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로이트=연합뉴스) 김범현 기자 = GM의 무인자동차 '보스'(BOSS) 시연회가 열린 지난 16일(미국 현지시간) GM 테크센터, '보스' 옆에 다부진 체격의 동양인 한명이 서있는 게 눈에 띄었다.

'HONG BAE'라는 이름이 적힌 GM 명찰을 달고 있는 것으로 미뤄 GM 직원이며, 무인자동차 보스 시연회에 참석했다는 점에서 보스 개발에 참여한 동양인임이 분명해 보였다.

이 동양인에게 자기 소개를 부탁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은 '배홍삼'이며 한국인이라고 밝혔다. GM이 자랑하는 굵직한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인 무인자동차 개발에 한국인이 포함된 것이다.

배홍삼(35)씨는 지난 3년 전에 GM에 입사, 현재 GM R&D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배씨는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미국 버클리대에 입학, 본격적인 유학생활을 시작했다. 버클리대를 졸업한 배씨는 스탠퍼드대에서 기계공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이후 GM에 합류했다.

배씨는 지난 1년반 전 시작된 GM과 카네기멜론 대학의 무인자동차 개발 프로젝트에 투입돼 차량의 가속과 감속, 스티어링 변화 등 차량 조작과 관련한 업무를 도맡았다.

'보스' 개발팀인 '타탄(Tartan) 레이싱팀'의 40여명 연구인력 가운데 15명이 '핵심인력'(core team)이며, 배씨가 이 핵심인력에 포함돼있다는 점에서 그의 역할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GM이 후원하는 '타탄 레이싱팀'은 지난해 12월 미국 방위 고등연구계획국이 개최한 96.7㎞ 도심지 무인주행 경연대회에서 시보레 타호를 기반으로 제작된 '보스'를 출품, 35개 무인자동차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배씨에게 무인자동차 '보스'에 대해 물었다. "'보스'는 각종 센서를 통해 360도를 한꺼번에 확인할 수 있으므로 시속 30마일까지 손쉽게 도달하는 공격적인 차량"이라는 게 배씨의 설명이다.

배씨는 "경기에 앞서 지난 1년반 '보스'에 대한 수많은 테스트를 거쳤다"며 "매일 2-3시간 시험주행 등을 실시했으며, 테스트 마일리지만 해도 수천마일에 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회 당일 운행을 시작하려 하니 갑자기 움직이지 않았다. 대형 전광판의 전자파 때문에 센서에 문제가 발생해 운행에 지장이 생긴 것으로, 이후 전광판을 끈 뒤 운행을 시작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다른 경쟁차 보다 20여분 먼저 결승점에 도달할 수 있었다"며 아찔했던 순간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GM과 공동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한 카네기 멜론 대학이 오래전부터 무인자동차 개발 연구를 지속해와 더욱 빠르게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다"며 '보스' 탄생의 공을 카네기 멜론 대학에 돌렸다.

배씨는 이와 함께 "현재 GM의 연구소내 선행기술 개발에는 한국인이 20명 가량 참여하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즉 GM내에 한국인 자동차 디자이너들이 전면 포진,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미래차 개발을 주도하는 선행기술 분야에서도 한국인들이 한몫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GM은 이날 미국 디트로이트에 위치한 GM 테크센터에서 세계 각국 기자단을 대상으로 '보스' 시연회를 가졌다.

GM 연구개발 및 전략기획 담당 래리 번스 부사장은 "무인자동차는 차량간 충돌을 없애 교통사고에 따른 매년 수백만명의 희생을 줄이는 동시에 교통 체증을 줄이고 연비를 향상시키며 고객들이 주행중에도 다른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차량"이라며 "차량 무인화의 실현시기는 예상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

운전자가 차량 내에서 책을 읽거나 커피를 마시면서도 정상적인 주행이 가능한 차량이 오는 2018-2020년께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번스 부사장은 사고 발생시 책임소재와 관련, "원하지 않는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해 이 기술을 개발하지 않을 수는 없다"며 "앞으로 사회 전분야에서 이에 대한 공론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연에 나선 '보스'는 각종 카메라를 비롯해 20만 달러 상당의 15개 센서가 장착돼 차량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시속 30마일의 속도로 주행할 수 있는 무인자동차다.

'보스'는 이날 시연회에서 최고 속도인 시속 30마일까지 주행하는 동시에 '멈춤' 간판을 보고 스스로 정지하고 앞에 차량이 정차해 있을 경우 추월해 주행하는 모습 등을 선보였다. 물론 무인운전으로 이뤄진 일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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