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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유골을 안방에 모시고 사는 시인 송현







어머니 유골을 안방에 모시고 사는 시인 송현

▲초록색 보자기 안에 담긴 유골…▲

시인 송현씨(59ㆍ전 서라벌고등학교 교사)는 자신의 집 안방에 어머니의 유골을 9년째 ‘모시고’ 산다. 그의 집 안방이 납골당인 셈이다. 그가 2년여 동안 치매로 고생하다 지난 97년 세상을 등진 어머니의 유골을 안방에 모신데는 남다른 사연이 있다.

“다섯 자식들 키우면서 어머니는 종종 회초리를 들었어요. 특히 거짓말 하다가 걸린 날에는 종아리에 불이 났죠. 학교에 다니면서 수 없이 많은 스승을 만났지만 어머니에 견줄만한  위대한 스승을 만나지 못했어요. 예순 한 살에 아버지와 사별 후 고향인 부산에서 혼자 사신 어머니가 치매에 걸린 것은 여든 두 살 때였죠. 2대 독자인 제가 편찮으신 어머니를 모시게 됐는데 저희 집에 오실 당시에는 병세가 그리 심하지 않았어요. 저와 손자들을 알아봤으니까요. 그런데 빠른 속도로 병세가 악화되면서 막 말로 온 방에 똥칠을 하기 시작한 겁니다.”

부산 동아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현대문학을 공부한 송씨. 1975년 월간 <시문학>에 서정주 선생 추천으로 등단한 뒤 시인으로, 칼럼리스트로, 동화작가로 활동 중인 그는 아들, 딸과 함께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뒷바라지하면서 치매야 말로 에이즈보다 더 무서운 질병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치매환자와 함께 살아보지 않은 사람은 그 고통을 이해하지 못할 겁니다. 치매에 걸리면 동물보다도 못한 삶을 살게 되더라고요. 환자나 가족이나 한마디로 사람 사는 게 아닙디다. 치매로 고생하는 어머니를 모시면서 오죽하면 제가 이혼하고 홀아비로 사는 것을 천만다행으로 여겼겠어요. 저는 자식이니까 그 고통을 감내하면서 살지만 며느리는 저와 입장이 다르잖아요. 며느리가 치매에 걸린 시부모 간병한다는 거.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자식인 저도 어머니를 내 팽개치고 싶을 때가 있었는데…. 저는 어머니를 방안에 가둬놓고 점심때 드실 밥상을 차려 놓은 후에 밖에서 방문을 잠군 채 출근했어요. 퇴근해서 보면 밥상은 화장실로 둔갑해 있었죠. 그 심정은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은 모를 겁니다.”




▲“환한 미소가 아름다운 어머니셨는데…”▲

송씨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방에 가둬두고 출근하는 자신의 심경을 ‘참회’라는 시를 통해 이렇게 표현했다.

아, 어머니. 어머니가 방안에 계시는데 밖에서 문을 잠그는 저는 이제 어머니 아들도 아니고 불효자식은커녕 사람새끼도 아닙니다. 어차피 아들을 못 알아보시니 (저를) 옆집 아저씨나 길가는 사람으로 생각하세요. 그래야 어머니 마음이 편할 거 아니겠어요. (중략)

어머니. 종일 나오는 유선방송을 틀어놨으니 텔레비전 앞에 놓아둔 박하사탕 드시면서 송해가 나오는 전국노래자랑 재방송도 보시고 어머니가 좋아하는 드라마 보시면서 저와 손주가 퇴근하고 돌아올 때까지 어머니 혼자 노셔야 해요.

딴 방송 보시려고 이것저것 만지다가 다시 못 켜실까봐 테이프로 채널을 고정시켜 놨어요. 전기세 아낀다고 텔레비전 끄지 마시고 종일 켜 놓고 보세요. 점심 때 배고프면 백발이 성성한 2대 독자 아들과 손녀딸이 개다리 상에 차려놓은 점심상 챙겨 드세요. 밥도 식고 국도 식었지만 어쩔 수가 없어요. 밥은 아랫목에 넣어둘까 하다가 혹시 어머니가 못 찾으실까봐 상위에 올려놓았어요. 어머니. 아들도 못 알아보는 지금 이 모습으로라도 하루라도 더 사셔야 해요. 제 불효의 만분의 일이라도 갚을 수 있게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니까 온통 잘못해드린 것만 떠오르더라고요. 어머니가 살아계셨을 때도 제가 바쁘다는 이유로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어머니를) 찾아뵙고 살았는데. 납골당에 어머니 모시게 되면 일 년에 몇 번이나 찾아뵐까 싶었죠. 어머니를 자주 찾아뵙지 못하느니 안방에다 어머니 유골을 모시는 게 낫겠다 싶었죠. 외삼촌과 누나들은 ‘말도 안 되는 짓 하지 말라’며 엄청 반대를 했어요. 하지만 남들이 욕하든 손가락질하든 신경 쓰지 않았어요. 유골의 절반은 어머니가 살던 고향집 근처에 뿌리고 나머지 절반을 집에 가져 온 겁니다. 어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한 독일사는 여동생은 어머니의 유골을 두 스푼 가져가서 자신의 집 정원의 느티나무 밑에 묻어놓고 어머니 묘라고 생각하면서 살고 있어요.”



▲어머니의 유골함을 조심스럽게 쓰다듬는 송현씨▲

5년 전 재혼한 송씨의 아내 최정원씨(49) 또한 ‘시어머니의 유골’을 안방에 모시고 사는데 동의했다고 한다.

“어머니 유골함을 감싼 초록색 보자기는 제 아내가 시어머니께 드린 선물입니다. 저는 아들에게 유언을 해 뒀어요. 제가 죽거든 화장한 후 ‘어머니의 유골’과 함께 뿌려 달라고요. 박하사탕은 어머니가 살아생전 가장 좋아하신 과자였어요. 어머니가 먹다 남긴 박하사탕도 유리병에 담아 유골 옆에 보관하고 있어요. 안방에 들어가면 어머니의 기운이 느껴져서 참 좋아요. 마치 살아서 저를 지켜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최근 치매 어머니를 모시면서 겪은 고통을 담은 책 ‘어머니 전상서’(나눔사 출간)를 펴낸 송씨는 “치매환자는 국가가 나서서 관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도 사람들 눈이 무서워서 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내지 못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치매환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한 단계 성숙될 때라고 봐요. 치매에 걸린 부모를 요양원에 보내는 것이 불효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어야죠. 국가에서 치매환자를 위한 요양소를 많이 건립해 싼 값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요.”

아침저녁으로 어머니에게 ‘문안인사’를 올린다는 송씨는 “어머니가 빨리 돌아가셨으면 하고 바랄 때도 있었지만 치매에 걸린 어머니라도 살아계실 때가 행복했던 것 같다”면서 어머니의 유골이 담긴 ‘초록보자기’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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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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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쵸코맘 2006.02.22. 23:18
저두 모든게 다 순리대로 됐다면 그렇게 했을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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