에 1,300만 달러의 로열티 수입을 거둔 것은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래의 과학기술 인력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선적으로 우수인력을 이공계로 유도하는 방안의 하나로 현재 일부 학교에서만 시행되고 있는 이공계 대학원생들의 학비지원을 더 많은 대학으로 확대해야 한다.
정부에서 석사나 박사과정으로 진학하는 학생들을 위해 생활비까지는 아니더라도 편안하게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학비 부담만은 덜어줘야 한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연구개발예산중 전반적 지식 증진을 위한 투자비율이 일본, 독일 등 선진국의 절반수준밖에 안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향후 신기술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기존 기술을 종합·발전시킨 디지털 컨버전스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래사업의 씨앗이 되는 원천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신제품 개발에 어려움이 있고, 새로운 사업 기회 발굴 또한 쉽지 않을 것이다.
지금이 바로 원천 기술 확보를 위한 토대 마련이 절실한 시점인 것이다.
정부가 정권이 바뀌더라도 단절 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특별법을 만들고 5년여간 부품소재육성을 추진한 결과, 당초 기대이상으로 성과를 내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단순히 우수, 첨단, 신규, 독창 등으로 분류되는 기술을 탁월성 기준으로 선정하여 개발시키는데 결단코 벗어난다는 의지를 담아 추진해 온 ‘시장친화적 기술개발’사업은 정부와 민간의 공동투자를 가능케 한 첫 시도로서 기술개발 기업으로서는 개발 RISK를 완화해 주는 단비 역할을 했다.
이를 통하여 개발된 기술이 세계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원천기술이 확보되어 세트메이커를 좌지우지 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사례가 수없이 나타나고 있다.
다이이몬드로 탄소나노튜브라는 신기술을 개척해 나가는 일진다이아몬드, 전량 일본으로부터 수입해 오던 휴대폰의 카메라렌즈 모듈을 도리어 역수출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개발한 세코닉스, PDP 드라이버 IC용 TAB필름 및 LoC 테이프를 개발해 반도체 분야 신소재시장을 석권해 나가고 있는 이녹스, 세계타이어코드 시장을 제패하고 있는 효성, 극세사를 산업제품으로 상용화하여 세계시장을 주름 잡는 은성코퍼레이션, 투명ABS의 시계시장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는 LG화학 등등 이외에도 부품․소재를 통하여 글로벌기업으로 다시 태어 날려는 많은 주인공들이 있다.
이들 기업의 기술개발활동이 꽃피우기 위해서는 출연연구기관의 어느 공학박사의 주장대로 NIT에서 NIH로 사고를 전환하여야 한다.
NIT가 무엇인가? 선진국의 기술을 Catch-up하는 시대에 민간기업에서도, 정부에서도, 연구관리 전담기관에서도 제일 중요시 했던 개념이다.
"Not Invented There" 즉 선진국(There)인 미국, 유럽, 일본등에서 기술개발이 이루어졌고, 시제품이 나왔거나 상용화된 제품이 있느냐 하는 것이 정부지원 연구개발 선정평가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개념이다.
물론 일본도 선진국의 기술을 Catch-up하는 시대에 정부지원 연구개발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중요하게 여겨왔던 개념이긴 하다.
이제는 일본도 기초원천기술개발에 대한 국가지원이 50%를 넘어섰기 때문에 NIH(Not Invented Here)개념을 중요하게 여길 수 밖에 없는 선진국이 되어 버렸다.
그럼 선진국의 연구소들의 연구원들의 자부심을 나타내는 NIH는 무엇의 약자인지 아십니까? “Not Invented Here"! 즉, 자신들만이 세계 최초의 연구, 최고의 기초원천기술연구개발을 하고 있다는 자긍심을 나타내는 용어이다.
역설적으로 얘기하면 국가지원 연구개발의 소위 ”성공비율“이 낮아져야만, 세계적인 기초원천기술개발 결과가 나올 수 있으며, 그런 연구프로젝트의 “실패”의 피드백에서 오히려 비아그라, 비만관련 약처럼 더욱 세계적인 제품의 연구개발로 이어져 전세계로 시장을 지배할 수 있는 제품시장창출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 산업의 재생(再生)을 위해서는 대오각성(大悟覺醒)이 필요
부품․소재산업을 육성한다는 일이 단순히 현재보다 수출 좀 더 하려는 정도이거나 좀 더 잘 사려는 노력의 한 부분이어서는 절대 안된다.
이제 ‘부품․소재’의 문제는 바야흐로 ‘민족의 생존’ 문제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국가적으로 이토록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부품․소재’문제에 대해 한해에 2천억 정도의 예산을 투입하는 정도로는 진정한 기술독립이 불가능하다.
독립된 기술이 바탕이 되는 산업혁신국가로 가기 위해서는 멈추지 않는 혁신이 부품․소재 제조업전체에서 바글바글 일어나도록 한해에 적어도 1조원 정도는 투입되어야 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멀지 않은 시점에서 급기야는 경제적․기술적 제2의 한일합방 같은 상황이 오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말이 있듯이 스스로 힘을 키워 일본의 공략에 맞서야 한다.
자동차, 기계, 디지털제품의 경쟁력을 더 키우고 부품ㆍ소재 개발에 매진해야 한다.
그간 산업기술 중심으로 내려다 보면서 수행 해오던 시각을 완전히 바꾸어야 한다.
완제품 밑에 부품․소재가 아니라, 부품․소재 중심으로 완제품을 바라보는 ‘산업지도 거꾸로 보기’가 일어나야 한다.
제대로 된 핵심부품소재기술을 가지고 있을 때라야 만, 일본을 따라 잡고, 중국의 추격을 뿌리 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도 세계경제를 제패하자는 ‘코리아노믹스(Koreanomics)’와 같은 것을 모색하면 어떨까.
일본처럼 정부와 정치권, 기업, 국민이 다시 똘똘 뭉치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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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글 읽는다고 수고하셨습니다.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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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천천히 읽어 봐야겠네요.
우와~~ 진짜 길다..
전 아직도 읽는중.. *^^*
전 아직도 읽는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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