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낸 부자
- [경]시나스포
- 1134
- 2
[이덕일 사랑] 하늘이 낸 부자
이덕일·역사평론가
'부지런한 부자는 하늘도 못 막는다'는 속담은 근면하면 부자가 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부자도 한정(限定)이 있다'는 속담은 재산이 한없이 붇지는 않음을 뜻한다. 그래서 '큰부자는 하늘이 낸다'는 말이 있다. 황현(黃玹)이 '매천야록(梅泉野錄)'에서 "북경(北京) 사람들은 지금도 그의 이름을 들먹인다"라고 전할 정도였던 임상옥(林尙沃)은 하늘이 낸 큰부자였다.
'개벽' 1923년 8월호는 임상옥이 판서(判書) 박모(朴某)가 궁했을 때 모친상을 당하자 4000냥을 주어 장사를 치르게 한 것이 거부가 될 계기가 되었다고 전한다. 박모는 이조판서 박종경(朴宗慶)인데, 그는 누이가 순조의 생모 수빈(綬嬪) 박씨인 데다 대왕대비 정순왕후 김씨의 총애를 입었던 실세였다. 임상옥은 박종경의 후원으로 국경 지방의 인삼 무역권을 독점하면서 거부가 되었다.
그러나 그의 진가는 돈을 쓰는 방식에 있었다. '일성록(日省錄)' 순조 32년(1832) 6월 10일자는 그가 2070냥을 희사해 이재민을 살렸다고 전하는데, 의주 부윤(府尹) 남이형(南履炯)은 그가 이전에도 거금을 쾌척했다고 보고하고 있다. 임상옥은 이 공로로 곽산(郭山)군수에 제수되는데, 그 후에도 수재가 발생하자 거액의 의연금을 내어 헌종 1년(1835) 종3품 평안도 귀성(龜城)부사로 승진했다.
그러나 비변사에서 작년 섣달의 전최(殿最:인사고과)에서 중고(中考)에 들었다며 승진에 반대하면서 귀성부사 부임은 무산되었다. 호암(湖岩) 문일평(文一平)은 1939년에 쓴 '임상옥'이란 글에서 그가 다리를 건설하고 배를 희사한 사례 등을 들고 있지만 양인 출신의 고위직 진출을 눈뜨고 볼 수 없던 사대부들이 그를 끌어내린 것이었다.
'의주군지(義州郡誌)'는 벼슬에서 물러난 임상옥이 "빈민구제와 시주(詩酒)로 여생을 보냈다"라고 전한다. 그의 시 중 한 구절이 '재물은 물처럼 평등해야 하고 사람은 저울처럼 곧아야 한다〔財上平如水 人中直似衡〕'는 것이다. 하늘이 낸 부자 이○○ 전 삼ⅹ 회장이 돈을 쓰는 새로운 전범을 보여주는 제2의 인생을 사는 것도 버는 것 이상의 의의가 있을 것이다.
출처:[이덕일 사랑] 하늘이 낸 부자
이덕일·역사평론가
'부지런한 부자는 하늘도 못 막는다'는 속담은 근면하면 부자가 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부자도 한정(限定)이 있다'는 속담은 재산이 한없이 붇지는 않음을 뜻한다. 그래서 '큰부자는 하늘이 낸다'는 말이 있다. 황현(黃玹)이 '매천야록(梅泉野錄)'에서 "북경(北京) 사람들은 지금도 그의 이름을 들먹인다"라고 전할 정도였던 임상옥(林尙沃)은 하늘이 낸 큰부자였다.
'개벽' 1923년 8월호는 임상옥이 판서(判書) 박모(朴某)가 궁했을 때 모친상을 당하자 4000냥을 주어 장사를 치르게 한 것이 거부가 될 계기가 되었다고 전한다. 박모는 이조판서 박종경(朴宗慶)인데, 그는 누이가 순조의 생모 수빈(綬嬪) 박씨인 데다 대왕대비 정순왕후 김씨의 총애를 입었던 실세였다. 임상옥은 박종경의 후원으로 국경 지방의 인삼 무역권을 독점하면서 거부가 되었다.
그러나 그의 진가는 돈을 쓰는 방식에 있었다. '일성록(日省錄)' 순조 32년(1832) 6월 10일자는 그가 2070냥을 희사해 이재민을 살렸다고 전하는데, 의주 부윤(府尹) 남이형(南履炯)은 그가 이전에도 거금을 쾌척했다고 보고하고 있다. 임상옥은 이 공로로 곽산(郭山)군수에 제수되는데, 그 후에도 수재가 발생하자 거액의 의연금을 내어 헌종 1년(1835) 종3품 평안도 귀성(龜城)부사로 승진했다.
그러나 비변사에서 작년 섣달의 전최(殿最:인사고과)에서 중고(中考)에 들었다며 승진에 반대하면서 귀성부사 부임은 무산되었다. 호암(湖岩) 문일평(文一平)은 1939년에 쓴 '임상옥'이란 글에서 그가 다리를 건설하고 배를 희사한 사례 등을 들고 있지만 양인 출신의 고위직 진출을 눈뜨고 볼 수 없던 사대부들이 그를 끌어내린 것이었다.
'의주군지(義州郡誌)'는 벼슬에서 물러난 임상옥이 "빈민구제와 시주(詩酒)로 여생을 보냈다"라고 전한다. 그의 시 중 한 구절이 '재물은 물처럼 평등해야 하고 사람은 저울처럼 곧아야 한다〔財上平如水 人中直似衡〕'는 것이다. 하늘이 낸 부자 이○○ 전 삼ⅹ 회장이 돈을 쓰는 새로운 전범을 보여주는 제2의 인생을 사는 것도 버는 것 이상의 의의가 있을 것이다.
출처:[이덕일 사랑] 하늘이 낸 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