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유값 급등세 속에서, 휘발유보다 경유 가격이 더 가파르게 상승하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화물트럭 등의 연료인 경유는 영세사업자·자영업자·서민층이 많이 사용한다. 정부는 내년 여름 이후엔 경유 가격을 휘발유 가격의 85%까지 높이겠다는 정책을 취하고 있어 경유값 상승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7월 들어 이미 내년의 정부 목표치 85%를 넘어서는 등 경유값 상승세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경유, 이달 들어 세금폭탄 맞아


정부는 지난 2000년, 2005년 두 차례에 걸친 에너지세제 개편안에서 환경오염 배출이 많은 경유의 소비억제를 위해 경유에 붙는 유류세를 단계적으로 인상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었다. 계획에 따르면 2000년 당시 휘발유 가격의 70% 수준이던 경유 가격을 2006년 6월엔 80%로, 내년 6월엔 85%로 끌어올린다는 것이 정부 목표였다.


그러나 석유공사가 7월 셋째주(17~21일) 전국 주유소 980곳을 표본 조사한 결과, 경유의 판매가격은 이미 휘발유의 85% 수준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목표치가 1년 앞당겨 달성된 셈이다. 경유 소비자 입장에선 인상폭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이에 대해 재정경제부는 “국제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보다 급격히 오른 데다, 국내에서는 경유에 붙는 세금까지 한꺼번에 인상되면서 휘발유 대 경유의 목표 가격 비율이 한꺼번에 올랐다”고 해명했다. 재경부는 “국제 경유 가격이 안정세를 찾으면 목표비율도 제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유의 상대가격이 안정되더라도, 지난 5년 동안 경유가격 자체가 두 배 이상 올라 생계로 경유차를 모는 영세 자영업자에게 고통이 되고 있다. 소형 화물트럭을 몰며 이삿짐을 나르는 K씨는 “화물연대처럼 조직화된 트럭운전자들은 정부가 주는 유가(油價) 보조금을 받아 버틸 수 있지만, 대부분의 영세 트럭업자들은 경유값 오르는 것에 그저 무방비 상태로 타격받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한국은 경유 가격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인데도 정부가 세금 거두는 데만 신경 쓴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정부가 작년에 국제원유가격이 배럴당 35 달러를 넘어서면 유류세를 인하한다고 약속해 놓고 이를 어겼다”며 “정부가 유가 상승을 세금 거두는 기회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내년에도 경유에 붙는 교통세를 추가 인상한다는 방침(?당 404원?454원)이라, 경유를 사용하는 서민층의 고통은 더 커질 전망이다.



◆정유사, 유가 상승분 소비자에게 전가


정유사들도 경유 가격 급등에 대해 적지 않은 책임이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정유사들이 정부의 경유세금 인상 충격을 단 1%도 흡수하지 않고,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전가했기 때문이다. 국내 정유업계 1위인 SK㈜는 매주 목요일자로, 업계 2위인 GS칼텍스는 매주 수요일자로 국내 판매가격을 조정해 왔다. 그러나 정부가 경유에 붙는 세금을 인상하기 전날인 지난 6월 30일엔 두 회사 모두 긴급 회의를 갖고, 7월 1일자로 경유 가격을 ?당 50원 인상했다. 7월 1일은 토요일이어서 관행대로라면 가격을 조정하는 날이 아니었지만, 정유업계는 “정부의 세금 인상은 정유업계와는 무관한 일이므로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발표했다.


하루아침에 경유가격이 ?당 50원씩 상승하면서 경유차량 운전자들이 느끼는 체감 유가 상승분은 컸다는 지적이다. 경유차 운전자 이화원(45)씨는 “가격인하 요인이 있을 때에는 아주 천천히 반영하면서, 가격인상 요인은 곧바로 반영하는 정유업체들의 태도가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


(박용근기자 [ ykpark.chosun.com])

(김종호기자 [ tellm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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