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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 주변의 야생화와 나무에 이름표 붙이기


남들이 알아주던 말던 상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찾아 실천하는 이들을 뭐라 불러야 할까요? 저는 ‘아름다운 사람’이라 표현하고 싶습니다.


 



까치깨

 


29일 토요일 오후, 전남 여수시 구봉산을 찾았습니다. 사람들이 등산로 주변에서 서성이고 있습니다. 보니 익히 아는 분들입니다. 책을 뒤적이며 야생화 이름을 적어 붙이는 중입니다. 다가가 넌지시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뭐하세요. 정말 할 일 없는 사람들이네요?”


“이게 우리가 할 일입니다. 운동 삼아 등산을 하다가 길가에 핀 야생화나 나무와 마주치면 저게 무슨 꽃이지? 저 나무 이름이 뭐였지? 하는 궁금증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야생화나 나무에 이름표를 붙이고 있어요. 할 일 없는 사람이 아니라 작은 일에서 살아 있음을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야생화 이름을 정확히 확인 중입니다.


 


‘작은 일에서 살아 있음을 느낀다’는 사람들에게 ‘할 일 없는’ 단어를 끄집어 낸 데 대해 따귀나 따가운 눈초리를 염려했는데 의외로 부드럽게 말씀하십니다. 저의 장난기를 간파하기 전에 이런 일을 한다면 부드럽고 따듯한 가슴을 지닌 사람들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구박받는 며느리 전설이 서린 ‘꽃며느리밥풀’


 


“선생님 이거 무슨 꽃이죠?”
“야생화는 구박받은 며느리에 비유한 이름이 많아요. 시어머니하고 며느리 사이가 별로인가 봐요. 꽃며느리밥풀, 새며느리밥풀, 둥근잎 며느리밥풀 등의 구분을 잘해야 돼요. 요건 꽃며느리밥풀이네요. 책 한 번 찾아보세요. 전설이 있는 꽃이죠.


 


옛날 어느 가난한 집 며느리가 하루는 저녁밥을 짓다가 밥이 익었는지 확인하려 솥뚜껑을 열고 밥알을 집어 입에 막 넣으려는데 그 순간 하필이면 시어머니가 그걸 본거야. 시어머니는 밥을 훔쳐 먹는다 여기고 며느리를 쫓아냈어. 며느리가 죽어 묻은 자리에서 피어난 꽃이 한스럽게 밥풀을 물고 있다하여 꽃며느리밥풀이라 불렀다는 전설이여.”


 



꽃며느리밥풀.


 


우리의 산과 들에 피어나는 야생화에는 이런저런 전설이 많습니다. 꽃며느리밥풀은 생긴 모양도 교묘히 밥알 두개 올려놓은 것 같습니다. 전설을 듣고 나니 왠지 서럽고 불쌍하게 느껴집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더니 그렇습니다.


 


여수풀꽃사랑모임, 계속 등산로에 이름표 붙일 예정


 


“무슨 모임이세요?”
“‘여수풀꽃사랑’입니다. 우리 야생화나 나무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누구든 환영입니다. 사람들이 나무나 꽃을 알아가는 것도 자연의 소중함을 느끼게 하는 첫발입니다. 이름을 보고 자연에 관심을 갖게 되고 함부로 자연 훼손을 하지 못할 거니까요. 이름표 붙이기는 오늘 처음입니다. 11월까지 월 2회 지역의 등산로에서 할 계획입니다.”


 



여수풀꽃사랑 회원들.


 



이름표를 붙이고 있습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호기심어린 표정으로 지켜보며 “좋은 일 하시네요. 꽃 이름이 궁금했는데 덕분에 알게 됐네요. 감사합니다. 이건 이름도 어렵네” 등의 덕담을 건넵니다. 저도 덩달아 어깨가 으쓱합니다. 덕분에 일행이 되어 그들의 표정을 잡습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일하는 요령이 생깁니다. 야생화 군락 찾는 이, 책에서 이름을 확인하는 사람, 이름 쓰는 이, 땅에 이름표 박는 사람, 나무에 이름표 붙이는 이 등으로 자연스레 분업이 이뤄집니다. 즐거운 일에 농담이 빠질 수가 없습니다.


