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이 미국의 이라크 점령과 이란 핵으로 얽히고설킨 중동정세를 불안하게 뒤흔들고 있다. 팔레스타인 하마스와 레바논 헤즈볼라를 동시에 공격 중인 이스라엘은 이들을 지원해 온 시리아와 이란까지 겨냥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제5차 중동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신호다.

일방적으로 당하는 레바논 =레바논 영해를 완전봉쇄하고, 베이루트국제공항을 파괴한 이스라엘군은 14일 새벽엔 베이루트 남부 헤즈볼라 사무실을 공습했고, 베이루트와 시리아 수도 다마스커스를 잇는 고속도로도 파괴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은 전했다. 지금까지 레바논 민간인 53명이 숨지고, 103명이 다쳤다. 이스라엘이 베이루트 남쪽 지역에 ‘주민들은 대피하라’는 전단지를 뿌리면서 대공세가 임박했다는 공포가 번지며, 식량과 생필품 사제기와 피난민 행렬이 이어졌다. 외신들은 레바논내전 당시의 풍경이 재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헤즈볼라는 카츄샤 로켓을 이스라엘 북부 마을들에 발사해 민간인 1명이 숨지고 43명이 다쳤다. 19개 종파간 복잡한 갈등과 정치적 이해관계 위에 얹혀있는 레바논 정부는 이스라엘에 “포괄적 휴전”을 제의하고, 국제사회가 개입해줄 것만을 호소했다. 가자지구를 공습한 지 보름만에 레바논까지 전선을 확대한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은 ‘제5차 중동전’에 대한 우려를 키우면서 국제유가를 폭등시켰다.

‘다음 목표는 시리아’=이스라엘은 “긴 군사작전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으며, 다음 목표는 시리아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스라엘의 목표는 하마스와 헤즈볼라, 무슬림형제단, 지역 강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이란과 시리아 등 ‘급진 이슬람주의 세력’ 전체를 겨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 외교부의 고위관계자인 기드온 메이르는 <뉴욕타임스>에 “헤즈볼라가 납치한 병사들을 이란에 넘기려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헤즈볼라, 시리아, 이란을 ‘테러 축’의 주요세력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인질석방 협상 여지도 남기지 않은 채 곧바로 군사작전에 나선 것은 이란이 이슬람무장세력과 시리아를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을 두고보지 않겠다는 뜻을 보인 셈이다. <비비시>는 “9·11 이후 테러와의 전쟁에 나선 미국이 이라크에 발이 묶여 있는 상황에서 이스라엘은 이제 자신들이 나설 때라는 계산을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14일 이스라엘이 헤즈볼라 지원을 트집잡아 시리아를 공격한다면 “강력한 보복”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독일을 방문 중인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은 자위권이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언급은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에 대한 명백한 승인이자, 시리아와 이란에 “미국도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아에프페(AFP)> 통신은 전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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