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밥통 공무원......이제 옛 말 이네요~ㅠ;
- [서경]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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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부산진구청의 7급 공무원 A(49) 씨는 2일부터 오전에는 연구 과제를 수행하고 오후에는 쓰레기봉투와 청소 도구를 들고 거리를 누비고 있다. 그는 최근 ‘업무추진 부적격자’로 분류됐다. “20년 넘게 공직 생활을 한 내가 부적격 대상자로 선정됐을 때는 자존심도 상하고 너무 억울했습니다. 그래도 현장에서 쓰레기 청소를 하다 보니 청소행정의 문제점도 알게 됐고 반성의 기회가 된 것 같아요.” 16일 청소 현장에서 만난 A 씨는 “현장에서 느낀 것을 토대로 원래 업무에 복직하게 되면 열심히 일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부산진구는 1차 업무 추진 부적격자를 대상으로 3개월간 업무수행능력을 평가해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되면 2단계로 ‘직위해제’하고 그래도 개선되지 않으면 ‘직권면직’할 방침이다.》
‘무능 공무원 퇴출’ 태풍이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휩쓸고 있다.
서울시가 15일 진통 끝에 확정한 ‘퇴출 후보 3%’의 규모는 당초 예상한 240명을 뛰어넘는 250∼260명에 이를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구제가 어렵다고 판단되는 퇴출 후보자들은 내년 4월까지 공직 사회에서 추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공서열과 무사 안일로 대변돼 온 지방 공무원 조직의 ‘철밥통’을 깨는 인사혁신 돌풍. 긍정적 평가와 함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 경쟁력 강화 위한 고육책 vs 공무원 조직 뒤흔들어
“직원들 사이에 일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혁신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은 한목소리로 “공직 사회의 풍토를 바꿔 민간 기업 못잖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라고 목적을 밝힌다.
실제로 최근 설문조사에 응답한 전남 나주시 공무원들은 “출근 시간을 ‘칼같이’ 지키고 있다”거나 “예전처럼 출장 갔다 집으로 바로 퇴근하는 ‘간 큰’ 공무원이 없어졌다”며 달라진 공직 사회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시 청사에도 최근 휴게실과 커피숍 주변의 한가한 풍경이 사라지고 사무실마다 긴장감이 넘친다. 하지만 복도에서 마주친 공무원들이 주변을 돌아보며 목소리를 낮춰 ‘정보’를 교환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팽팽한 긴장과 어수선한 분위기가 교차하고 있는 것.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방행정혁신센터 금창호 소장은 “자칫 공무원들이 업무보다 생존에만 신경을 쓰는 결과로 이어질 경우 행정 서비스의 질은 오히려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민선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인사상의 큰 변동이 생기는 선례가 계속되면 직업공무원제가 뿌리부터 흔들릴 수도 있다는 것.
○ “온정적 인사풍토 바꾸는 계기” vs “평가 공정성 어떻게 믿나”
16일 울산시청 시정지원단 사무실. ‘무능 공무원’을 모아놓았다는 곳이다. 한 공무원은 “20여 년 공직 생활 동안 징계 한 번 받지 않고 각종 아이디어를 제안해 상을 받기도 했는데…”라고 울분을 터뜨렸다.
지자체 측은 ‘봐주기’로 일관해 온 지금까지의 공무원 인사 풍토가 확 바뀔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막상 퇴출 대상으로 뽑힌 공무원들은 “내가 왜”라며 승복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질 부족’이나 ‘업무 불성실’ 등 기준이 모호한 주관적인 평가 기준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 다면평가나 인사권자 면담 제도 역시 형식적인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공무원 노동단체들은 ‘퇴출’ 중심의 혁신인사가 단체장이나 부서장의 조직 장악이나 공무원 길들이기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고 인사권자에 대한 맹목적 충성과 ‘줄서기’를 가져 올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계명대 박세정(행정학) 교수는 “퇴출 대상 공무원을 투표나 다면평가 설문조사를 통해 결정하는 것은 문제”라며 성과를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퇴출 시스템의 정착? vs 개인 손보기?
