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부터 새 자동차 번호판이 보급되면서 신형번호판과 기존의 지역 번호판ㆍ전국 번호판 등 다양한 종류의 번호판이 혼재돼 도로와 주차장은 '번호판 전시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

더욱이 앞 면은 길죽한 신형, 뒷 면은 네모난 구형의 '짝짝이' 번호판을 달고 다니는 차량까지 등장, 도난차량으로 오인받는 등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짝짝이 번호판=새 번호판 교부가 시작된 이후 광주ㆍ전남 각 시ㆍ군ㆍ구의 자동차등록사업소에는 기존 차량의 후면에도 가로형 번호판을 붙이도록 해 달라는 항의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0월 31일 이전 출고 차량은 긴 번호판을 부착할 수 없게 돼 있어 가로로 긴 유럽형 번호판(520×110㎜)을 달 수 없다. 규제가 없는 앞면은 긴 번호판을 부착할 수 있지만 봉인을 해야 하는 뒷면은 기술적으로 새 번호판부착이 불가능해 짧은 규격(335×155㎜)의 번호판을 달고 있는 것. 이 때문에 앞과 뒷면의 모양이 서로 다른 번호판을 달고 다니는 차량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띄고 있는 실정이다.

광주 동구 차량등록사업소 관계자는 "기존 차량은 후면 번호판을 고정하는 봉인 볼트와 번호판 조명등의 위치가 맞지 않아 긴 가로형을 달 수 없다"면서 "11월1일 이후 출고된 일부 차종만 가로형 부착을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형적인 번호판이 도로에 나오면서 시민들은 이들 차량을 도난차량이나 사고 차량으로 오인하는 등 큰 혼란을 겪고 있다.

■교체비용 천차만별=새 번호판 교체 비용은 최소 6800원에서 최대 6만원대까지 전국의 각 지역마다 천차만별이다. 이는 지난 99년 자동차관리법 시행 규칙이 개정되면서 고시 가격이던 차량 번호판 가격이 지역별로 자율화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차량대수 등 지역별 사정을 고려해 제작 단가를 결정하다 보니 차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농어촌 지역의 번호판 가격이 도시지역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서울 종로구청의 경우 6800원이면 번호판를 교체할 수 있는 반면 차량 대수가 적은 해남은 4만원, 화순은 3만5000원 등으로 대도시에 비해 훨씬 비싸다.

건설교통부는 평균 교체 비용이 8000~1만원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실제는 지역별로 최고 10배 가까이 차이가 나고 있는 것이다.

■정책 난맥상 '분통'=지난 3년간 갈팡질팡하는 번호판 정책으로 디자인이 5번이나 변경됐다. 때문에 현재 운행 중인 차량에 붙어 있는 번호판은 모두 6종류나 된다.

번호판 교체사업은 지난 2003년 시작부터 지금까지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03년 야간에 잘 보이는 반사 번호판을 시험 보급했다가 과속단속 카메라에 찍히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나 도입 계획을 취소했다. 이어 지난 2004년 1월에 는 지역명을 뺀 전국단위 번호판을 내놨다. 이 역시 숫자가 너무 크고 디자인이 형편없다는 반발을 불러일으키다 4개월 만에 숫자 크기를 약간 줄인 번호판을 보급했다. 이후 디자인을 전면 교체하는 작업에 들어가 여러차례의 공청회를 여는 등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현재의 가로형 번호판 도입을 결정하고 지난해부터 경찰차 등에 시범 장착하고 있는 것이다.

광주경제정의실천 시민연합 김재석 사무처장은 "잦은 차량 번호판 변경으로 혼란을 주고 있음은 물론 차량을 이용한 각종 범죄의 사각지대가 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