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천리, 합천 여행

4월이면 경남 합천읍 서남쪽에서 호반도로로 연결되는 백 리 길에 벚꽃이 만개한다. 합천댐을 지나 거창까지 이어지는 합천호를 바라보며 걷다 보면 ‘절세미인’이라는 벚꽃의 꽃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4월 2일에는 이곳에서 벚꽃 마라톤대회도 열린다. 합천호 벚꽃길 중간쯤에 위치한 합천영상테마파크는 볼거리보다 이야깃거리가 많은 곳.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평양 시가지 세트장과 1940년대 서울역·이화장·반도호텔 등 100여동의 건물이 들어서 있다. 영화 ‘웰컴투동막골’와 드라마 ‘영웅시대’ ‘패션 70’s’ 등 여러 편의 영상물이 제작됐고, 현재 드라마 ‘서울 1945’를 촬영 중이다. 세 봉우리의 산그림자가 세 송이 매화꽃이 물에 잠긴 듯하다 해서 ‘수중매’라 불리는 황매산도 지척. 어린 자녀와 동행한다면 정상 구간보다 영암사 입구에서 모산재 정상을 지나는 구간이 적당하다. 이 밖에 황매산 입구의 바람흔적 미술관과 해인사도 인근에 있어 여행길이 즐겁다. 합천군청(www.hc.go.kr/culture, 055-930-3756)

▷벚꽃비 내리는 춘마곡

백범 선생이 3년 동안 속세를 등지고 승려 생활을 했던 곳으로 널리 알려진 백력암은 충남 공주시 마곡사의 부속 암자. 마곡사는 봄의 산사 풍경과 주변 경치가 빼어나 춘마곡으로도 불린다. 높지도 낮지도 않은 태화산 줄기에 온통 소나무 군락이 휘돌아 있고, 사찰을 남북으로 나누며 흐르는 태화천변을 물들인 벚나무가 정취를 더한다. 물의 흐름과 산의 형세가 태극형이라는 마곡사는 ‘택리지’ ‘정감록’ 등 많은 고서에서 전란을 피할 수 있는 명당으로도 꼽힐 만큼 고즈넉하다.

최근에는 토요일 오전 11시에 시작하는 1박2일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이 인기. 사찰 안내부터 백팔배, 새벽 숲길 걷기 명상, 태화산 등반, 식사를 한 그릇에 하는 것을 의미하는 떼발우 등 다양한 일정으로 진행된다. 광복 후 마곡사를 다시 찾은 백범이 과거를 회상하며 심었다는 향나무도 대광보전 앞마당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직 볼거리가 남았다. 백제의 대표적 고대 성곽인 공산성과 무령왕릉이 인근에 자리하고 있다. 공주시청(www.gongju.go.kr, 041-840-2544)

▷사과꽃 향기가 가득한 경북 영주군

전국 사과 생산량의 13%가 나는 경북 영주. 소백산 자락인 옥녀봉으로 향하는 내내 사과밭이다. 사과꽃 향기에 취해 옥녀봉 자연휴양림에 들어서면 울창한 삼림이 반기고, 한적한 오솔길을 따라 옥녀봉까지 오르면 소백산 국망봉 비로봉 도솔봉이 눈앞에 펼쳐진다. 풍기에서 희방사 가는 길 역시 온통 사과꽃 향기가 가득하다. 희방사에서 죽령주막까지 이어지는 약 2.5㎞의 죽령 옛길에는 생태관찰코스가 꾸며져 있다. 죽령 옛길은 선비들이 한양 가는 과거 길로 보부상의 애환이 깃들어 있는 곳.

사과밭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풍기에서 부석사 가는 931번 지방도와 영주에서 부석사 가는 935번 지방도 역시 사과꽃 향기에 취할 수 있어 드라이브 코스로 그만이다. 이 중 부석사 무량수전까지 오르는 오솔길이 사색을 즐기기엔 가장 좋다. 부석사는 신라 때 의상대사가 창건한 사찰로, 우리나라 목조 기술의 정수인 무량수전(국보 18호)으로 유명하다. 여행의 피로는 소백산 풍기 온천에서 풀어도 좋다. 영주시청 문화관광(tour.yeongju.go.kr, 054-639-6062)

▷철쭉과 녹차 향에 취하는 전남 보성

4월 말에서 5월 초에 보성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보성군 웅치면과 장흥군 안양면 경계에 자리한 일림산을 꼭 들를 일이다. 진분홍 철쭉꽃이 등산객을 유혹하는 이곳은 몇 해 전 인근의 잡목과 고사목을 정리한 뒤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제암산, 사자산으로 이어지는 일림산의 철쭉 군락은 약 12㎞에 달한다. 일림산은 해발 600m 정도라 높은 산이 아니지만 용추골 편백나무 숲의 삼림욕과 인근 용추폭포와 용추계곡 등 둘러볼 곳이 많다.

정상에 오르면 철쭉꽃이 지천으로 핀 풍경은 물론 멀리 제암산 월출산 무등산과 득량만의 푸른 바다, 보성읍이 다 내려다보여 장관이다. 보성 차밭을 모르는 이는 없을 듯하다. 보성읍에서 율포해수욕장으로 가는 18번 국도를 따라 8㎞ 정도 가면 만나게 되는 보성 차밭은 먼저 삼나무 숲길이 여행객을 반긴다.

5분 정도 더 걸으면 비로소 드넓은 녹차 밭이 펼쳐진다. 인근의 율포 해수녹차탕에서 피로를 풀고, 녹차를 먹인 돼지인 녹돈은 꼭 맛봐야 할 보성의 먹을거리. 보성군청(www.boseong.go.kr, 061-850-5223)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