15일 전북도청에서는 도 고위 공무원이 주무 계장들을 모아놓고 지시사항을 전달한 후 “요즘 언론에 공무원 철밥통 깬다는 기사가 많이 나오는데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입을 열었다.
이 공무원은 “울산시에도 알아보니 별 내용도 없이 계획 한 번 세워본 건데 언론에 너무 크게 나와 부담스럽다고 하더라”며 다른 지자체도 구체적인 계획은 없고 (여론에 밀려) 어쩔 수 없으면 한두 명 ‘쇼’ 차원에서 손보는 정도에 그치지 않겠느냐”며 직원들을 안심시켰다.
이처럼 최근의 혁신 시도가 단기적인 이벤트로 그칠 가능성은 공직 사회 곳곳에서 엿보인다. 박세정 교수는 “공무원 사회를 긴장시키는 일시적인 효과는 몰라도 용두사미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공무원들이 납작 엎드려 ‘바람’이 지나가길 기다리는 상황이라는 것.
충북대 강형기(행정학) 교수는 “퇴출 후보 3%에 대한 ‘벌주기’보다는 나머지 97%의 업무수행 능력 극대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범죄자를 교도소에 가두는 것은 범죄자에 대한 처벌 의도도 있지만 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측면도 있다”며 “퇴출제도를 공무원들의 분발과 생산적 시스템 운영의 정착으로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할당방식 강제퇴출에 ‘손사래’▼
경기도는 ‘철밥통 깨기’의 기조와는 조금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공무원에게 성과시상금 확대 같은 인센티브를 줘 동기를 유발하는 정책을 시행 중인 것. 평가와 성과우수자에게 50만∼1000만 원까지 지급할 수 있는 성과시상금 제도를 도입했다.
투자 유치에 대해서 지급하던 포상금도 1000만 원에서 최고 2억 원까지 대폭 올렸다.
지난해 우수성과를 낸 48개 분야 사업에 대해 9950만 원의 성과시상금을 지급했다. 서울사무소(직원 6명)는 당초 정부가 계획한 국비지원금보다 505억 원의 예산을 더 따내 최고시상금인 1000만 원을 받았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최근 서울시 등 다른 지자체의 공무원 강제 퇴출에 대해 “무사 안일한 공직 풍토를 개선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일정 수 할당 방식의 강제 퇴출에 대해서는 견해차를 보였다.
엄격한 시험제도를 거쳐 들어와 신분이 보장된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몇 퍼센트 등 선을 정해서 퇴출시킨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는 것. 그는 “과연 3%라는 선이 무슨 근거에서, 어떻게 나왔느냐고 묻는다면 대답하기가 쉽지 않고, 실제로 퇴출시키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심각한 물의를 일으킨 공무원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책임을 묻고 있다.
김 지사 취임 이후 5급 사무관을 포함한 공무원 여러 명이 직위해제돼 공직을 떠났다.
▼행자부 ‘지자체 퇴출 실험’ 문제없음 판단▼
2005년 3월 행정자치부는 정부 부처에서 최초로 팀제로 조직을 개편하면서 드래프트(draft·선발)제를 도입했다. 본부장이 먼저 함께 일할 팀장을 뽑고 팀장이 팀원을 뽑아가는, 프로 스포츠의 드래프트 방식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인 이름.
본부장이나 팀장의 선택을 받지 못한 서기관 1명과 사무관 5명 등 13명이 하루아침에 자리 없는 신세가 됐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옷을 벗은’ 공무원은 2명이었고 요란했던 드래프트도 더는 지속되지 않았다.
행자부는 법과 절차만 지켜진다면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 퇴출 작업이 “문제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직위 해제나 직권면직을 위해서는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인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지자체들은 대상자들이 ‘알아서’ 물러나 주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퇴출된 공무원들이 소청 심사 청구나 행정 소송을 제기할 경우 지자체들이 ‘줄소송’에 휩싸일 가능성도 있다.
다만 줄과 연이 우선되는 사회가 미울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