 


“이름 쓰다 보니 이제 전문가가 됐네요. 글만 써주고 먹고 살아도 되겠네요?”
“밖에서 글 안써도 있는 돈을 주체하지 못해 집 방바닥에 깔고 살아요. 한번은 문을 열어놨더니 휭~ 바람이 불어 돈이 날아가 버리데요. 은행에서 더 이상 동그라미 칠 데가 없다고 연락이 와서 이제 돈 그만 벌자 생각하고 이렇게 이름 쓰고 다니잖아요.”


 



물봉선.


 



이름쓰기와 붙이기, 이름 확인이 동시에 이뤄집니다.


 


갈참나무와 상수리나무 ‘연리목’


 


평소에 우스개 소리라곤 모르던 분의 농담에 그만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아니, 선생님. 선생님도 그런 농담하실 줄 아세요. 오늘 개그 되네요” 했더니 “이 사람이~”하며 곱게 눈을 흘깁니다.


 


“야, 연리목도 보이네. 이 연리목이 뭐시냐 하면 서로 다른 나무가 자라면서 만나 줄기가 붙은 나무를 말해요. 이것은 갈참나무와 상수리나무가 붙었네요.”


 



갈참나무와 상수리나무가 붙은 연리목.


 



삽주.


 


구봉산 정상에 올라 여수 시내와 다도해를 감상하며 내려와 저녁을 먹으며 많은 산에 이름표를 붙일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런데 저만치 앉아 있던 이들 중 한 분이 술잔을 들고 와 말을 건넵니다.


 


“이야기 중 죄송하지만 구봉산 등산로에 이름표 붙이던 여수풀꽃사랑이에요?”
“녜. 그렇습니다.”
“아까 보니 너무 좋데요. 고마운 마음에서 대표자께 술 한 잔 따라드리러 왔습니다. 괜찮으시죠?”
“아~ 예.”


 



수크령과 사마귀처럼 이렇게 세상은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겠지요.


 



구봉산 정상에서 본 여수 구시가지. 좌우로 오동도와 돌산도가 보입니다.


 


배움과 나눔의 즐거움에 하루가 흐뭇


 


뜻하지 않은 고마움의 표시에 언제 얼굴까지 확인했나 싶어 얼굴이 환해집니다. 금방 나타나는 반응에 뿌듯함을 느낍니다. 정이 넘치는 세상입니다. 삶은 이런 맛이 있어 살만 한가 봅니다.


 


글을 쓰며 제가 찍은 사진과 딸랑 회원 4명의 ‘풀꽃사랑여수’ 카페 사진을 비교하니 카페 사진이 훨씬 뛰어납니다. 사진작가이자 선생님이신 김자윤 님의 “사진 배워라”는 재촉을 바쁘다는 핑계로 차일피일 미뤘는데 정말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또 합니다.


 



계요등.


 



중간에 버섯도 만납니다.


 


추석 전, 오문수 선생님이 “디카는 밤 사진이 안찍힌다”며 사진기를 선물해 주셨는데 더 이상 배움을 미룰 수도 없는 형편입니다. 이참에 기계치를 뛰어 넘어봐야겠습니다. 열심히 이름표 붙이기를 따라 다니려면 말입니다.


 


물봉선과 꽃며느리밥풀을 확실히 알게 된 하루였습니다. 죽는 날까지 배워야 한다더니 하루가 흐뭇합니다. 배움의 즐거움, 그것 때문만은 아니겠죠?



 




노래에서 만났던 '비목나무'를 이제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무슨 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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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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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트 2007.09.30. 21:49
庚寅白虎님 참 좋은 일을 하시는군요..
마지막꽃은 저도 모르지만..
어릴땐 들국화로 알았는데 지금 제가 알기론 들국화는 꽃잎이 더굵고 몇닢 안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수고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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